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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血緣만큼이나 끈끈한 文緣
마음 나눌 사람이 드물고, 마음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세상이다. 스마트폰이 친구고, 놀이고, 관계의 지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대접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얼굴 한번 보지 않았는데도 만나보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오래된 친구 같이 허물없는 맑은 사람들이 있다. 저절로 마음이 간다. 아주 커다란 자석이라도 묻어놓은 걸까? 그들을 만나러 경남 고성 ‘열린 한마당’ 잔치가 열리는 ‘동시동화 나무 숲’으로 간다.
동시동화나무 숲을 찾다
섬을 여행하는 중이었다. 이번 여행은 완도를 거쳐 청산도였다. 놀다가고 쉬어가는, 일명 ‘느릿느릿 여행’이었다. 그런데 일정이 ‘열린 한마당’과 겹치는 바람에 남편을 달달 볶아댔다. 사진을 찍는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열린 한마당’은 나에게도 아주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곽해룡시인을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많이 부러웠다. 언제쯤이면 <열린아동문학>에 내 글이 실리게 될까? 기회가 온다면 좋은 글을 실을 수 있게 열심히 공부 해야겠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기회는 왔는데 젯밥에만 눈독을 들인 꼴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웠지만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것을 다짐하고 여러 선생님을 뵙는 것과 ‘동시동화 나무 숲’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에 들뜨고 설레었다.
일손을 거들어 줄 수 있냐는 박선미 시인께 되도록 빨리 갈 거라 해 놓았는데 배를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화장실 가는 것도, 점심을 먹는 것도 포기하고 달렸는데도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할 것 같아 애가 탔다.
동화 속 신비한 이야기를 따라 가듯 있음직하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네비게이션에도 없는 길을 따라가다 남편이 물었다.
“어데 있단 말이고?”
“동시동화의 숲을 찾아가는 길이 쉬우면 재미없지.”
들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고도 한참이나 더 가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연못도 나오고 마을이 보여 여긴가 하다보면 아니다. 소나무와 키 낮은 나무들이 보초병처럼 즐비하게 서 있는 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안국사 표지판이 나온다. 맞아. 다 왔어. 그러고도 시멘트 길을 따라 한참 올라갔다가는 다시 아래로 쭉 내려가면 그곳에 난장이가 살 것 같은 집, 차실이 나온다. 그리고 공주가 사는 궁전 같은 강당이 나온다. 드디어 동시동화의 숲에 들어서게 된다.
하늘을 닮은 감로. 예원선생님을 만나다
강당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시던 감로 선생님이 환히 반긴다.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 하시던 예원 선생님과 점심 식사를 하시던 박선미 시인이 친정 동생이라도 온 듯 반가워한다. 송기원 선생님은 처음 뵙는데 푸근하다. 일찌감치 오셔서 ‘열린 한마당’을 붓글씨로 써 붙여 놓으시고 군불을 지피고 계셨다. 친정집 잔치에 온 것만 같다.
남편을 보내놓고 일손을 거들었다. 일손이 빠르다고 예원선생님이 칭찬하는 바람에 신이 났는데 배익천 선생님이 부엌으로 들어오시더니 후기를 써라고 한다. 시무룩해진다. 아니 겁이 난다. 아 안 돼요, 했더니 술 마시려고 그러지, 한다. 예, 했더니 술 마시다 기억나지 않으면 안 나는 대로 편하게 쓰면 된다고 한다. 잔뜩 술을 마시고 기억이 안납니다, 해버릴까 생각도 했다.
