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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찬양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Praise♬
자료출처; 찰리 홈페이지 http://7lee.com
안녕하세요,
민간인(?!) 이찬양입니다.
지금은 자전거 여행자 찰리라고 말하기가 좀 힘든 상황이거든요.
왜냐하면 요즘엔 몇 년간 안 신던
양말도 신고 다니고
딸랑 두 장으로 바쁘게 2교대 돌리느라 주중행사였던
속옷도 이젠 매일 갈아입고
짐 하나라도 줄여야 하기에 사치품이었던
청바지와 운동화도 입고, 신고 다니고
항시 휴대품목에 자전거랑 텐트, 카메라가 아닌
자동차 키와 집 열쇠, 핸드폰이 주머니 속에 자리 잡았고
물 하나 사 마시려 해도 손 ㅎㄷㄷ 떨던 기억 없이
마트가면 24개짜리 캔 음료수 덥석 집고
4000km 가려면 몇 개월 걸렸던 거리를
1박 2일로 비행기 타고 다녀오고
배터리 달까봐 컴퓨터 전원 버튼 함부로 못 누르고 모뎀 속도의 인터넷으로 이메일 간신히 확인하곤 했는데
현재는 전원은커녕 인터넷 걱정 없이 다운 받은 드라마에 빠져 다크서클 친 상태로 출근 할 때도 있고
주말엔 잠을 실컷 잘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요일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아주 평범한 공돌이 워홀러니깐요.ㅋ
호주에서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일도 없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 사진도 몇 장 없지만
혹시나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한 분이 계실까 해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저의 평일 일과는 이렇습니다.
새벽 5시 25분 첫 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꿈속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줄 알고 자연스럽게 끄고 다시 자죠.
5시 30분, 두 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5분만 더 하고 다시 눕습니다.
5시 35분, 세 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짜증을 참으며 얼굴을 베개에 파묻는데 베개가 촉촉해서 잠시 놀랐다가 다시 눈이 사르르 감깁니다.
5시 40분, 마지막 경고인 네 번째 알람이 올립니다.
더 이상 자면 게임 오버가 될 수 있기에 일어납니다.
눈 떠지고 팔 다리 다 움직이지만 잘 움직이지 않는 신체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손입니다. 손가락 힘을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아침만 되면 손이 탱탱 부어서 접질 못하죠.
옷 주섬주섬 입고 아침밥으로 시리얼을 우유에 타먹습니다.
우유병을 열 때 손가락으로 돌려서 못열고 손바닥으로 눌러 돌려 열어야 고비만 넘기면 됩니다.
대학시절도 아침은 늘 시리얼을 애용했는데 요리할 필요 없고 설거지거리 없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날그날 먹고 싶은 시리얼이 다르기에 마트에서 세일할 때마다 하나씩 집어오다 보니 종류가 참 다양해졌네요.
섞어 먹으면 질리지 않고 참 좋죠.^^
냉동실에서 쟁겨 둔 도시락통 하나 챙기고 5시 55분, 차에 올라탑니다.
5분만 일찍 일어났어도 세수 할 수 있었을 텐데
세면보다 5분의 잠이 더 좋아서 저는 항상 잠을 선택합니다.
몇 주 전만 해도 아침 6시면 그냥 밤과 같이 어두웠는데
호주엔 이제 겨울이 지나고 곧 여름이 다가와 요 근래 해가 참 길어졌습니다.
아, 차는 무슨 차냐고요?
수잔나와 엔드류네 집에서 두 달간 묶다가 방을 찾아 나왔는데 일자리와 좀 멀어졌어요.
퍼스의 겨울은 비가 많이 오고 춥기에 출퇴근용 허름한 차를 한 대 샀죠.
이정도로 허름하진 않고..
이정도입니다.ㅋ
99년식 캠리.
한국 돈으로 한 3백만 원돈이면 굴러가는 차 살 수 있어요.
(그 이하로는 애물단지 될 확률이 높아지니 퍼스에 오게 되면 Quokka라는 잡지보고 사는 것 강추!)
두 달 일하니깐 살 수 있더라고요.
보험 들고 등록비 내도 자동차 유지비가 호주의 비싼 대중교통비보다 저렴할 수 있습니다.
6시 15분, 공장에 도착합니다.
6시 15분 이후에 오면 거리에 차도 점점 많아지고 무엇보다 가까운 주차장이 꽉 차서 멀리 주차해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오는 게 여러모로 좋죠.
공장에도 화장실 있으니 집에서 못 본일 공장에서 해결하고요.ㅋ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화 신고 6시 30분에 일 시작 할 수 있도록 세팅 합니다.
아, 여기서 또 설명해 드려야 할 것은..
처음에 이 공장에 와서의 임무는 닭 퍼서 나르는 일이었죠.
시간은 잘 가는데 몸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호주에서 나름대로의 목표는 마음에 안 들면 아무 때나 이동할 수 있는 여행과 다르게
힘들고 더럽고 치사한 꼴 당할지라도 6개월 동안 일자리만큼은 바꾸지 말고 열심히 버텨보자, 였는데
이 파트에서 계속 일하다간 허리가 나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칼로 닭 분해하는 일(Boning)을 하고 싶다고 하니
매니저는 너 일 언제까지 할 수 있는데? 라고 묻더라고요.
