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국토 대장정] <13>한강 자전거길 2구간
강원 원주 남한강대교~경기 여주 개군면 사무소
초반 고개 지나면 평탄…물안개 낀 강변 길 한 폭 그림 같아
▲ 강천섬 잔디광장을 가로지르는 자전거길은 비포장 흙길이다. 길 옆으로 은행나무가 끝도 없이 도열해 가을
풍광 속으로 빨려들 듯 달릴 수 있다.
한강 종주 자전거길 2구간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남한강대교에서 경기도 여주군 개군면 사무소까지다. 이 구간은 남한강변을 따라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 등 3개의 보를 지나쳐 47.7㎞에 걸쳐 펼쳐진다. 초반에 잠시 만나는 고개를 제외하고는 줄곧 평탄한 길이다. 굴곡 없는 길이지만 심심한 것은 아니다. 산허리를 휘감다 어느새 들판을 쓰다듬으면서 한가로이 흐르는 강물은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최근 일교차가 커지면서 물안개까지 자주 피어오르니 신비감마저 더한다.
한강 종주 자전거길 2구간 출발점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의 남한강대교 옆의 개치나루다. 충주에서 원주 방면으로 남한강대교를 건너면 바로 개치나루를 만난다. 개치나루는 3도가 인접한 절묘한 위치에 있다. 다리 건너 왼쪽은 충북 충주시 앙성면 단암리, 오른쪽은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다. 불과 1분 남짓한 시간에 강원도에서 충청도 경기도까지 두루 밟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여주보 인근 쑥부쟁이·국화 등 가을꽃 지천
'알 품은 백로 형상화' 이포보 가장 아름다워
하지만, 한강 종주 자전거길은 개치나루에서 남한강대교를 건너지 말고 오른쪽 강변 둑길을 따라 강천보를 향해 올라간다. 밤 사이 피어 오른 물안개가 입김처럼 뿌옇다. 강 저편의 산과 이편의 들이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는 안개를 헤쳐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자전거는 휘적거리면 안개 속을 파고든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남한강변에는 짙은 안개가 자주 낀다.
5㎞가량 전진, 몸이 풀리는 듯 싶으니 가파르고 짧은 오르막을 하나 만난다. 해발 38m에서 98m까지 올라가는 오르막이 300m에 걸쳐 펼쳐졌다. 미리 가속을 붙여 단박에 오르니 오르막 끝 지점이 49번 국도와 닿았다. 오른쪽으로 유턴하다시피 해 49번 국도를 타고 섬강교 방면으로 향한다. 섬강교 입구를 스쳐지나자 길은 내리막인 듯 싶다가 금방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사실, 이 구간은 오르막인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페달을 밟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속도가 뚝 떨어지고서야 오르막임을 알 수 있다. 오르막 같지 않은 이 오르막은 무려 1.6㎞에 걸쳐 펼쳐진다. 20분 소요.
다리골마을 입구를 스쳐 지나 첫 번째 삼거리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어 49번 도로를 이탈해 강천로를 따라 강천리 방면으로 간다. 5분 뒤 여성생활사박물관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 강천보건진료소와 강천교를 차례로 지나 50m가량 더 전진하면 자전거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안내판이 난립해 지도와 한참 비교한 뒤 겨우 길을 잡는다. 도로를 벗어나 오른쪽 강천섬 방면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가야 한다. 왼쪽 강천나루 쪽으로 가면 자전거길은 곧 없어진다.
이 삼거리에서 다시 4분가량 전진하면 강천섬 잔디광장이다. 넓은 잔디광장 가운데로 흙길이 가로지르고 족히 수십 년은 됐을 법한 은행나무가 길 양 옆으로 도열했다. 그 길을 따라 500m 정도 들어가다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꺾어 굴암교를 지나 다시 자전거길에 붙는다. 이후 30분간 속도를 내 줄곧 강천보를 향해 내달린다.
오전 9시를 넘겼지만 안개는 여전하다. 갑자기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강천보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안개 너머 강을 가로지른 보가 실루엣처럼 드러난다. 여주군 강천면과 여주읍을 잇는 강천보는 황포돛대를 형상화했다.
한강 4대 나루로 불리던 조포나루에서 황포돛배를 탈 수 있다.
강천보 위에 조성된 공도교로 오르는 길은 곡각이 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끌바'로 공도교까지 오른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강천보를 건너간다. 길은 둔치에 만들어진 생태공원을 따라 계속 상류로 향한다.
강천보에서 15분가량 더 상류로 올라가면 여주의 명물 황포돛배를 탈 수 있는 조포나루를 지난다.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와 함께 한강 4대 나루로 손꼽히던 조포나루는 조선시대에는 한강을 오르내리는 배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황포돛배는 조포나루에서 출발해 얼굴바위와 여주대교, 여주군청을 거쳐 다시 조포나루로 돌아오는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회 운항한다. 요금 5천 원.
