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보내고 신안군 증도 갯풍으로 왔다. 4시간 가량 걸려 달려 온 내내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속도 울렁거렸다. 운전석 옆 좌석의 히터를 넣고 누워만 있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한라봉 한 개와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다. 해마다 찾아 와 머무는 갯풍 황토 팬션 103호실에 들자마자 방의 온도를 한껏 올리고 침대에 누웠다. 저녁도 남편 혼자 먹게 했다. 여전히 찬물을 끼얹은 듯 어깨가 시리고 등짝도 아팠다. 죄골이 쑤시는 건 멈추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갑자기 욱ㅡ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변기 두껑을 올릴 틈도 없이 바닥에 물을 쏟아냈다. 한라봉 과립만 드문드문 보인다. 명절이라고 나름 무리를 했나보다.
그래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송공항으로 갔다. 11시 배가 수리 한다고 결항이라며 12시 30분배를 타란다. 남은 2시간 반 동안 점심을 먹으면 될 것 같아 윤국장님께 카톡을 남겼다. 선착장 입구의 봉자네에서 백반을 시켜 먹으라고 하신다. 백반 둘을 시켰더니 휴대용 가스버너 위에 전골냄비 하나를 올려 놓고 간다. 전라도라 그런지 참기름을 동동 띄운 김국이다. 개인 그릇에 들어 먹었다. 용용하던 속이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까 진정이 된다. 남편은 활어 양념 꽃게장이 맛있다고 먹어 보라고 한다. 나는 평소에도 안 익은 거는 손도 안대는데.
기점소악도로 가는 배를 탔다. 선실 바닥이 쩔쩔 끓는다. 남편의 겉옷을 이불 삼아 덮고 누웠다. 몸이 한결 나아졌다. 기점 소악도에서 내려 베드로의 집, 안드레아의 집, 야고보의 집을 돌아 대기점 민박에 짐을 풀었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요한의 집을 다녀왔다. 숙소에서 이불 두 개를 덮고 누워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