봄에 열린 한마당을 열면 좋은 것이 봄나물이 많아서라고 예원선생님은 신선한 봄나물을 해 먹일 생각에 신이 나셨다. 그 많은 손님을 치려면 힘들 법도 한데 인상 한번 쓰는 걸 못 뵈었다. 그렇게 즐겁고 신날 수가 없단다. 그래서 얼굴이 부처님 같이 맑고 고운신가보다. 두릅을 삶아내고 엄나무를 데치고 산에 들에서 따온 나물을 된장에 주물러 놓으시며 예쁘게 담아내라고 한다. 두릅나물을 종기종기 담는데 조영미 시인 내외가 오셨다. 부군 되시는 분이 쑥스러움을 많이 타 독방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부부가 같이 쓰실 방을 드리겠다고 해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소중애, 문영숙 작가, 터미널에서 만났다는 기도연 평론가 오셨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영원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숲길 따라 나무 아래 돌에 새겨진 이름들이 놓여 있다. 나무의 주인이다. 참 좋겠다. 자주 이곳에 와 보고 싶겠단 생각이 들었다. 동화동시의 나무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고사리 밭이다. 톡톡 꺾으며 걷는데 쉐쉐 소리가 들렸다. 작업복을 입고 돌에 이름을 새기는 선생님이 보였다. 동글동글 세상만사 시름을 다 이겨낸 평온한 몽돌모습으로 웃으신다.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 행복이다, 라고 보여주는 사람들이 이곳엔 있다. 사진 한 컷 찍고 내려오는 길에 고사리를 또 꺾었다. 금방 두 주먹이나 되었다. 밥반찬으로 볶아놓으면 인기가 제일 좋다는 고사리를 올핸 미리 꺾지를 못해 안타까웠다는 예원 선생님이 어머나! 좋아라한다. 정진아 작가, 김금래 시인 그리고 ebs 김성순 피디님과 영화감독 임종재님이 와 계셨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어 인사만 나누었다.
서늘한 바람이 저녁을 불러온다. 해가 나무들 사이를 비집고 산으로 잦아든다. 풍경소리가 당그랑당그랑 해거름 장난을 맞춘다.
저녁 시간이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아 이층으로 올라갔다. 나무향이 훅 들어온다. 운동장만한 마루를 두고 각각 작은 방이 대여섯 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묵어가도 좋을 만치 넓다. 하룻밤 묵고 가면 몸 속 독소가 다 빠져나올 듯하다. 군불을 지펴놓은 방이 따끈따끈하다. 누웠다. 창문으로 비친 산과 마당의 소나무가 풍경화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멋진 일이냐. 솔솔 잠이 몰려온다.
봄을 먹고 사람 맛을 즐기다
저녁시간이 되었다고 종을 두 번이나 울렸는데 뭣하느냐고 배익천선생님이 올라오셨다.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놓느라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30kg짜리 가오리를 잡았다는 가오리회와 두 가지의 회가 더 있었는데 민어와 볼락이었던가? 이름이 생가나지 않는다. 회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가오리회는 약간 질긴듯한데 씹을수록 고소했다. 자연산 회 맛은 찰졌다.
산에서 딴 두릅, 엄나물, 제피이파리, 겨울을 굳건히 이겨냈다는 상추(아삭아삭 싱그러웠다), 탕수육, 수육, 호박떡, 쑥떡, 장어추어탕 푸짐한 상차림으로 식사를 했다. 제피의 맛을 모르는 분들에게 예원 선생님은 먹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상추에 초장에 찍은 회를 한 점 놓고(놓고), 제피를 하나 얹고(얹고), 풋마늘을 막장에 찍어(찍어) 싸 먹으면 일품이란다. 다들 한 입 넣고는 와~ 감탄사 연발이다.
봄을 몸속에 채우고 나자 배익천 선생님이 필자들을 소개 했다. 내가 먼저다.
김자미 몇 년 전 객원으로 온 적이 있었다. 필자로 오고 싶었는데 오게 되어 부끄럽고, 설레고, 기쁘다. 좋은 글로 다시 만나고 싶다.
송기원 선생님 고성에서 부침개 해먹고 즐겁게 놀았는데 17년이 지났다. 47세에 얻은 막둥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그때만큼 즐거웠으면 좋겠다. 열린아동문학이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인데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자. 그건 글을 잘 쓰는 거다.
조영미 시인 칠곡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남편과 함께 추억의 밤이 될 것 같다. 잠자리를 얻기 위해 로비, 협박을 했다.
장문식 선생님( 조영미시인 부군) 동화작가와 이름이 같다. 시인이 시를 쓸 때 백 번의 눈물을 흘린다면 독자는 한 번 흘릴까말까 한다.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알겠다. 동시로 인성 교육을 하면 좋겠다. 아내가 시를 잘 써 자랑스럽다.
