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있는데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니게 온다. 이 소설에서 이런 식의 비가 내린다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절망할까? 그래도 물통 몇개는 채워야 하는데 이렇게 가늘고 힘없고 그저 대기 중의 수증기같은 비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말이다. 비는 안 오고 잔뜩 흐리기만 해서인지 몸 여기저기가 아우성이다. 아니, 사실은 머리가 더 아우성이다. 비 오는 날이면 으레껏 떠올리곤 하던 호박전이나 김치전도 안 땡기고(있으면 먹을 거면서), 그냥 머리를 어디 시원하고 한적한 곳에 두었다가 다시 찾고 싶다(이를테면 전당포?). 이 소설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아직 다 읽지 않아서 말이다), 자꾸 코맥 매카시가 떠오른다. 역시 매카시야, 이러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말이다. 난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 같다. 고구마 줄기를 캐는 삶? ㅎㅎㅎ. 옥타비아 버틀러를 읽다가 매카시가 떠오르면 매카시를 읽고 그러다가 다시 파울 첼란을 읽는 뭐, 그런 아무런 두서도 없는 삶 말이다. 오늘 나는 아마도 삶에 체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낮에 급하게 먹은 애플빵에 체했다고 말해야 하리라. 가게에서 서비스로 얹어 준 그 빵을 받는 게 아니었다고 말이다.
첫댓글 뇌 혹은 눈을 찬물로 깨끗이 씻어서 다시 넣고 싶을 때가 있더군요. ^^
그러니까 말입니다^^
'삶에 체했다' 생각해보지 못한 표현이어서,,나중에 좀 빌려 써도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