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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균열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창세기 11장 4절 바벨탑
우리는 바벨탑 이야기를 종종 오만함의 대가에 대한 우화로 읽는다. 바벨탑의 건축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기 시작했는데,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위대함과 야망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들의 일은 끝이 좋지 않았다.
바젤의 센트랄반플라츠 2에 있는 BIS 바젤탑은 하늘에 닿아 있지는 않지만, 탑 안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실상 천국의 사명을 띠고 있다고 믿는다. 1930년에 설립된 BIS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영향력이 크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의 하나로 발전했다. 몬태규 노먼의 은밀한 클럽의 회원 수는 60명이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는 63명-역자 주〕 회원은 콜롬비아에서 필리핀, 아이슬란드, 아랍에미리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대표성이 부족하다. BIS는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약 6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와 직원 등 수천 명이 해마다 BIS의 수많은 위원회, 간담회, 회의에 모여든다.
2007년 이후 계속되는 금융위기는 BIS의 자산가치를 감소시키지도 않았고 수익과 위신을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BIS는 중앙은행들에게 단기 유동성, 단기 대출, 금 스와프와 같은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투자 기회와 금융 편의를 제공하고 요금과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통해 BIS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중앙은행들에게 BIS는 매우 인기 있는 상업 파트너이다. 회계 기록을 보면 BIS는 견실하고 보수적이며 신용등급은 최우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융위기는 적어도 BIS에게는 대체로 사업에 유리하게 기능한다. 2009년 3월에 끝나는 회계 연도에 BIS는 약 6억 5천만 달러의 비과세 순이익을 올렸다. BIS의 총 지분 가치는 거의 2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3월 말에 끝나는 회계 연도의 이익은 2009년 회계 연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약 11억 7천만 달러(한 달에 약 1억 달러)에 달한다. 은행의 총지분 가치는 약 280억 달러로 2009년 회계 연도에 비해 40% 증가했다. 이것은 단지 140 곳의 고객과 두 개의 지역사무소(멕시코시티와 홍콩)만을 가진 단일 금융기관으로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IMF는 공공지출의 확대를 보통은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한 IMF조차도 과도한 긴축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시기에, BIS에는 샤흐트, 노먼, 야콥센의 유산이 살아 있다. BIS의 경영진은 과도한 대출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에 대해 주기적으로 경고를 보낸다. 그들은 긴축에 대해 그 결과가 아무리 못마땅하더라도 꼭 처방해야 할 약으로 본다. 사람들은 BIS의 경고에 귀를 기울인다.
BIS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BIS는 소프트 파워 면에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이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총재회의에는 세계 GDP의 5분의 4 이상을 지배하는 국가들에서 온 중앙은행가들이 모인다. 바젤에서 주말에 열리는 토론회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세계수준의 대응책에 대해서 그 논의 방향을 설정해왔다. BIS가 주관하는 여러 위원회는 세계의 금융구조를 재구축하고 규제와 감독 정책을 조율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상업은행의 자본요건을 감시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은 은행감독위원회가 하는 일이 “글로벌 금융이 미래, 나아가서는 세계경제의 미래상을 형성할 것”이라고 썼다. 클라인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 대해 ‘가장 모호하지만 중요한 올해의 규제기관’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은행감독의원회의 행동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러나 바젤에서 수행하는 일은 더 안정적인 세계경제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모호하지만 중요한’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BIS 본부 사람들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조용하게 웃었다.
BIS 연차보고서는 세계의 재무부 직원들과 기타 정부 관계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자료로 간주된다. 연차보고서 집필에 참여하고 감수도 하는 BIS 화폐경제국장은 세계에서 가장 박식하고 영향력 있는 금융경제 분석가, 비평가의 한 명이다. BIS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접근권이 제한된 BIS 정보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BIS의 메인 컴퓨터에는 역외금융센터를 드나드는 자금을 포함하여 초국적 금융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다. 정부들은 그러한 정보에 큰 관심을 갖는다. 9/11 테러가 발생한 3개월 뒤에,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의 침략을 조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목적은 테러 자금 조달을 막고 기록을 공유하는 데 있었다.