최영재 선생님 만화가가 되려고 했었다. 후배들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서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한다. 나는 후배에게 기여한 사람이었을까?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쓰길 바란다. 오래 만난 사람처럼 형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들의 특권이다. 문연은 혈연만큼이나 끈끈하다.
최종득 시인 선배님들 닦아 놓은 길에 쉽게 가고 있다. 더 열심히 살아있는 동시를 써 보답하겠다.
이지호 교수님 평론을 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 동시 동화를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린 아동문학에 좀 더 젊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규희 작가 나무를 가진 후배, 선배들이 부러웠다. 이번에 내 나무는 산벚꽃나무로 하고 싶다. 제목이 너무 길어 이영원 선생님께 죄송했다. 고향 가는 기분으로 올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달려온다.
정진아 작가 한 달 몸살을 앓아가면서 이 계절에 심는 동시나무를 위해 작품을 썼다. 열린아동문학에 여맴큼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김성숙 이비에스 피디 시 콘서트를 하면서 동시를 새로운 코너로 만들었다. 동시만 낭송하던 것을 작가를 소개하고 동시에 대한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감탄을 했다.
임종재 영화감독 가오리회 처음 맛보는데 맛나다. 정진아 라는 사람이 좋아 따라왔다. 20년 사귀어도 몰랐다. 정진아의 글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알기 쉬운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데 그녀의 시를 읽으면 사이다 맛이 난다. 행복하다.
문영숙 작가 50이 넘어 글을 썼다. 이 계절에 심는 동화나무에 선정 된다는 게 멀게 느껴졌는데 나무를 갖게 되어 보람이다. 좋은 음식, 따뜻한 원고료에 감사한다. 여태 다른 이야기를 쓰다 이제 내 이야기를 쓴다. 나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기도연 평론가 계평을 쓴다. 계평자에게도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배익천선생님 왈 그러면 계평 쓰는 분들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따로 심어 줄까?) 글은 독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것처럼 우리끼리도 소통이 중요하다. 정성 담긴 원고료로 인해 호기심이 생겼다. 일정이 빠듯해 내일 7시에 가야하는데도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 왔다. 자연 풍경과 사람들의 표정, 부자 된 마음 안고 돌아갈 것 같다.
김금래 시인 아무 생각 없이 친정 나들이 오듯 온다. 봄만 되면 바람이 난다. 열린 한마당으로 달려오고 싶다. 부산은 나의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소중애 선생님 살아남은 날이 육천이백일이다.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영원 선생님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돌마다 이름을 새긴다.
박선미 시인 학교에서는 수석 교사 열린아동문학에선 수석간사를 맡고 있다. 기꺼이 간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두 분이 있어 더 힘이 나서 한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필자 모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큰 부자가 되어간다.
박미숙(예원) 선생님 마이크를 잡아 본 적이 없어 쑥스럽다. 열린아동문학의 식 담당이다. 식 재료 그대로가 최고의 맛이다. 큰 양념 없이 음식을 낸다. 30인 분을 준비했는데 적게 오셨다. 여기는 좋은 기가 나오는 곳이다. 기를 많이 받아 글 쓰는 데, 사람 사는 데 윤활유가 되길 바란다.
홍종관(감로) 발행인 90년대에 고성을 드나들었다. 배선생님 따라 다니다 보니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고맙다. 원고를 주어 고맙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 고맙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 반갑다. 뒤에서 항상 밀어주는 분들이 계셔 감사하다.
배익천 선생님 밤새 이야기 하면서 놀자. 밤은 밤대로 아침은 아침대로, 고성의 아름다움을 가져가라. 다섯 시 삼십 분에 새가 운다. 호수에 해가 뜨는 모습까지 다 보아야 충분한 원고료가 된다.
밤은 깊어지고, 칵텔빠 모이또 박하향은 짙어가고
소개가 끝났다. 지금부터 마시고 이야기하며 놀다 잠 오는 사람은 자고 밤을 샐 사람은 새면 된다.
