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나에게도 이 단어는 생소했다. 어렸을 적부터 시골이 아닌 제주시내에 살았고 젊었을 적 제주를 떠나 있었기에 이 곶자왈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몰랐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제주 4.3에 관한 자료를 찾다보니 곶자왈이란 단어를 찾을 수가 있었고 그곳 곶자왈에 제주의 많은 사람들이 4.3항쟁 당시 희생을 당한 곳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게 시발점이 되었을까? 나는 제주에 있으면서 이곳 곶자왈 숲을 매일 걷는다.
곶자왈이란 제주 사투리로써 ‘곶’은 숲을, ‘자왈’은 자갈 돌멩이를 일컫는다. 자갈과 돌멩이는 한라산이 폭발할 때 분출된 용암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로 이것들 위에서 풀과 나무가 자란 숲을 부르는 말이다. 이곳 곶자왈은 나무, 덩굴식물, 암석등과 뒤엉켜 자라는 곳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식물과 한대남방한계식물을 동시에 볼 수가 있다.
곶자왈에 서식하는 나무들은 곶자왈이 ‘아아 용암’으로 이루어져 표면이 매우 거칠고 토양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토양층이 매우 얇아 나무는 뿌리를 깊게 뻗을 수 없기 때문에 뿌리의 상당 부분이 땅 위로 드러나 있어 지표면에 솟아있는 커다란 암석과 어우러져 흡사 어느 분재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는 듯 하다.
제주의 곶자왈은 지하수 함량이 풍부하고 보온, 보습효과가 뛰어나고 지하 풍혈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은 습도 100%, 온도는 18~21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식물의 생장에 적합하며 푸른 이끼가 돌멩이들 위를 가득 덮혀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며 걷는 숲길! 봄을 향해 가던 2월말의 곶자왈 초목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 있었고 곶자왈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며 작년가을에 멋을내던 억새들은 새로운 봄날을 준비하려듯 자그마한 파릇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밤새 어느 둥지에 몸을 맡겼던 산새들은 쪼로롱 쪼로롱 울음을 내며 아침 벌레찾기에 바쁜데 까마귀밥 나무위에서 날카로운 부리를 하고선 게으른듯 눈만 껌뻑이는 까마귀떼들은 호시탐탐 죽은 들쥐의 사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이어폰을 양귀에 걸어 흘러나오는 노래에 흥얼거려 숲길을 걷는데 수풀사이로 후다닥 도망치는 노루떼는 이제는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 뒤돌아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멀리서 여유롭게 바라보는 모습이 아침숲속에서 벌어지곤 하였었는데 어느덧 그 겨울 가고 5월을 향해 가던 곶자왈의 숲속은 울긋불긋 이름모를 야생화, 붉은 진달래, 하나둘 꺾어다 끓는물에 푹삶아 깨소금 참기름에 무쳐 밥상위에 올려놓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는 고사리가 우후죽순처럼 도처에 자라고 있으며 나무의 새싹들은 이제 무성히 자라 파란 숲 그늘을 만들어감에 여름날도 멀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제주의 곶자왈은 이곳 구좌-성산 지대에 있는 교래리 지역 말고도 세 군데가 더 있다. 한경-안덕 지대, 애월 지대, 조천-함덕 지대에 제주도 동부, 서부, 북부에 걸쳐 원시림의 모습으로 넓게 분포하며, 용암제방, 용암수형, 용암돔, 부가용암구 등 특이한 지질구조들이 다양하게 분포하여 제주도에서만 볼 수있는 독특한 모습을 이루며 한라산의 자생하는 500여종의 식물군보다 더 많은 700여종의 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으로 우리들에게 여태 알려지지 않던 제주의 허파구실을 해오고 있는 곳이다.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360여개의 크고 작은 오름과 네개지대의 곶자왈이 제주의 등고선을 이루고 있는데 제주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곶자왈을 찾는 이가 별로 없다. 그것은 어찌보면 아직까지 우리 인간들이 침범하지 말아야할 최후의 낙원이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오늘날 까지 여태 보존되어있지 않나 여겨지지만 이제 우리 인간들은 급기야 금단의 숲을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다. 곶자왈은 개발업자들의 표적이 되어 이곳에 골프장,위락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어 돈벌이의 장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이곳 곶자왈 숲길을 걸을 때 마다 생각해본다. 과연 개발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보존하여 영원한 원시림의 곶자왈로 두어야 할런지를..... 하기사 이곳 곶자왈이 일부나마 개발, 개방되어 오늘도 나는 걸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곶자왈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한다. 나는 이리 생각한다. 곶자왈의 개방은 필요악이라고.... 만일 자연을 생각하여 이 곶자왈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지 않했더라면 이곳 숲이 이리도 아름다운지를 어찌 알고 느낄 것인가? 나중 제주를 방문하여 이곳 곶자왈을 찾는다면 느낄수 있을 것이다.
곶자왈의 숲은 온통 가시덤불과 울퉁불퉁 돌멩이들에 이끼가 끼어있고 그 돌틈사이로 수 많은 뱀들이 서식하고 있어서 그 숲을 헤쳐나가기는 무척 어렵고 엄두가 안 나리라는것을 말이다. 그러나 개발업자에 의해 개발된 숲길은 우리가 걷는데 보다 수월하고 숲에서 풍겨나오는 피톤치드의 향내를 맡으며 길을 걸어가면 상쾌한 마음을 갖게함에 어찌보면 곶자왈의 개발은 잠시 우리가 복잡한 도시를 떠나 힐링하는데 한층 활력소를 만들어주는 장소라는것을 느낄 수가 있기에 나 처럼 곶자왈의 개발에 그리 비판적인 마음을 갖지는 않을것이란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자신들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한 무분별한 곶자왈의 개발을 막기 위하여 곶자왈공유화재단이 2007년에 설립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이곳 곶자왈 보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은 사유지가 되어있는 곶자왈 지대들을 각 기업체와 개인이 낸 성금을 모금하여 토지주들을 만나 설득하여 조금씩 조금씩 곶자왈을 매입하여 곶자왈 보존사업을 벌이고 있다. 곶자왈은 이제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서로가 아끼며 보존을 해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나중 기회가 된다면 이곳 곶자왈의 숲길을 걸어보라. 우리 생전 통일 한국시대가 언제 열릴지 모르게 60여년간 굳게 닫혀있어 지금 당장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가보지 못하지만 곶자왈은 일부나마 열려있어 수 천년 비밀을 간직한 곶자왈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 될 수 있으니까. 단지, 주의할 점은 곳자왈 구석구석 고사리가 눈에 띈다고 고사리는 꺾지 말지어다. 몇 줄기의 고사리를 캐려다 지나는 살모사에게 물릴수가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