BIS가 주관하는 금융안정이사회FSB는 BIS 자체,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에 이어 세계 금융시스템의 네 번째 기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안정이사회는 여러 국가의 금융당국과 금융 규제기관의 활동을 조정한다. 금융안정이사회 회원에는 미국 연준이사회, 유럽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 그리고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러시아, 일본, 한국의 중앙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유럽위원회, BIS도 금융안정이사회의 회원이다. 금융안정이사회는 BIS가 주관하는 3대 위원회처럼 힘이 막강하다. 3대 위원회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지급결제시스템위원회를 말한다. 작가 매트 테비는 거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뱀파이어 오징어로 기억하기 쉽게 묘사한 적이 있다. BIS는 이제 규제 세계의 뱀파이어 오징어이다. BIS는 수많은 위원회들을 주관하는데, 이는 다시 여러 소위원회를 거느린다. 다수의 위원회와 소위원회는 같은 중앙은행 총재·직원들로 구성되며, 각각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한 보고서는 바젤과 여러 중앙은행 정부를 오고 가면서 권고안과 결의안의 끊임없는 회전목마로 이어진다.
은행위기에 대한 해법은 BIS나 다른 기관이 주관하는 내부 위원회나 규제기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금융혁신연구센터의 앤드류 힐튼은 “은행업은 자건거를 제조하는 것과 같은 평범한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기를 막기 위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은행의 청렴성을 지키기 위해 은행을 규제해야 하지만, 그 밖의 목적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 다들 은행업무가 특별하다고 하니까 이런 주장이 오히려 정신 나간 소리로 들일 수 있다. 은행을 통해서 흘러 다니는 돈의 규모가 너무 크고 이것이 사회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은행업이 특별하다. 은행이 더 작아진다면, 은행이 더 단순한 일만을 한다면, 은행이 개별로든 산업 전체로든 체계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은행을 규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은행은 보험에 들 것이고 시스템은 보호될 것이다.”
바젤은 이러한 관점을 공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BIS가 21세기에 걸맞지 않게 불투명하고 엘리트주의적이며 비민주적인 기관이라는 점이다. BIS는 일찍이 독일 배상금 프로그램이 파탄 난 뒤인 1930년대 초에 문을 닫았어야 했다. 그러기는커녕 BIS는 홀로코스트와 나치전쟁조직에 자금을 댔다. 맥키트릭이나 야콥센과 같은 BIS의 구성원들은 종종 필수적인 경제 정보를 나치에 건넸다. 보통은 연합국 당국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BIS는 가장 냉소적인 종류의 자본주의를 구현했다.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BIS는 전선을 가로지르는 금융창구를 열어두었다.
1945년 이후 BIS와 그리고 BIS와 관련이 있는 위원회들은 전후 금융세계 대부분의 틀을 만들었다. BIS는 유럽 통합주의자 프로젝트의 금융적 측면에 필요한 금융 메커니즘, 금융 지원, 그리고 기술적 전문지식을 무대 뒤에서 제공했다. BIS가 없었다면 유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BIS는 유럽중앙은행을 탄생시켰다. 이 은행은 열입곱 나라의 통화정책을 통제하지만 유럽의회나 또는 어떤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BIS는 수십 년을 거치면서 생존해왔다. BIS는 불투명성과 비밀주의에 의해, 그리고 법적 면책특권의 보호막 뒤에 숨는 방법에 의해 그 본질을 유지해 왔다. 기술관료들은, 엘리트 의식이 강한 소수가 일반인들에게 설명책임을 질 필요 없이 글로벌 금융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는다. BIS에 대한 보호는 이러한 믿음을 영구화시킨다. BIS의 명성은 긴축재정을 애지중지하던 시대의 유물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그러한 시대가 지나가버렸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BIS 사무국장이었던 크로켓은 임기 중에 BIS의 강박처럼 비밀주의 가운데 일부를 걷어냈다.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 BIS와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 거래, 나치가 약탈한 금 처리 문제, BIS와 나치의 협력 관계가 차례로 폭로되면서 BIS는 급류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이를 계기로 크로켓은 전시 문서 보관소를 열었다. 그의 결정은 현명했고 역사가들과 탐사보도 기자들에게는 혜택이었다.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쁜 짓을 했다면, 그것을 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였다. 우리는 유일한 해답이 완전한 투명성이라고 결정했다”고 윌리엄 화이트는 회상했다. BIS는 20만 스위스 프랑을 들여 수십 년 동안 방치되어 온 기록을 디지털과 마이크로필름으로 전환하기 위한 용도의 컴퓨터를 샀고, 전문 역사가인 피에트 클레망을 고용했다(크로켓은 또한 BIS의 전시 기록에 대한 나의 인터뷰에도 응하여 장시간 동안 얘기해주었다. 