배익천 선생님이 술을 못하셔 아쉬웠으나 건강을 위해 완전 끊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이 들으면 서운한 생각을 했다. 이영원 선생님이 들고 온 라임오렌지와 소중애 선생님이 들고 온 보드카와 토닉으로 모이또라는 칵테일을 제조해 준다. 술이 센 사람은 보드카를 많이 넣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만 넣는다. 그리고 라임오렌지와 토닉을 적당히 넣는다. 그것으로 맛은 최고지만 박하향을 추가하면 기막힌 맛이 탄생한다. 그냥 박하 잎을 띄워서도 안 된다. 소중애 선생님의 엄지와 검지, 중지를 이용해 박하 잎을 비벼 향을 짜내야만 비로소 진정한 맛의 소중애표 모이또가 된다. 안 먹어 본 사람은 말을 마시라. 감로선생님이 추천하는 일품진로 소주는 공부가주를 반쯤 희석한 듯하다. 소주를 사랑하는 나도 알지 못했던 술이다. 술이 거해지면 시와 노래가 빠질 수 없다. 시백을 뺨치는 조영미 시인이 분위를 타 ‘꽃일래라’ 즉석에서 시를 지어 읊었다. 송정욱 과장님이 친환경 농법과 현미의 좋은 점에 말씀을 하시고 고성 키위가 최고라 자랑하시고는 공룡나라 쇼핑몰 광고까지 했다. 그리고는 ‘이름 모를 소녀’ 노래를 뽑으셨다. 경상도 사투리 쓸쓸이를 썰썰이로 부르는 바람에 서울 분들이 한참 즐거웠다.
아동문학모임에 가면 동요를 부른다. 동요를 부르고 논다는 말에 남편은 아동문학인협회에 간다면 말리지를 않는다. 오늘도 역쉬 동요를 불렀다. ‘꼬마자동차 붕붕’에 이어 ‘은하철도 99’만화 주제가까지 나왔다. 문영숙 작가는 자기의 인생 같다며 ‘여자의 일생’을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불렀고, 김금래 시인의 ‘사랑밖에 난 몰라’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지 몰랐다. 노래방 가서도 노래를 안 하는 나도 참 안타깝게 노래를 불렀다. 명창 감로선생님의 ‘에라 만수~“에 이어 ’진도 아리랑‘은 흥을 더했다. 배익천 선생님이 북을 가져왔다. 북채를 잡았으니 빼놓고 갈 수 없는 마누라 타령(흥보 마누라)는 구슬펐다. 노래를 못해 국악시작을 했다. 북부터 배워 돈 마이 내삐리고 배워 그나마 요정도 한다고 감로선생님이 노래가 는 이력을 말했다. 임종재 영화감독은 잊고 있었던 것들을 살아나게 하는 자리라고 했고, 고무되었는지 지나간 노래를 더듬어 불렀다.
마지막으로 감로 선생님이 ‘명태’를 불렀다. 소중애 선생님은 노래가 꽤나 사치스럽다고 했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 되고 시가 되고/약이 되고 안주 되고/내가 되고 니가 되고//
명태의 가사처럼 재미난 시를 쓰고 싶단 생각마저 들었다. 명태를 받아 소중애 선생님의 ‘망향’ 임플란트로 인해 소리가 죽었단다. 저렇게 쩌렁쩌렁한데 그렇다면 그전엔 얼마나 컸단 말인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택시를 타고 망향을 불렀더니 시끄럽다고 쫓겨났단다. 그리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망향을 부르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된대서 불렀더니 참 시끄럽다고 하더란다. 그 자그마한 몸집에 그렇게 큰 목청이 숨어있었다니...
밤은 깊어가고, 모이또 박하향은 짙어가고, 노래는 무르익어 가는데,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참으로 어렵구나!
평온,소박, 담백함을 마시다
6시부터 슬금슬금 일어들 나시더니 7시가 되자 소란스럽다. 동시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박선미 시인과 3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더 자고 싶지만 어제 마신 술을 깨려면 차를 마셔야 했다. 일찍 일어나신 분들은 산책을 나가셨고, 또 다른 분들은 차를 마시러 갔다. 어효선 선생님이 지어주었다는‘자정향실’을 차실로 쓴다고 했다. 27년 우정들이 모여 여기까지 왔다.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일하는 게 재미있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없다 돈 계산은 제로다, 라고 예원 선생님이 연신 차를 따라 주며 말씀 한다. 고성 군수가 풍수공부를 좀 했는데 이곳에서부터 기가 흘러나온다, 우리나라의 초석이 되겠다, 하셨다고 기 많이 받아가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멋은 세계적임을 익히 안다. 사계절, 아니 날마다 색감이 바뀌는 풍경화 한 폭을 걸어놓은 듯한 창문 하나 만으로도 한옥의 치유효과를 볼 것 같다. 이렇게 멋진 ‘자정향실’을 집필실로 내어 준단다. 허명남. 김현숙작가가 첫 테이프를 끊었단다. 집필일기까지 써 놓고 작품을 완성해 가셨단다. 마음이 저절로 이곳에 머물렀다. 숲의 기운을 뜸뿍 받고 오신 분들이 차실로 하나 둘 모여 든다. 먼저 온 사람들이 일어섰다. 강당에는 아침 식사 전 와인빠가 차려졌다.
