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삼매와 십육관법
1)견불삼매
견불삼매는 반주삼매(pratyutpanna-samādhi)라고도 하며, 기원 전후 대승 초기에 성립된 『반주삼매경』에 의한 수행법이다. 후한 영제(靈帝) 179년에 지루가참(支婁迦讖)과 축불삭(竺佛朔)이 공역한 삼권본과 지루가참 역의 1권본 등이 있다. 이 경은 정토 경전의 효시라고 생각되며,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과 서방정토가 등장하고 있다. 원래의 명칭은 '현재불실재전립삼매(現在佛悉在前立三昧)'라고 한다. 이것은 마음으로 부처의 상호를 계속해서 관상(visualizing)하는 것이며, 불수념(佛隨念, buddhānusmṛti)의 한 종류라고 생각된다. 경전에는 '현재에 부처가 모두 앞에 나타나는 삼매'라고 한다. 즉, 반주삼매는 부처가 눈앞에 현전하는 삼매인데, 다음의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살도는 한량없는 불국토 가운데 시방세계 모든 부처를 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량한 불국토에 모든 부처를 염하는 삼매가 항상 현전한다고 말한다. 묻기를 보살의 삼매가 가지가지로 한량없는데, 어찌하여 다만 보살의 염불삼매가 항상 현전한다고 하는가? 답하기를, 이 보살은 염불하기 때문에 불도 가운데 들어갈 수 있다. 이 까닭에 염불삼매가 항상 현전한다고 한다. … 이 염불삼매는 능히 여러 가지 번뇌와 죄를 다 제거할 수 있다.
대승의 보살도는 시방세계 모든 부처를 염하는 것이며 이러한 공덕으로 염불삼매가 현전한다. 그러므로 염불삼매로 인하여 불도에 들어가 모든 번뇌를 제거한다고 설한다. 부처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삼매에 들어가는 관문이며, 한량없는 불국토에 모든 부처를 염함은 아낌없이 지속적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삼매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는 계를 잘 지키고 홀로 한곳에 머물러, 마음으로 서방 아미타불을 염하되, 지금 들은 대로 응당 염해야 한다. 여기에서 천억만 불토를 지나면 수마제(須摩提)라는 나라에서, 모든 보살 가운데서 경을 설하며 모두 항상 아미타불을 염한다. …일심으로 염하기를 온종일이나 혹은 7일 밤낮이 지나면, 7일 후에는 아미타불을 친견할 것이며, 깨었을 때 보지 못하면 꿈속에서 보게 된다.
위의 인용문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는 사부대중에게 설한 법문이며, 둘째는 서방의 아미타불을 직시하고 있고, 셋째는 서방이 천 만억 불토를 지나는 수마제(sukhāvatī)라는 곳이며, 넷째는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염하면 이레 후에 친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첫째, 사부대중의 언급은 경전이 대승 초기에 역출된 것이다. 둘째, 정토삼부경 이전에 서방 아미타불을 주장한 경전이다. 셋째, 천 만억 불토를 지나므로 타방의 정토이다. 넷째, 법수로써 견불을 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 344~413)은 견불삼매에 대해 세 가지로 설한다.
첫째는 신통력에 의해 부처가 있는 곳에 이르러 친견하고, 둘째는 반주삼매로 아미타불을 염하는 수행으로 마음을 집중시켜 친견하며, 셋째는 염불을 수습하고 욕심을 여읜 삼매 속에 불상‧생신불‧삼세불 등을 보며, 이 세 가지를 함께 염불삼매라고 한다. 견불삼매‧반주삼매‧염불삼매 등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의도 반주삼매를 불립(佛立)삼매라고 하며 세 가지 뜻을 들고 있다.
첫째는 불타의 위신력이며, 둘째는 삼매의 힘이고, 셋째는 수행자의 본래 공덕이라 한다. 또 선정 중에 시방의 부처가 그 앞에 서 있음을 봄이, 마치 눈 밝은 사람이 맑은 밤에 별을 보는 것과 같아서, 시방의 부처를 보는 것도 이와 같으므로 불립삼매라고 설한다. 아래는 1권본 『반주삼매경』의 내용이다.
보살이 이 국토에서 아미타불을 전념(專念)하므로 부처를 보게 된다. '어떤 법을 가지면 이 나라에 태어나는가?'라고 물으면 '가서 태어나고자 하면 마땅히 나의 이름을 쉬지 않고 생각하면 가서 태어난다.'라고 말한다. 오로지 생각하기에 가서 태어난다. 항상 생각하기를 부처의 몸에는 32상과 80종호가 있고, 수많은 광명으로 밝게 빛나며 단정하기가 이를 데 없다. … 부처를 염하는 작용으로 인하여 삼매를 얻는다.
