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철쭉동산>
코로나에도 철쭉은 예년처럼 아름답게 피었다. 철쭉 동산은 그야말로 한 봉우리 야산이지만 군포 시내 곳곳에도 흐드러지게 피고 오히려 약간 재넘은 느낌이다. 5월 1일이 절정이라는 말을 믿고 기다렸으나 4월 29일인데도 한 이틀 전쯤이 절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앞으로 한참은 이처럼 예쁠 것이다.
주소 : 군포시 산본동
방문일 : 2020.4.29.
대한민국은 자연자원에 있어 참 많은 것을 가진 나라이다. 최근 프랑스 음식과 한식을 비교하는 글을 쓰며 따져보니 프랑스보다 오히려 식재료 생산에 더 좋은 조건을 가진 거처럼 생각된다. 그들은 없는, 가진 산나물과 갯벌에서 나는 수많은 어패물이 쉽게 들 수 있는 증거다.
자연은 다양한 식재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는 기후과 토양을 제공한다. 봄에는 어디나 지천으로 갖가지 꽃이 피어 아름답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우리는 수려한 자연을 가졌는데 왜 나폴리나 프로방스보다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을까. 먼데 무당이 용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 가까운 곳에 용한 무당이 있는데도 굳이 먼곳 무당을 찾는 심리, 먼 곳에 더 나은 것이 있을 거라는 환상 때문이다. 우리의 유럽 동경은 우선 그런 심리적 배경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는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 동안 탈아입구를 부르짖은 일본의 유럽 동경이 무비판적으로 이식된 원인이 크다. 그러나 실제 객관적 이유가 있다면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 가꾸지 않은 탓이 아닐까. 제일 두드러지는 것은 건축물 차이다. 우리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한옥 이후 제 모습을 찾기 못하고 헤매고 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살짝 문화가 가미되면 금상첨화가 된다. 담양 소쇄원이 그런 경우다. 근대 이후의 건축물은 경제성과 생활만 신경 쓰다가 이쁜 건축물을 제대로 짓지 못해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잡한 건축과 설치물의 문제, 그리고 스카이라인을 무시한 제멋대로의 높이 등등, 아름다운 경관을 위해 이제부터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거 같다.
그럼에도 긍정적 요인이 더 많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공들인 아름다운 고장 만들기 전략 덕분이다. 벚꽃거리, 은행나무 거리 등등의 아름다운 가로숫길, 아름다운 시민 공원 만들기 등등, 문화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눈으로 보기만 해도 상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지자체와 시민들이 다같이 애쓰고 있다. 군포 철쭉 동산과 철쭉제도 그런 경우다.
철쭉은 1999년부터 심기 시작하였다. 우리 지방자치제는 1952년 시행되어 발전하기 시작했으나, 1961년 박정희 정권 때 전면 중단되었다. 1995년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시대가 부활했다.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지역 주민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로만 가능하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95년에 지방자치 부활과 99년 철쭉 동산 조성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꽃밭, 경쟁하듯이 예쁘게 조성하는 것, 그것은 지방자치제로 발현하는 시민의 힘이다.
한류의 원류는 민주화다. 그 인간존중의 배경 속에서 갖가지 재능이 개발되고 신명을 극대화한다. 우리 속의 신명이 훼손되지 않고 살아나는 것이 민주화다. 민주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결하는지, 생활 속에서 실감할 수 있다.
꽃을 통해 신명을 풀어볼 수 있지만 올해는 보는 것만으로 참자. 축제가 취소되었다. 내년의 더 큰 신명을 위해 올해는 참자. 그래도 사잇길을 개방하여 멀리서는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하루 이틀 재넘은 개화라도 앞으로 보름 이상은 계속 예쁜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 이런 동산 만들어준 군포시에, 시민에게 감사하며 눈복을 즐긴다.
철쭉제는 <지리산바래봉철쭉제>가 원조다. 꼭 가보고 싶은 축제였으나, 그만한 복은 없는 걸 어쩌랴. 지리산에 때맞춰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기가 어디 쉬운가. 그렇게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만한 축제가 없다. 이걸로도 반분은 풀린다.
올해는 참아야 할 축제가 많다. 산청 황매산 철쭉제도 취소되었다. 다행히 지리산 축제는 취소를 고려하다가 열리는 쪽으로 결정된 거 같다. 남원에서 진행하는 바래봉 축제는 춘향제와 더불어 진행되는 모양새다.
어쨌든 지리산에 못가는 경기 지역 많은 시민들에게 군포 축제는 큰 위로인데, 비록 취소되었으나 먼 발치에서 이만큼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다.
철쭉 동산에 화장실도 있다. 한국의 화장실은 세계 최고다. 유럽 어디에서도 이만한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북유럽 3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지팡이 거치대까지 만들어 놓은 화장실은 처음이다. 화장실도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복지국가인가. 화장실에 담긴 섬세한 인간 존중의 자세가 바로 복지 아닌가. 사람을 최고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나라로 나가고 있는 거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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