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고 나서야 아뿔싸! / 이재곤
나는 오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내 나이 이십 대 초반에 결혼했는데 결혼 전 총각 시절에 스스로 모은 돈이나 부동산이 전혀 없었다. 부모님께서 살림을 알뜰히 사셔서 논과 밭을 조금 물려 주셨는데 땅에서 얻는 경제적 소득이 별로 없어 현실적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아 돈을 빨리 벌어야 가족을 부양하고 내 집을 마련한다는 강박감(强迫感)에 오직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이외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누구나 돈을 벌어 저축하고 재산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과 고민, 노력을 했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어쩌면 나는 더 많이 절박(切迫)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친구들보다 몇 년 앞서 준비된 살림살이 없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이십 대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이 없어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하며 도전하고 실천해보았으나 성과를 얻지 못하고 말단 공무원으로 취직하여 수입이 많지 않으니 셋방살이를 하다가 작은 집을 마련 이사를 해서 불편한 점이 조금 있어도 감수(感受)하고 살았다.
삼사십 대들어서도 가정에서는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고 직장에서는 하급위치의 직원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일을 배우고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나가며 동료들과의 교류도 원만하게 하려고 노력을 다해야 하니 옆 돌아볼 겨를조차 가지지 못했고 월급으로 한달살이가 빠듯하니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익숙해지고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 삼 남매를 두었으니 뒷바라지도 수월하지 않았다. 군 소재지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녔는데 장차로 대도시로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워지는 제도 때문에 아이들이 진학에 불리한 조건에 놓일까 봐서이고 능력 없는 부모로 나중에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 당시 우리 집 형편으로는 대구광역시로 이사는 어려웠으나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결단을 해서 집을 팔고 힘에 버거운 대출을 받고서야 이사를 했다.
오 육십 대들어서는 직장에서는 중견 간부로서 상 하급자 중간 역할을 잘해야 하고 관장(管掌)하는 업무 범위도 넓어져 말 그대로 코 훌쩍 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장성하니 대학 진학으로 학비 충당(充當)이 버거워 전심전력을 기울이고 이어서 군 복무를 하니 자나 깨나 무사 안녕을 기원했으며 우리 부부의 건강은 특별히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 후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하니 이제 조금 정신적으로 시간 적으로 여유로워 지리라 기대했는데 전혀 기대에는 부응(副應)하지 못했다. 그 원인 중 첫째는 혼사(婚事)가 눈앞에 닥쳤고 둘째는 살림 차릴 뒷바라지를 해주어야 했다. 그동안 내가 조금 저축한 돈과 본인들이 번 돈을 모아 결혼하고 살림을 차리고 나서 이제는 우리 부부가 허리 좀 펴고 건강 관리에 신경 좀 쓰며 사나 생각했는데 착각(錯覺)이었다.
우리 부부의 눈앞에 더 힘 드는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친손자 손녀를 돌봐 주는 일이었다. 자식 삼 남매가 장성(長成)하여 출가하면 부모로서 임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산(誤算)이었다.
육십 줄을 넘기고 칠십 줄에 들어서서 손주들도 중고생이 되니 조금 한가하여 천천히 숨을 쉬어도 될 여유가 생기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청춘 시절에 “건강은 건강할 때 돌보아야 한다.”는 말을 흘려듣고 내 건강을 돌보며 살아야 하는 것을 잊고 살아왔으니 우리 부부 여러 곳에 탈이 나서 의원, 병원, 한의원, 약국을 찾는 일이 잦아지며 잔병치레로 고생길로 접어들고 나서야 아뿔싸! 내 몸 건강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거나 잊은 채로 칠십 줄 중반이 넘도록 살아왔구나? 깨닫게 되었다.
사실 젊은 시절에는 젊다는 생각만 했지 건강은 신경 쓰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건강을 아예 돌보지 않고서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대충 버텨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건강 관리에 대한 희망 줄을 놓아서는 안 된다,
현재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후회하기보다는 여생(餘生)이 더욱 중요하다 흔히들 농담처럼 9988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부터라도 규칙적인 일상생활 계획을 세워 몸에 이로운 운동을 하고 음식도 해로운 것은 과감히 피하고 금연은 근 사십 년을 해 왔으니 앞으로 더욱 철저히 지키며 술은 원래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서 특별히 금주를 안 해도 자연히 멀리하여 왔으니 지금과 같이만 실천해나간다면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고 유지되고 앞으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