그 내용은 내가 1998년에 쓴 「히틀러의 비밀은행: 홀로코스트 기간 스위스 중립성의 이유」에 실려 있다). BIS의 아카이브는 30년이 지나면 문서를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는데, 이것은 역사가들에게 귀중한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BIS는 현재의 지배 구조에 대해서는 기꺼이 밝히려고 하지 않는다. BIS의 연차보고서와 기타 문서들은 웹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트위터 계정(@bis_org)을 통해서도 정보를 제공하는데, 2013년 2월 기준의 팔로워 수는 13,000명 이상이다. BIS는 하루에도 몇 번씩 트윗을 하기도 한다. 트윗에 연결된 내용에는 BIS가 발표한 연구논문과 보고서뿐만 아니라 여러 중앙은행가의 연설문도 들어 있다. BIS 웹사이트에는 지금까지 업데이트한 최신 자료가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이미 공개된 영역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BIS는, 중앙은행 총재회의나 경제자문위원회의 의제와 주제, 또는 참석자 명단, BIS가 여러 중앙은행의 외환준비금을 운용하는 공공 기금과 수행한 거래 내용과 같은 BIS 내부운영에 대한 정보는 트윗을 통해 제공하지 않으며,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비밀주의의 강조는 지금도 확고하다. 내가 BIS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세체티에게 중앙은행 총재회의와 BIS의 활동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밀유지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은행들이란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비밀유지 협약의 구속을 받는다. 은행업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BIS는 고객과 거래 관계를 맺을 때 모범관행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통상, BIS는 중앙은행 총재회의 뒤에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발표는 하지 않지만, 최근 수년 동안은 연차총회와 연차보고서 발표 뒤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1년 연차총회 뒤의 기자회견은 인터넷으로 볼 수 있었는데, 맥없는 모습이었고, 심지어 내용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카루아나 사무국장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그런 다음 그와 세체티는 소수 참석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네 가지였다. 세 가지는 바젤위원회의 업무에 대한 것이었고 한 가지는 통화정책에 대한 것이었다. 세체티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겨우 17분 동안 이어졌다. 참석 기자들은 BIS 출입 특파원이었다. 2012년에는 기자회견이 없었다. BIS 출입 기자들은, 장시간의 보도제한을 걸어서 연차보고서를 발표하고 원격회견을 기획한다면 따로 기자회견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BIS에 제시했다. 2012년에 기자회견이 열렸다면, 일반 기자들이 훨씬 더 강력한 질문들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것은 은행의 비밀주의 전통, 법적 면책성, 그리고 이것들이 BIS의 미래에 주는 합의에 대한 심오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1991년에 파산을 선언했고 거의 810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는 불이행 상태가 되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채권자들에게 1달러에 대해 35센트를 변제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전에 파산한 국가들은 1달러에 대해 50~60센트를 제시한 바 있다. 변제율이 이렇게 낮았지만 2010년까지 채권자들의 93%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머지 채권자들은 누적이자를 포함해서 6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에 대해 더 많은 금액을 변제하라고 요구하며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변제 안을 거부한 나머지 채권자들은 이탈리아에 사는 약 6만 명이 사람들인데, 크게 두 그룹이 있었다. 한 그룹은 은퇴자금을 굴리기 위해 아르헨티나 채권을 샀다. 다른 그룹은 ‘벌처 펀드’로 알려진 한 쌍의 투자 펀드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그 자회사 NML 캐피탈이었다. 이 투자 펀드는 채무불이행에 빠진 나라들을 추적하여 그 나라 증권을 유통시장에서 대량으로 사들였다. 엘리엇은 미국 법원을 통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제소했다. 이탈리아 투자자들은 세계은행의 일부인 국제투자분쟁센터에서 소송전을 펴고 있었다. d이 투자 펀드와 이탈리아인 투자자들은 법적으로는 일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BIS로 보냈다. 그 돈은 채권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러자 투자 펀드는 BI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BIS의 면책보장 특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것은 BIS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 투자 펀드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외환준비금의 80~90%인 480억 달러를 바젤에 예치하는 것을 BIS가 허용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외환준비금의 작은 비율만을 바젤에 예치한다. 내가 2012년 12월에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에 대한 상세한 질문을 했을 때, BIS의 홍보 책임자인 리사 윅스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윅스는 2011년 7월에 「월 스트리트 저널」에 실린 자기의 글을 읽어보라고 말해주었다.
