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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관리의 괴로움과 인화의 즐거움
사진 찍어 보정도 하고 SNS에도 올렸다. 이제 다 끝난 것 같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 놀이에서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남아 있다. 안 하면 갈수록 태산이고 후회가 쌓이는 것, 정리와 보관이다.
그런가 하면 사진 놀이에서 가장 설레고 신나는 일도 있다. 차가운 액정으로만 보던 디지털 이미지가 따뜻한 종이로 된 옷으로 갈아입고 눈 앞에 나타나는 것, 인화다.
어느 날 큰맘 먹고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싹 정리하고는 뿌듯해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사진 더미에 짓눌린다. 지울 건 지우고, 따로 저장할 건 저장하고 정리해야지,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다 까먹고, 다시 보고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한다.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은 훨씬 많다. 예전에 ‘피카사(Picasa)’라는 사진 관리 프로그램을 깔았더니 분류·정리하는 과정을 화면에 보여주는데 장관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진 이미지가 컴퓨터 이곳저곳에 흩어져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에는 사진이 몇 장이나 있을까 궁금해서 폴더별로 대충 살펴보니 1만 장을 가볍게 넘었다. 이 중에 대다수는 지워버려도 되는 사진들일 것이고, 이 폴더 저 폴더에 중복 저장된 사진들도 많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클라우드 서비스도 확인해보았다. 무료 저장 용량을 30기가바이트까지 제공하는데 현재까지 25.9기가를 쓰고 있다. 저장된 파일의 대부분은 사진인데 1만 여장이 저장되어 있다. 여기에도 쓸모없는 사진들이 절반 이상일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는 좋다. 기계가 알아서 차곡차곡 저장해주니까. 그런데 관리가 가능한 양일 때 정리해두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감당이 안 될 만큼 불어난다. 흔히 의식주라 표현하는 일상생활에서 빨래와 설거지, 청소가 필수적인 마무리 작업이듯 사진에도 정리와 관리는 피할 수 없고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필수 과정이다.
위 소제목은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항상 인용되는 원칙이다. 위험을 분산시키라는 뜻인데, 사진의 보관에도 적용되는 금언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기록 문화의 정수인 [조선왕조실록]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원칙에 따랐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수많은 전쟁과 화재, 자연재해 등의 사고(事故)를 겪었지만 전국 여러 곳에 사고(史庫)를 설치해 실록을 보관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필자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나면, 그 사진의 원본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바로 저장하고 스마트폰에서는 삭제한다. 저장된 사진이 많으면 스마트폰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만 저장해놓은 것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가끔씩 날을 잡아 컴퓨터에도 다운로드 해놓는다. 사진의 원본을 두 곳의 사고에 분산해서 보관하는 것이다. 좀 더 확실히 하려고 외장 하드 디스크까지 마련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느라 아직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의 발달로 새로운 저장 매체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용량은 나날이 커지고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다. 상당한 저장 용량을 무료로 제공하는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들도 많다.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고 배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경우에는 언제나 갖고 다니므로 편의성과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저장 용량이 다른 기기에 비해 작고, 용량이 차오를수록 기기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분실하기도 쉽고 기기를 자주 바꾼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드 디스크나 SSD(Solid-State Drive), NAS(Network-Attached Storage)와 같은 장치는 저장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용량 대비 가격을 따져보고, 컴퓨터에 내장했는지 외장으로 사용할지에 따라 얼마나 쉽게 저장해놓은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일정한 용량까지는 무료지만 한도를 넘으면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올리는 사진의 크기에 제한이 있어 원본 그대로 저장이 안 되는 서비스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망하면 낭패이므로 안정된 곳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저장 매체와 서비스가 있더라도 이것들을 적극 활용하고 배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필자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해치우는 좋은 습관은 들이지 못했지만 다행히 사진 저장은 부정기적이나마 하는 편이다. 설거지거리는 방치하면 비록 냄새는 나고 정신적 부담감은 느낄지언정 그릇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사진은 언제 어떤 불의의 사고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청소를 오래도록 안 하면 새로운 우주가 창조된다는 우스개도 있는데,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 정리를 안 하고 방치하면 우주 창조 이전의 상태인 대혼돈(chaos) 상태에 빠지거나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진이 관리 가능한 숫자를 넘어서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정리를 포기하고 무한정 방치하게 된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지만 꼭 필요할 때가 있어도 찾지 못하거나 사진 하나를 찾기 위해 너무나 큰 수고를 들여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언제나 원하는 사진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사진 관리 프로그램을 선택해 촬영 연월일과 장소, 주제와 소재,와 이벤트와 등장인물 등 자신만의 분류법에 따라 사진을 정리해 놓는 것일 테다. 그리고 한꺼번에 작업하기는 벅차기 때문에 가능한 짧은 주기로 정기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쓸모없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진은 찍고 나서 바로 지워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지워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과연 사진의 쓸모와 필요를 확신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때는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우고 나서 후회하는 사진도 있다. 나중에 보면서 이 사진을 지워버렸으면 어떡할 뻔 했을까 하는 사진도 있다.
