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맺은 형제의 의리.
여기서 ‘도’자가 바로 ‘복숭아나무 도(桃)’자 이다.
이 집에는 전부터 수돗가 옆 담벼락에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저 복숭아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삼국지의 도원결의가 생각난다.
우리 가족은 이 집에 들어온 첫날, 그 도원결의를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맺은 가족의 의리로 바꾸어 끈끈한 가족의 의리를 지키자고 약속했다.
서로 더 사랑하고 서로 더 아껴주기로.
그 복숭아나무가 올봄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더니 여름이 되어 과실을 맺었다.
기대도 하지 않고 비료 한 포대도 뿌려주지 않았는데 탐스러운 과실을 맺었다.
태양과 바람과 비가 키웠나 보다.
비료 한 포대 뿌려주지 못한 주인장의 마음이 참으로 미안하다.
그런데도 넌 꿋꿋이 열매를 맺어주었구나.
그 열매가 너무 탐스러워 사진 한 장 기록으로 남긴다.
그중 빨갛게 잘 익은 녀석으로 골라 한두 개 따서 모두 모여 복숭아를 자른다.
올해 첫 복숭아다.
생각보다 달콤하고 새콤한 딱딱 복숭아다.
이 대음집 덕분에 이런 호사도 누려 보는구나.
내 마당에서 직접 따서 바로 먹는 맛이라니.
내 마음은 이 복숭아를 먹기 전부터 이미 달콤하고 맛있었다.
마트에서 사 먹는 복숭아와는 그 맛이 아니 그 느낌이 너무 다르다.
우리만의 복숭아다.
아이들은 더 따달라고 성화다.
아니 본인들이 따보겠다고 더 성화다.
복숭아나무 밑에 의자를 놓고 아이들은 올라가 복숭아나무 아래로 고개를 들이밀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과실을 딴다.
조막만 한 손으로 복숭아 따는 모습이 예쁘다.
시골집에서 지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거 하려고 아파트에서 나와 시골 주택 집으로 온 거다.
아이들이 딴 과실이 내가 딴 과실보다 더 맛있다.
아이들도 좋은 거 맛있는 거 고를 줄 아나보다.
아이들의 눈은 나보다 더 정확하다.
나보다 더 순수하고 아름답다.
내년에는 비료 한두 포대 뿌려주고 사랑도 많이 주어야겠다.
그러면 내년에는 더 맛있는 복숭아를 먹을 수 있겠지?
내년에도 마당 평상에 둘러앉아서 이 호사를 또 누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