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숫자의 교훈
일상생활에서 숫자 특히 아라비아숫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물건을 셀 때, 전화를 걸 때, 텔레비전의 방송국 채널 선택할 때도, 날짜를 확인할 때도 우리는 매일 숫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종종 '수'와 '숫자'의 개념을 혼동해 사용하지만 '수'는 세거나 헤아린 양(量)의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고, '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기호(문자 글자)로서 한자숫자 바빌로니아숫자 이집트숫자 그리스숫자 로마숫자 마야숫자 아라비아숫자 등이 있다. 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남아프리카 스와질란드에서 발견된 개코원숭이의 종아리뼈에 그어진 29개의 선명한 금이며, 기원전 3만5000년께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 사람은 기원전 3300년 이전부터 수에 대한 기호체계가 있었는데, 사물이나 동물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문자이다. 10진법에 기초해 1, 10, 100, 1000… 100만까지의 10의 거듭 제곱수를 각각 기호로 표시했다. 숫자 1에 대한 상형문자는 수직인 막대기(|)였고, 10은 팔꿈치 또는 손잡이(∩), 100은 두루마리 그림 또는 밧줄, 1000은 연꽃, 10000은 어떤 것을 가리키는 손가락 또는 파피루스, 100000은 올챙이, 1000000은 팔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양, 무한대는 태양의 형상이었다. 고대 이집트 수학에서 75라는 수는 '∩∩∩∩∩∩∩ |||||' 로 표기했다.
바빌로니아 사람은 기원전 2000년께 60진법을 사용했고 1에서 59까지의 숫자를 각각 60개의 기호로 표시하지 않고 두 개의 쐐기문자만을 사용했다. 1은 '∨'로, 10은 '<'로 표기했다. 바빌로니아 수학에서 75라는 수는 '∨ <∨∨∨∨∨'이다. '0'을 표시하는 기호가 없어서 기원전 6세기의 근세 바빌로니아 제국에 이르기까지 수들의 자리를 표시 못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0'이 있어야 할 곳을 빈칸으로 남겨놓았다. 이 때문에 수의 중간이나 끝에 있는 칸이 몇 칸인지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바빌로니아인은 숫자를 읽을 때 문맥을 통해 자릿수를 추측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했다. 이런 바빌로니아 쐐기 문자는 쓰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계산하기 쉽지 않아 차츰 사용하지 않게 됐지만 현재도 시간을 계산할 때는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집트숫자에서 조금 더 발전한 것이 로마숫자이다. 로마숫자는 고대 로마에서 쓰인 기수법으로 로마 제국을 거쳐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지에서 사용됐다. 로마문자에 특정수를 대입하고 이를 조합하여 수를 나타낸다. Ⅰ(1) Ⅴ(5) Ⅹ(10) L(50) C(100) D(500) M(1000) 또는 ⅰ ⅴ ⅹ l c d m이 기본수이며, 이를 배열해 수를 표기한다. 로마숫자에는 '0'의 표기법이 없고 작은 숫자 다음에 큰 숫자가 나오면 빼서 계산하는 방법으로 발명됐다. 로마 숫자는 Ⅳ(5-1=4), Ⅵ(5+1=6)의 표기법과 같이 5진법의 자취를 엿볼 수 있으며 숫자의 왼쪽은 뺄셈, 오른쪽은 덧셈으로 돼 있다. 로마 수학에서 75라는 수는 'LXXV'로 표기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숫자는 아라비아숫자(1 2 3 4 5 6 7 8 9 0)이다. 이 숫자는 아라비아에서 발명된 것일까? 아라비아숫자는 기원후 400년께 인도에서 발명됐고 650년께 인도 수학에서는 '0'이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발명된 숫자는 곧 아라비아로 전해졌으며 그 후 유럽으로 전해졌다. 1부터 9가지의 숫자와 0이란 기호를 사용했고 10이 될 때마다 한 자리씩 올라가도록 하는 10진법을 사용해 아무리 큰 수라도 쉽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숫자가 유럽에 알려진 이후 셈이나 수의 기록이 아주 편리하게 됐고 그 후 유럽의 수학이 급속하게 발달했다. 현재 국제단위계는 아라비아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국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숫자들이 발명됐지만 현재까지 세계 공통의 수 표시방법은 아라비아숫자이다. 왜 세계인들은 아라비아숫자를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아무리 큰 수라도 간단하고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고 계산도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라비아숫자는 발명된 인도보다 그 중요성을 알고 세상에 널리 보급한 아라비아에서 더욱 발전하게 되면서 이름도 아라비아숫자로 불린다. 우리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식과 정보가 새로운 가치창출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세상으로 창조경제, 핵심인재, 인공지능, 지식기반 하이테크산업,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등이 회자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숫자 발명의 변천사를 생각하며 숫자의 역사가 주는 교훈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