결국 판단과 처리는 각자의 몫이지만, 저장 용량에 여유가 있고 정리를 할 자신이 있다면 사진을 섣부르게 지워버릴 일은 아니다. 만약 저장해야 할지 버려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선다면 ‘판단 보류’라는 폴더를 만들어 거기에 몰아넣는 것도 방법이다. 한참이 지난 후에 그 사진들을 다시 보며 그때 판단하고 지워버려도 늦지 않는 것이다.
보정을 하고 난 뒤 보정 처리된 파일만 남기고 원본을 지워버리는 사람도 있다. 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원본을 굳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지금 보정한 결과에 만족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보면 다르게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보정까지 한 사진이라면 원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원본을 삭제할 필요는 없다.
원본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인화 또는 인쇄용으로 쓸 때를 대비해서다. SNS에는 아무리 용량이 큰 사진을 올리더라도 서비스 기준에 맞춰 크기를 줄여버린다. 따라서 스마트폰 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데는 문제가 없던 사진도 인화나 인쇄용으로는 용량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필자가 찍은 사진들 중에도 SNS에는 있는데 원본은 찾을 수 없는 사진들이 있다. SNS에 올린 사진의 원본은 컴퓨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에 다 옮겨 저장해 놓았는데도 몇 장은 사라졌다. 필자의 실수로 누락되었는지 기술적인 문제인지 원인은 알 수 없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원본 보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필자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나서 인화할 생각은 못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볼 수 있으니 그럴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사진전을 준비하다 보니 인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과연 전시를 할 만한 품질의 화질이 되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시험 삼아 30여 장을 골라 인터넷 인화 서비스에 전송했다.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8x10인치 크기로 인화하는 데 장당 천 원 정도였으니 큰 부담이 없었다.
택배로 보내준다고 했지만, 결과가 궁금해 인화 서비스 업체에 직접 가서 사진을 받았다. 봉투에 담긴 인화지를 꺼내보는 순간 상반된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좀 더 멋지게 나올 수는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사진을 들고 충무로로 달려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각종 후기 등을 꼼꼼히 확인해본 결과, 전문 인화 업체에서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대답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인화의 품질이 더 좋아질 수 있는지와 얼마만 한 크기까지 확대할 수 있는가가 궁금했다. 사진에 따라 확대할 수 있는 한계는 다 다르지만 몇몇 사진은 최대 가로 1미터 크기로까지 확대해 인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
인화의 품질 문제는 좀 더 까다로웠다. 전문 업체답게 수십 종의 인화지가 샘플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걸 보면 이게 낫고 저걸 보면 저게 나아 보여 그 자리에서 결정하기 어려웠다. 가격이 비싼 인화지일수록 품질이 나아 보인 건 물론이다.
가격대는 5단계로 구분되었는데, 1단계는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는 것에 비해 5배였고, 최고 등급인 5단계의 인화지는 무려 20배의 가격이었다. 고심 끝에 3단계를 택했다. 품질과 가격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것이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번쩍거리지 않는 무광(無光)을 골랐는데, 표면에 약간 돌기가 있는 인화지 선택이 주효했다. 사진전 때 전시작들이 그림 같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는데, 인화지 이외에도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하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상대적으로 저해상도이다 보니 이미지가 아주 또렷하지 않고 약간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잉크를 종이 위에 뿌리는 ‘피그먼트(pigment)’라는 인화 방식이 마치 붓질을 한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마지막으로 액자에 유리를 씌우지 않았기 때문에 조명에 의한 반사나 간섭을 받지 않았다는 것 또한 작용했다.
집에 있는 프린터로 출력을 할 수도 있지만, 보다 좋은 품질로 인화하려면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인화’ 또는 ‘사진 인화’로 검색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품질과 가격 등을 고려해 적당한 곳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의뢰하면 택배로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을 인화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형태
가장 일반적인 액자 형태뿐만 아니라, 책자 형태의 포토북, 카드, 엽서, 달력 형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업체에 따라서는 스티커, 스마트폰 케이스와 머그 컵, 마우스 패드 등 다양한 응용 상품도 제공한다.
2) 인화 방식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이다. 빛에 반응하는 유제를 종이에 발라 암실에서 빛을 쬐어 약품처리를 함으로써 사진을 얻는 고전적인 방식인 은염 인화와 종이에 잉크 방울을 떨어뜨려 프린트하는 방식으로 흔히 ‘잉크젯’이라고 알려진 피그먼트, 드럼을 이용해 종이를 부분적으로 가열한 뒤 토너를 흘려 녹여 굳히는 레이저 프린트, 여러 색의 염료 필름(혹은 리본 등)을 전사시켜 종이에 프린트하는 염료 승화 방식이 그것이다.
각각의 방식은 색 재현, 광택, 질감 등에서 장단점이 있으며 가격 또한 차이가 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은염 방식이며 최근에는 잉크를 이용하는 피그먼트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피그먼트 방식의 장점은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인화지들과 우수한 결과물이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다.