윅스는 그 글에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BIS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BIS는 고객 기밀유지 의무에 따라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실제 예치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 400억 달러라는 수치는 ‘극도로 과장된 것’이라고 윅스는 썼다. 윅스는 글에서, 스위스의 대법원인 스위스 연방재판소가 투자 펀드의 소를 각하하고 BIS의 면책특권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예금을 받아들이는 것은 BIS 임무의 일부이다. 이를 통해 BIS는 중앙은행의 국제결제 거점으로서 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BIS는 다른 국제기구들과 마찬가지로 “면책특권에 의해 보호를 받는데, 그 특권은 BIS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윅스는 썼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채권 보유자들은 공공의 이익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보았다. 국제통화기금의 서반구 국장을 지낸 클라우디오 루저는 BIS에 있는 아르헨티나 예금계좌는 “은행업무 기준에서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고 썼다. “BIS는 심각한 이해 상충 문제를 안고 있다. BIS는 어떤 한 나라 중앙은행의 이익을 위해 다른 많은 나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에 스위스 연방평의회(스위스 연방정부)는 아르헨티나 채권을 보유한 투자 펀드가 BIS에 예치한 아르헨티나 자금을, 얼마가 됐든, 가압류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평의회는 1987년에 BIS 본부 지위에 대해서 BIS와 스위스 연방평의회가 맺은 면책특권 협정의 남용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연방평의회는 BIS의 법적지위와 면책특권을 관리하는 곳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BIS가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을 둘러싼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광범위한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만약 다른 나라들도 채권자들을 피하는 장소로 BIS를 이용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BIS의 전 간부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르헨티나는 BIS에게 큰 숙제이다. 정부들이 BIS에 준비금을 예치하는 이유는 그곳이 돈을 넣어 두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예치된 준비금이 면책이 되고, BIS가 소송을 당하거나 압류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BIS는 약탈한 돈의 반환을 돕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독재자 사니 아바차가 1998년에 죽은 뒤에 나이지리아 당국은 아바차가 약탈하여 스위스 은행들에 예치해 둔 수억 달러를 추적했다. 2004년에 스위스 당국은 스위스의 여러 은행에 대해 약 5억 달러를 BIS의 나이지리아 계좌를 거쳐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으로 보내도록 명령했다.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과 나이지리아 약탈 자산 문제는 BIS의 면책특권이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BIS는, 논란거리이기는 하지만, 채권자의 손에서 벗어나려는 나라에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약탈 자산의 반환과 같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거래를 위해 선택하는 은행이기도 했다. 맬컴 나이트는 “주로 주권국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BIS가,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거래에 대해서 각국 법 체계의 적용을 완전히 면제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BIS의 옛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BIS와 거래하는 모든 나라는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것과 유사한 통일표준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그 협정에 따라 BIS와 거래하는 나라의 모든 금융거래에는 면책 특권이 적용된다. 또한 그 협정은 BIS가 공식적 국제기관으로서 기능하는데 필요한 다른 면책특권, 예컨대 직원들이 출장을 갈 때에 적용되는 면책특권도 제공한다.
킹은 BIS가 “어떤 의미에서든 피난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국가채무 논쟁이 채무국을 내몰아서 채무 재조정을 반대할 소수의 채권자들에게 착취당할 수 있는 처지로 떨어지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BIS는 이러한 종류의 논쟁에 특화해 있지는 않다. BIS가 다루는 논쟁은 훨씬 더 광범위하며, 우리가 국가채무 조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벌처 펀드와 같은 채권자들이 뒷구멍으로 여러 나라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채권자들이 다른 채권자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지위를 얻으려고 시도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 앞으로 국공채는 채무조정 방해 행위를 막기 위해 집단행동 조항을 넣어서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법적인 게임 규칙의 틀 속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BIS는 IMF나 기타 국제기관과 같은 정도의 법적인 면책을 받고 있다.”
BIS는 자기들이 매우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믿는데, 여기에는 커다란 모순이 깃들어 있다. BIS는 미래의 글로벌 금융규제 틀을 만들어 나가면서, 좋은 지배구조를 부르짓는다. 그러면서도 자기 일은 법적 보호와 면책특권의 촘촘한 장막 뒤에 확실하게 숨겨 놓는다.(345~355)
〔출처〕 바젤탑
Tower of Basel(2013)
아담 레보어, 임수강 옮김, 더늠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