위와 같이 보살은 오로지 아미타불을 염하는 까닭에 부처를 보게 되며, 이 나라에 태어나고자 하면 아마타불의 명호를 쉬지 않고 생각하고, 부처의 장엄한 상호와 밝게 빛나는 광명을 생각하므로 삼매를 얻는다고 설한다. 이처럼 부처를 염하는 것이 관념(觀念)과 관상의 염불임을 알 수 있다.
또 『대지도론』에는 반야를 어머니로 삼고, 반주삼매(般舟三昧)를 아버지로 삼는다고 설한다. 이것은 염불이 부처의 상호와 공덕을 관상하는 선정의 측면임을 알 수 있다. 아래는 반주삼매를 속히 얻는 네 가지 법에 대한 내용이다.
첫째, 석 달 동안 손가락을 튕길 정도의 짧은 순간에도 세간사(世間事)를 생각하면 안 된다. 둘째, 석 달 동안 손가락을 튕길 정도의 짧은 순간에도 눕거나 외출하면 안 된다. 셋째, 석 달 동안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 경행(經行)을 하되 쉬거나 앉아서는 안 된다. 넷째, 사람들을 위해 경전을 설하되 사람들에게 옷과 음식을 바라면 안 된다. 이를 네 가지라고 한다.
인용문에는 반주삼매를 속히 얻기 위해 찰나도 세간을 생각해서는 안 되며, 식사 시간을 빼고 앉거나, 눕고, 외출하거나, 쉬어서도 안 되고, 경전을 설할 때도 대가를 바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염불에 집중해야 함을 설한 것이다. 이러한 방편은 이후 정토종의 주요한 실천수행으로 자리잡으며, 지의가 설한 천태의 사종삼매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1권본 『반주삼매경』에도 인용문과 유사하게 설하며, 속히 삼매를 얻는 다른 네 가지 일을 설한다. 즉, 첫째는 믿음을 허물어 버리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정진함에 퇴보가 없는 것이며, 셋째는 지혜가 능히 견줄 자가 없는 것이고, 넷째는 항상 훌륭한 스승을 섬기는 것이다.
또 지의의 사종삼매는 『마하지관』에서 설한 상좌(常坐)‧상행(常行)‧반행반좌(半行半坐)‧비행비좌삼매(非行非坐三昧) 등이다. 이 가운데 상행삼매가 반주삼매와 관련이 있으며, 상행삼매의 수행방편으로 『반주삼매경』의 염불삼매를 설하기 때문이다. 아래에는 『마하지관』에 나타나 있는 '상행삼매' 수행에 대한 내용이다.
90일 동안 몸으로는 항상 걸으며 쉼이 없고, 90일 동안 입으로는 항상 아미타불을 외우며 쉼이 없다. 90일 동안 마음은 항상 아미타불을 염하고 휴식이 없다. 때로는 외우고 염함이 함께 하고 … 요점을 말하면, 걸음걸음, 소리소리, 생각 생각마다 오직 아 미타불이 있을 뿐이다.… 어떤 것을 염하는가, 32상을 염하는데 발밑의 천 폭의 바퀴 상부터, 차례로 거슬러 올라가 모든 상과 육계까지 염한다.
위의 수행은 반주삼매에 설하는 네 가지 가운데, 앞의 세 가지 수행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상행삼매'의 수행은 90일 동안 걸으며 쉬지 않고, 입과 마음으로 항상 아미타불을 외우고 염한다. 염하는 대상은 아미타불의 32상을 관하고 염하는데, 중요한 것은 칭명염불과 관상염불이 함께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반주삼매처럼 고요한 관조의 견불(見佛) 체험이 아닌, 칭명염불과 삼매가 결합된 새로운 염불삼매 수행론의 등장인 것이다.
다시 말해 반주삼매의 관념과 관상염불이 '상행삼매'에서는 칭명염불이 추가되며, 정토종의 칭명염불 이전에는 두 가지가 겸수됨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의는 네 가지 삼매 가운데, '상행삼매'를 모든 공덕 중에 제일이라 찬탄한다 이처럼 '상행삼매'는 반주삼매 즉, 견불삼매를 얻기 위한 중요한 수행 방편으로 실천된다. 한편 『반주삼매경』은 정토교가 융성하기 전의 과도기적 경전이라 할 수 있다. 정토 경전들이 주로 내세의 왕생을 설한다면, 『반주삼매경』은 현재의 수행에서 견불을 체험하는 것이다. 또 주목할 것은 반야공관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반주삼매는 견불을 위한 삼매일 뿐만 아니라, 반야공관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법의 실상에 들어가는 삼매이다. 용수가 이를 받아들여 견불삼매로 불퇴전에 머문다고 설한 것이다.
<『금강심론』 수행론 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