조포나루를 지나 제2금은교를 'ㄹ'자 형태로 건넌 뒤 상리 사거리까지는 8분 소요. 상리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가 8세까지 살았다는 생가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꺾어 잠시 후 여주대교를 만난다. 이 다리를 건너지 말고 교각 오른쪽으로 난 자전거 전용길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선다. 전용길을 따라 다시 20분 더 전진하면 여주보와 양섬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왼쪽길을 따라 여주보를 향해 방향을 잡는다.
여주보로 올라가는 자전거길은 강변으로 바짝 다가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개가 걷힌 강물에 햇살이 부서져 반짝인다. 한 줄기 가을바람이 수면을 스치니 산 그림자도 덩달아 일렁인다. 강변에는 쑥부쟁이 국화 코스모스 등 가을꽃들이 제철을 맞아 만개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족족 그림엽서가 된다. 여주보까지 25분 소요.
자전거가 황포돛배를 형상화한 여주보를 뒤에 두고 달린다.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와 대신면 천남리를 잇는 여주보는 해시계와 물시계의 형상을 디자인했다고 한다. 525m의 보를 건너 다시 오른쪽 강변에 붙은 후 가산교를 연이어 지나간다. 3~4분 뒤 공군 제 3267부대를 지나 오토캠핑장을 스쳐지나날 때까지 길은 평탄하다. 40분 소요.
정오가 가까워 이포보에 도달한다.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와 금사면 외평리를 잇는 이포보 위에는 새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7개나 올려져 있다. 보 아래로는 새가 날개를 펼친 모습이 우아하게 펼쳐졌다. 여주군의 군조인 백로가 알을 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포보가 4대강 16개 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로 꼽히는 이유를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이포보는 앞선 두 보와 달리 건너가지 않는다.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은 후 보를 스쳐 지나간다. 이포보에서 한강 종주 자전거길 2구간의 종점인 개군면 사무소까지는 4㎞, 15분 정도 더 달려야 한다. 글·사진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도움말=김진홍 자문위원(MTB랜드 대표)
[라이딩 길잡이]
[코스]
남한강대교(개치나루)~섬강교 입구~다리골마을 입구~여성생활사박물관 입구~강천보건진료소~강천교~강천섬 진입도로~강천섬 잔디광장~굴암교~강천보·한강문화원~조포나루 앞~제2금은교~상리 사거리~여주대교 앞~여주보·양섬 갈림길~여주보~가산교~오토캠핌장~이포보~하자포리교~개군면 사무소[주행]
이동거리 47.7㎞라이딩 시간 4시간 40분평균이동속도 10㎞/h[난이도]기술 ★★체력 ★★★(5개 만점)[가이드]한강 종주 자전거길 2구간은 대부분 강변을 따라 난 자전거 전용도로다. 그러나 섬강교 이전부터 섬강교 입구를 스쳐 지나 여성생활사박물관까지는 49번 국도를 타야 한다. 차량 통행이 많지는 않으나 종종 과속 차량들이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개치나루에서 5㎞ 정도 달려 만나는 첫 번째 오르막은 길이가 300m에 불과하지만 경사가 가파르다. 최대한 몸을 숙이고 무게 중심을 앞에 두지 않으면 자전거가 뒤집힐 정도다.[찾아가기]부산에서 개치나루가 있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경부고속도로를 탄다. 김천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충주IC에서 내려 장호원·노은 방면으로 좌회전 한다. 감노로를 따라 3.6㎞ 정도 이동하다 노은 사거리에서 원주·앙성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8㎞ 정도 전진하다 앙성 사거리에서 원주·부론 방면으로 우회전, 앙암로를 따라 12㎞ 정도 더 가면 남한강대교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개치나루다.
문의:MRB트레킹 (www.mrbtrekking.com). 051-757-8226.
[이것만은 꼭]
제 구실 못하는 화장실 점검을 한강 종주 자전거길 2구간은 자전거 타기에 좋게 잘 조성돼 있다. 군데군데 화장실과 쉼터가 있어 라이더들의 만족감이 높다. 그러나, 강천섬 잔디광장 안의 화장실은 모두 잠겨 있어 라이더들을 당혹하게 한다. 강천섬 잔디광장에는 화장실이 두 개나 있다. 입구에 하나, 굴암교로 가는 길 직전에 하나가 있지만 둘 다 굳게 잠겨 있다. 실제, 화장실이 급했던 한 라이더는 휴지를 들고 잠긴 화장실 앞에서 서성거리다 결국 잔디광장 구석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이미 몇 차례 지적했지만 자전거길 인근 화장실들은 잠겨 있거나 고장난 곳이 의외로 많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당국의 점검이 시급하다.
한강 자전거길 2구간 강원 원주 남한강대교~경기 여주 개군면 사무소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강 자전거길 2구간 강원 원주 남한강대교~경기 여주 개군면 사무소 고도표(※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