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크로커스
가시는 교수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강길수 교수님이 3월 21일 타계하셨다. 그 분은 나의
은사님이시다. 40년간 세배를 다닌 교수님이시다.
작년에 세배를 갔는데 사모님(이윤자 여사 전국주부교실 회장)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교수님께서 말 수가 적고 무기력하시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치매가 오지 않을까
대단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동무가 되어드릴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듣고 있다가 집에 와서 아내와 상의하였다.
"교수님의 말 동무, 내가 되어드리면 어떻소?"
그래서 교수님 사모님께 전화하고 교수님을 방문하였다. 가정의 일을 돌보시는 아주머니
가 반겨하신다. 거실에서 만나 뵙고 두어 시간을 이야기 하였다.
교육 이야기 세상이야기 여행 이야기 가문의 이야기 등 여러가지를 하였다. 듣고 웃으시고
즐거워하셨다.
그런데 우선 교수님의 반응이 어떠하며 사모님의 반응도 어떠한가를 살폈다. 우선 교수님
께도 여쭈어 보았다.
"교수님 저와 같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재미 있고 즐거워..."
사모님께도 여쭈어보았다.
"교수님이 무어라고 말씀 하세요?"
교수님이 대단히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대단히 고맙습니다.
누가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이러한 반응을 들으면서 3, 4개월에 걸쳐 일주 한 번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방문하여
3시에서 5시까지 교수님과 대화하였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치매끼는 전연 없고
서로의 대화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다가 호흡이 자유롭지 못하여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을
하심으로써 대화의 기회는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입원을 하셔서 집에 다시 오셨으나
누워계셔서 대화는 되기 어려웠다.
얼마 계시다가 또 입원을 하셨다. 병원 문안을 갔다. 호흡기를 달고 통증을 느끼고 계셨다.
문안도 미안한 순간이었다. 이제 장기 입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알아 보았으나
나중에는 알아보는 순간이 짧아지고 있었다. 18일에는 집사람과 같이 문병하였다.
알아보시는듯 하더니 눈을 감으신다. 19일에는 의사의 마지막 진단이 나왔다. 사모님이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21일 산행을 위하여 전철을 타고 삼각산을 가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불안하였다.
가면서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타계하시고 한 시간 후에 연락을 받은 것이다.
가던 산행을 그만 두고 집으로 와서 옷 갈아 입고 빈소로 갔다.
교수님은 3월21일 9:14분 부활절 3일 앞두고 영민하셨다. 교수님이 영민하는 순간 사모님과
가족 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사모님께서 교수님의 마지막을 말씀하신다.
"교수님은 잠을 자는듯 조용히 가셨습니다."
나는 국민대 강영삼 교수님과 만나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부고 준비하면서 학회장을 준비
하였다. 장례위원장으로는 대전대학교 신극범 전총장님을 모셨다.
22일 오후에 입관식이 있었다. 시신을 모신 방과 유리로 칸을 만들어 염하는 관경을 보는
방이 있었다. 가족과 친지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이 이루어졌다. 옆에서는 천주고
신도들이 모여 연도의 기도 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우리 창 넘어 염하는
관경을 보았다.
입관을 주관하는 분이 염할 때 가린 교수님의 얼굴을 보이게 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한다. 또 한분이 소독된 작은 천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가 하직 인사를
하였다. 그 때 나는 무슨 말씀을 드릴까 생각하였다. 나의 차례가 왔다. 이마에 다가가서 천으로
이마를 닦고 두 손을 공손히 대면서 말씀드렸다.
"교수님 참으로 훌륭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럴 때는 말도 하나의 사치이다. 많은 분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교수님의 얼굴에 손을 대고
고개 숙이거나 이마에 얼굴을 대거나 한다. 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조용히 낮은 소리로 말씀
드렸다. 그리고 돌아나와 눈물을 닦았다.
23일은 많은 문상객이 있었다. 제자들이 많이 왔다. 이분들을 모두 접견하였다. 사모님께 소개
하기도 하였다.
24일 장례일이다. 청주교 장례 미사로 학회장을 겸한다.
이런 경우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2008 3 23 그 길/ 정태범
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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