3) 인화지
표면에 반짝임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유광과 무광 인화지로 구분되는데 광택과 빛이 반사되는 정도, 표면의 거칠기, 색 재현력, 선예도 등에 따라 무수하게 많은 종류가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종이가 아니라 천 느낌이 나는 캔버스 소재도 있다. 전문 작가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사진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인화지를 고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일부 작가들은 한 가지 인화지를 고집하기도 한다.
4) 크기와 여백
사진에 따라 어떤 크기와 규격으로 인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파일의 용량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해상도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업체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인화지라도 크기가 클수록 가격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화지에 사진 이미지를 꽉 채울 것인지, 이미지 사방에 여백을 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는데, 인화지의 크기와 가로세로비에 따라 사진이 잘리거나 여백이 남을 수도 있으므로 신중히 선택하도록 한다.
5) 액자
알루미늄, 플라스틱, 나무 등 사진을 둘러싸는 프레임의 소재와 색깔을 선택한다. 사진과 프레임을 바로 잇닿게 하는 방식과 사진과 프레임 사이에 두꺼운 종이(매트)를 대는 방식, 사진을 액자 바닥에서 띄우는 방식 등도 있다. 최근에는 아크릴 등 프레임이 없는 액자 형태도 등장했다. 사진과 액자의 조합은 사람과 옷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어떤 액자 형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사진이 돋보이기도 하고,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6) 유리
액자의 전면에 유리 또는 아크릴을 댈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유리 또는 아크릴을 대면 물, 습기, 먼지, 자외선이나 흠집을 예방할 수 있어 보존에는 유리하나, 조명이 반사되고 인화지의 느낌을 반감시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무반사 유리가 개발되었으나 가격이 비싸다.
이상 살펴본 바에는 전문적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인화 업체 홈페이지에 안내가 잘 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라 선택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시험용 인화는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인화 업체의 홈페이지에서 모든 걸 손쉽게 해결했다. 다만 사진전에 전시할 사진은 고품질로 제작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인화지와 인화 방식의 선택 등 ‘고급 인화’의 영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인화하지 않은 파일은 이미지일 뿐이다. 인화를 해야 사진이다”라는 얘기를 듣고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필자가 찍은 사진이 액정 화면을 떠나 종이라는 다른 매체에 자리 잡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는 저 얘기를 실감하게 되었다.
필자 스스로 신기한 나머지 ‘인스타(그램)에서 인화지로’라는 카피를 만들어 사진전의 보도자료에 썼다. SNS를 통해 내가 찍은 사진을 꾸준히 보아온 친구들도 인화되면 사진이 어떻게 보일지가 가장 궁금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사진이란 종이에 인쇄된 결과물을 의미했다. 비록 비닐 봉투에 담긴 채로 서랍에 방치된 사진 뭉치도 많았지만 기념할 만한 사진은 앨범에 정리해 놓고 이따금 들여다보거나 액자에 담아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에 모셔 놨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사진의 수명은 급속히 단축되었다. 이제 사진은 메신저로 돌려보거나 SNS에 올려서 ‘좋아요’ 한 번 받고 댓글로 언급되고 나면 용도 폐기된다. 스마트 기기와 컴퓨터의 저장 매체가 사진의 납골당이 된 것이다.
납골당에 모셔 놓고도 1년에 한 번도 찾아가지 않는 사진이 부지기수다. 물론 마음에 들거나 소중한 사진은 삭제하지 않고 따로 보관하거나 바탕 화면에 깔기도 하고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도 하지만 그렇게 간택되는 사진은 극소수다.
지금 당장 납골당의 유해 더미를 살펴보라. 당신이 찍은 사진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프린터로 출력하거나 인화 서비스 업체에 보내보라. 인화된 결과가 마음에 들면 액자에 담아보라. 그것을 책상 위에 놓거나 벽에 걸어보라.
특별한 사진이라면 좀 더 좋은 인화지와 멋진 액자에 담고 서명도 해서 선물해보라. 똑같은 사진이라도 파일로 줄 때와는 받는 사람의 반응이 전혀 다를 것이다. 가격 대비 감동면에서 아마도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사진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화는 중요하다. 인터넷과 TCP/IP 프로토콜의 탄생에 기여한 공로로 '인터넷의 아버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국의 빈트 서프(Vint Cerf) 박사는 디지털 매체가 자료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아날로그 매체보다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렇게 권유했다.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진들이 있거든 반드시 인화해서 간직하시오.”
세계적인 사진작가 안셀 애덤스(Ansel Adams)는 이런 말을 남겼다. "네거티브(필름)는 악보요, 프린트는 연주다." 아날로그 시대를 산 그의 말을 디지털로 변환하면 이렇게 번역될 것이다. “파일은 악보요, 인화는 연주다.”
악보는 죽어 있다 연주할 때 부활한다. 인화는 잠들어 있는 사진을 깨우는 기상나팔이다. 수도 없이 태어나고 셀 수 없이 버려지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종이라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사진이 영생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부활 의식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마트한 사진 정리법과 인화 - 사진 관리의 괴로움과 인화의 즐거움 (나는 찍는다 스마트폰으로,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