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의 젖줄이자 터전
사람이 살아가는 밑바탕의 근원은 무엇일까?
부산은 앞쪽에 바다와 접하고, 뒤로는 금정산을 비롯한 산들을 등지고 있다. 예로부터 부산은 우리나라의 관문으로써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무수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창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한 부산에서 특히 해운대는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 요트경기장, 장산 등의 환경과 어우러져 있다. 여기 해운대의 병풍 역할을 하는 장산은 계곡과 함께 너덜겅 지대가 두드러진 산악지역이다. 이런 환경을 시민들이 참여하는 환경 살리기 운동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 장산의 대원각사와 좌동에 있는 반야선원을 관리하는 안도스님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안도스님은 불교계를 대표하여 부산불교환경연대를 이끌고 있다. 대원각사에 가면 종이잔을 비롯한 일회용 물품은 없다. 절 입구 공터에 끊는 물통과 커피는 갖춰져 있지만 종이잔은 없다. 처음에 이렇게 준비해 놓았을 때 절을 찾은 분들이 혼돈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은 유추해 볼 수가 있다. 개인 머그잔을 준비하는 자연스러운 습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끄러운 잡음이 들여올 수밖에는 없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 불협화음의 시간을 보내고 안착이 되었다.
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도 변화를 통해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우스운 일이나 볼썽사나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이 거추장스럽거나 힘들다고 아예 하지 않는다면 자연보호니, 환경운동이니 하는 것을 시작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서툴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사소한 작은 습관들이 우리를 단련시키는 역할을 해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한다. 그런 어수선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조금씩 성장해 가면서 환경보호, 지구촌 살리기 등의 자연보호를 위한 중요한 요소와 원인을 알아가게 된다.
사람들이 하는 거의 모든 것은 처음에 거창하게 시작하면 실패하는 빈도가 클 수밖에 없다. 작은 것을 연습, 노력, 누적을 통한 습관화와 학습자료의 확보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도 수많은 부침이 나타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규모가 커지게 된다. 자연 살리기 운동 또한 많은 시작과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익히게 됐다. 종이잔 하나를 줄이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봉사와 배려로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작거나 사소한 것은 없다. 행동하여 실천하는 게 답이다.
환경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지구촌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게 생명체의 한계다. 지구를 벗어나 살 수가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냉정한 현실에서 지구촌 살리기라는 거대한 운동은 아주 작은 걸음을 뗄 때, 비로소 한 발자국 내딛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1978년 어느 날, 환경보호운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거기가 청도이든 구미든 큰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첫걸음을 떼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중요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교회와 사찰이 산재해 있다. 엄청난 수의 종교 시설이 먼저 솔선수범의 기치를 내건다면 우리 시민들의 습관을 바꾸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쉽게 수긍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교회, 성당, 절에는 무수한 단체 모임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보호운동에 무관심하고 실현할 엄두조차 내지 않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원각사 주지 안도스님이 이끄는 부산불교환경운동연합의 작은 활동은 대단히 큰 뜻을 온누리에 전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현재 부산불교환경연대 활동에 동참하는 사찰은 꾸준하게 늘어가고 있다. 또한, 대원각사에서 실행하는 어린이 영어교실, 불무도 훈련 등을 통해 절을 찾은 많은 신도들에게 환경보호운동을 실천하는 습관화를 교육하는 것은 대단히 큰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경 구절에도 있는 글귀가 떠오른다. “그 처음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라고 했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작지만 멈춤 없이 꾸준하게 이어가면 하나둘씩 서서히 습관이 들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가는 일반화를 이루게 된다.
자연보호니 환경운동이니 하는 것은 결코 거대하고 큰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일. 휴지 사용 줄이기, 물 사용 줄이기, 음식 쓰레기 남기지 않기 등의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서 시작된다. 결코 힘들거나 커다란 무엇이 꼭 필요한 것은 없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수많은 회사나 종교시설, 단체기관 등에서 충분하게 실행할 수가 있다.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자. 예전 직장 생활 당시의 일이다. 그곳 식당에는 식사 후 식판 두는 곳에 늘 사장님이 서 있었다. 음식 잔반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런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음식의 질은 높아졌다. 왜냐하면 버리는 음식이 적으니 영양사도 식재료의 양을 줄이는 대신 재료 질을 높여서 직원들의 식사 만족도를 높일 수가 있었다. 이처럼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얻은 습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40년이 된 지금까지도 식사 후 음식 쓰레기 최소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나 혼자 이것을 실천해선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규모 단체나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 활동이 절실한 것이다. 사실 분리수거 활동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먼저다.
어느 광고 카피라이터의 글이 떠오른다. 작은 차이가 큰 안전을 지켜준다. 우리는 결코 거대하고 커다란 어떤 것이 풍요나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실천적인 행동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사실, 그 작은 것이 어떤 다른 것보다 크고 위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작은 실천을 꾸준하게 해 나가는 습관화를 이뤄내는 것이 먼저라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 자각에서 지구촌은 조금씩 환경 파괴를 줄여가는 매개체를 키워갈 동력을 얻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南江 여승익 / 시인, 수필가
• 2017. 봄호 ‘계간 문학예술’ -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2021. 가을호 ‘에세이문예’ - 수필 부문 신인상 등단
• 국립부산기계공고총동창회 곰솔문학회 회원
• 역사기행 동아리 '노랑배낭' 회장
• 울산불교문인협회 회원
• 이삭문인협회 이사
• 국제PEN 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 이사, 편집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