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밥
갑자가 한 50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거 같다. 식당이고, 음식이고, 동네고 모두 50년 전같다. 식당 앞은 광장이 형성되어 국밥집과 떡집과 우체국과 커피숍 등이 둘러싸고 있다. 이 자리는 옛날 장터 자리다. 장터에는 어디나 옛날부터 국밥집이 있었다. 인구가 줄어 장터는 없어지고 국밥집만 맛있어서 소용되어 남았다. 장터는 광장이 되었다.
1.식당대강
상호 : 대구식당
주소 : 경남 함안군 함안면 북촌2길 50-27 1층(북촌리 957-16)
전화 :
주요음식 : 국밥, 소불고기
2. 먹은날 : 2023.12.21.점심
먹은음식 : 소불고기 30,000원, 국밥 8,000원, 짬뽕국밥 8,000원
3. 맛보기
소불고기도 국밥도 전통적인 맛이다. 국밥에는 고사리가 들어갔으면 육개장이라고 불렀을 음식이다. 이처럼 세분화되는 것도 후대의 일, 시장 주막은 모두 그냥 국밥이었고, 대체로 이런 맛이었다. 어릴 때 장터에서 국밥을 먹어본 사람이면 기억한다. 그 공통의 맛을.
어떤 맛이냐고? 바로 이런 맛. 진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맵고 적당히 개운한 소고기 국물맛. 콩나물 거섶 가득한, 개운한 맛내려는 무 몇 쪽이 들어간 국물맛이었다. 그리고 대개는 밥을 잔뜩 말아주던 국밥, 밥기운으로 약간은 틉틉하게 완성되는 국물맛, 딱 이런 맛이 국밥맛이었다.
전통의 국밥을 그날 장터의 국밥으로 말아주는 국밥을 오늘 맛보는 것은 시간이 멈춘 국밥을 맛보는 것이다. 아니 시대를 거슬러 장터 주막의 국밥을 맛보는 것이다. 전통 역사 체험이다. 맛있는 국밥에 전통도 역사도 녹아 있다. 국밥 한 그릇으로 많은 것을 먹는다. 맛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소불고기. 국밥과 소불고기가 식당의 주요음식이다. 국밥을 소고기로 만들어 주느라고 초창기에는 직접 소를 잡기까지 했다니 소불고기를 먹어야 식당 주요 음식을 먹는 셈이다. 역시 얼굴음식으로 삼을 만하다. 소고기라 양은 많지 않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맛에 불내가 배여 만족스러운 맛을 낸다.
석쇠불고기, 바싹불고기 등등 유사한 불고기들보다 더 부드러운 맛이다. 이름은 특별한 특색없이 그냥 소불고기. 국밥도 그냥 국밥, 불고기도 그냥 소불고기, 특색을 가미하여 명칭을 특화할 만도 한데 수수하게 그냥 보통명사다.
전통의 맛을 그대로 내겠다는 의지, 새로운 흐름에는 관심없이 그냥 음식만 열심히 만들어 대접하겠다는 순수와 성실의 의미로 읽힌다. 전통적인 방식이 맛으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밥. 국에 밥을 말아 국밥이다. 밥만 말아 나오면 국밥이다. 국물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선지가 한 토막씩 들어 있다. 무와 콩나물과 선지가 개운한 맛을 책임진다. 콩나물이 많아 양은 제법 되지만, 장정이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사이드 메뉴를 따로 주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국밥에 국수와 밥을 나누어 넣었다. 국밥의 다양화다. 다른 것은 모두 국밥과 같다. 국밥과 똑같이 맛있다. 손님의 선택지가 넓어져 좋다.
고기는 부드럽고 고소하다. 국물이 너무 진하지 않아 부담도 없다. 시원한 맛이 토속적이다.
4. 먹은 후
대구국밥을 중심으로 한우국밥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광장에 있는 식당들이 바로 그런 국밥집이다. 옆집 시장한우국밥집도 알려진 집이다.
시장 앞은 넓은 광장이다. 서양에서라면 스퀘어라고 불리는 동네 중심 공간이다. 시장도 형성되고 공동의 모임도 축제도 하는 공간. 여기도 원래 장터였던 공간이다. 장터에는 어디에나 국밥집이 있다. 장꾼도 먹고, 손님도 먹는 국밥집, 오늘날 남은 국밥집은 장터 국밥집인 경우가 많다. 전남 담양 창평장터의 황토방국밥, 안성 안성장터의 안일옥 등이 우선 떠오른다.
대구식당은 원래 개점을 한 분이 대구에서 시집와서 차린 집이었다. 그때도 성시를 이루어서 소를 직접 잡아가며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번성했던 식당을 후손은 이어하지 못하고 식당에서 일하던 분이 인수해서 이름도 잇고, 음식도 조리방식을 이어 식당을 계속하고 있다. 조리법을 전수한 분이 이었으니 불행중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식당 음식은 동네에서도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커피숍에서 만난 주민은 마을 역사를 말씀하시면서 잔반을 싸가면 개와 고양이가 알아보도 더 반긴다고 하셨다. 다른 식당 음식은 별로 반기지 않으며 천천히 먹지만, 대구식당 음식은 꼬리를 흔들며 금방 개눈 감추 듯 먹어버린다고. 개도 알아보는 맛있는 음식이다.
개가 맛을 구분하며 먹는다는 생각은 별로 못했는데 사실 후각이 발달했으니 맛의 태반은 후각으로 변별되는 것인데, 개가 맛을 더 잘 알 수도 있겠다 싶다. 음식 맛 변별의 새로운 이론 추가다.
대구식당은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덕분에 외지인들 구경한다며 좋아하신다. 인구가 줄어서 장마저 사라져서 빈 공간이 되었는데, 얼마나 다행스럽냐는 거다. 장터 공간은 주차장으로 변해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한테는 편하기 이를 데 없다.
넓은 주차 공간이 편하다고 좋아하는 것은 심청이 인당수 떠나는 날 물색 모르고 좋아하는 심봉사같은 철없는 생각일지 모른다. 아픈 상황 모르고서 말이다.
가야 시장은 커지고 이곳은 없어지고, 철길은 가야읍으로 가고, 이곳은 위축되고. 마을 사람들은 아쉬움이 많다. 당시 철도 건설 거부는 일제에 대한 항거였었다. 그 댓가가 마을 쇠퇴였다.
하지만 함안은 전체적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라가야 말이산고분군 등 유적이 알려지고 올해 두 달전 2023년 10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함안은 일약 거국적인 도시가 되었다. 말이산 유적에는 유난히 토기가 많다. 그중 일부는 매우 섬세한 솜씨를 보여 당시 도기 관련 문화의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도기는 대부분 제기일 것으로 생각되나 어쨌든 음식을 담는 식기였음은 분명하므로 이 지역의 음식 발달의 근거로도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지역이 음식으로 다시 떠올라 옛날의 영화를 찾았으면 좋겠다. 순장을 하는 차등의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만족하고 누구나 존중하는 음식문화 대등의 문화로서 말이다. 그럴 때 소고기국밥이 한우국밥거리가 대구식당이 한몫 크게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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