이규희 작가는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았음에도 명품의 멋을 낼 줄 아는 멋쟁이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연분홍 빛깔의 숄이 봄과 무척 잘 어울렸고, 와인빠와도 무척이나 잘 맞았다. ‘오빠는 풍각쟁이야’가 흘러나온다. 김금래 시인 엉덩이가 씨룩씰룩 흥이 났다. 예원 선생님도 뒤질세라 엉덩이를 디밀었다. 최종득 시인과 이지호 교수님은 늦은 밤에 가셨고, 기도연 평론가는 아침 일찍 떠나고 없었다. 아침상이 차려지기 전에 나와 박선미 시인도 국에 밥을 말아 한 술 떴다. 몸이 아프고 점심 때 일이 있어 먼저 와야 했다. 차편이 없어 박시인 차를 타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더 즐기다 뒷설거지까지 도와드리지 못하고 온 것이 죄송했다.
문연은 혈연만큼이나 끈끈하다
최영재 선생님의 말씀이 쟁쟁하다. 우리는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소통 되지 않는 사회는 고인 물과 같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특별한 사이. 그래서 문연은 혈연만큼이나 끈끈한가 보다.
대 선배님들 가운데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존경을 받는 분이 몇 분이나 되는 것 같냐고 박선미 시인이 묻는다. 나는 웃었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주저앉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박선배님이 말했다.
“선배님처럼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 것만으로 존경받을만해요. 하지만 항상 긴장하셔야 해요. 후배들이 열심히 뒤쫓아 가고 있으니까요.”
나도 참 당돌하다.
나는 믿는다. 선배님들의 앞선 노력과 후배들의 열성으로 동시동화의 숲은 우거질 것이고 그 숲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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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은 따로 올릴게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찍어놓은 사진이 갑갑해 죽겠단다. 빨리 좀 올리라. 쯧쯧
자료같은 좋은 글이네요.
그 날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
고맙습니다
닉네임이라 선생님 성함을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우와. 책 한권이네요. 동시동화의 숲과 함께 영원히 남을 역사책이에요. 수고 하셨어요.
칭찬은 김자미도 새가 된다는...고맙습니다.
김자미선생님
자원봉사 하시느라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기운 나는 밥 잘 먹었습니다.착하고 성실히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글 쓰기가 쉽지 않은데 슥슥슥 참말 잘도 쓰셨네요. 모든 게 다, 모조리 다 좋아서 절로 웃음이 나온 이틀간이었죠.
정말정말 재미난 이틀이었습니다.선생님 말씀 하나하나에 감동을 먹었더랬습니다.
하이고 언제 그렇게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ㅎㅎㅎ 봄을 먹고 사람맛을 즐기다 ㅎㅎㅎ 역쉬 서글서글 맛난 글솜씨^^
멋찐 선생님 큰언니같았어요. 와이래 정이 가던지. 많이 배우겠습니다.
장문의 후기 대단하십니다. 산문에 강한 작가십니다
즉석 시인 대단했어요.소녀 같았어요. 잘 올라가셨지요?
사람처럼 글도 야무집니다. 후기 쓴다고 겁먹더니 이리 맛난 글을 써올릴거면서 그리 엄살을^^ 이번 행사에 큰 도움주시고 밤새워 말동무해줘서 고마웠어요.
선생님은 항상 저를 예쁘게 봐 주십니다. 옆에서 많이 배우고 존경함돠.
1박 2일을 생생허니 보여주네요~
김자미 샘 수고하셨어요. 후기로 다시 그 분위기에 젖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