워홀비자로 한 곳에서 최대 6개월 일할 수 있다고 하니깐 거 보랍니다.
칼 기술도 없이 들어와서 여기서 칼 기술 배우고 제대로 닭 깔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냥 그 파트(단순 노동)에서 있으라고 합니다.
칼 경력을 무시 할 수 없는 게 깨끗하게 까기 위해서는 뼈를 탈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칼 가는 기술도 날을 항시 날카롭게 유지해야 해서 중요하더라고요.
안 시켜주면 혼자서라도 해본다고 하루에 쉬는 시간이 30분씩 두 번 있는데
쉬는 시간에 나가지 않고 보너(Boner)들 어깨 너머로 흉내 내보기 시작했습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죠.
그렇게 몇 주를 닭 푸고 쉬는 시간에 닭 까다 보니깐 실력이 좀 늘었나 봅니다.
한 보너가 매니저에게 찰리 시켜봐, 이제 좀 까. 라고 말해줘서 매니저가 칼 잡아 보라고 합니다.
닭 한 마리 어설프게 까는 것을 보고는 미소 한 번 짓고 가더랍니다.
그리고 며칠 후!
개인 칼을 받았습니다!
숨길 수 없는 표정이 말해주듯이 진급한 것 마냥 날아 갈 것 같더라고요.
아직은 정식 보너는 아니지만 보너가 모자랄 시 땜빵으로라도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식 보너가 되려면 하루에 500마리는 까야지 된다고 하더라고요.
높디높은 산으로 보였지만 빨리 정식 보너가 되고자
실력도 없으면서 악으로 깡으로 하다 보니 손이 붓고 멍들고,
내 손이 더 이상 내 손이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못 생긴 손 점점 주인 얼굴 닮아가네요.
역시 남의 돈 내 돈으로 만드는 데는 쉬운 일 없습니다.ㅋ
오죽하면 짠돌이 중 왕짠돌인 찰리가 시간당 60$이나 하는 마사지를 받으러 갔습니다.
태국에서도 한번 중독 되어 자주 갔었는데 중독성이 심한 마사지를 빨리 끊을 수 있었던 계기는
여행중에 만났던 현지 친구들의 메일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계 사정이 너무 어렵다고 도와 달라는 메일이 왔거든요.
그리고 이전에 다녀온 대륙이 아프리카다 보니깐 사실 받는 내내 친구들 생각나 맘 불편해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딱 두번 만 갔다가 발길을 끊고
이제 몸이 찌뿌등하다 싶으면 그냥 집에서 목욕합니다.
이것만 해도 사실 여행자에겐 꿀이죠.^^
하루 빨리 500마리 까겠다고 달리다보니 보통 한 달하는 트레이닝 기간을 1주일로 단축 시켜
바로 그 다음 주부터 정식 보너들처럼 탤리(Tally)로 들어갔죠.
탤리는 호주 농장에서 컨츄렉(Contract)과 비슷하게 시급이 아닌 마리 수 당 급여를 받는 겁니다.
많이 깔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평균 마리당 36Cent(before Tax) 정도 생각하면 됩니다.
일당이 얼마나 되는 지 계산 해 보시진 마시고 ㅋ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호주에서 일할 시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2002년 호주에 처음 왔을 때는 1AU$에 600원대였는데 지금은 1200원에 가깝고
환율과 1인당 국내 총생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위의 그래프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특히 서부호주는 광물이 많아서 광업에서 일하면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또 수잔나 친구 분들 중에는 의사나 교수, 물리학자가 몇몇 있는데
물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목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보다 목수가 돈이 더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가방 끈 필요 이상으로 길 필요 없이 한 가지 전문성이나
열심히 일하면 사람대접 받으며 살 수 있는 나라 여기에 있습니다.ㅋ
이런 글 쓴 후 요즘엔 꼭 이런 말을 덧붙이더라고요.
저 호주 이민성 알바생 아닙니다.ㅋ
아무튼, 저의 얘기로 돌아와서..
칼을 든 반대쪽 손에 철로 된 그물망 장갑(Mesh Glove)을 껴서 손을 벨 위험은 없지만
칼끝으로 그물망 사이로 찔려서 난 상처들은 좀 있네요.
쉬는 시간에 찍어본 동영상입니다.
두 달 지나니깐 속도가 좀 붙었습니다. 넉달이 지난 지금 보니 불필요한 동작들을 너무 많이 하네요.ㅋ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먼저 날개를 자르고, 다리, 배껍질, 등껍질, 목, 허벅지, 가슴살 순서로 분해합니다.
라디오를 항상 최대 볼륨으로 켜서 신날 때도 있고
듣던 노래(빌보드 차트) 매일 반복해서 들어서 지루할 때도 있죠.
그렇게 분해한 닭은 컴베어 벨트를 타고 여자 파트로 넘어가 종류별로 분리되어 다듬어진 후
호주의 대표적인 마트, 울워스(Woolworth)나 콜스(Coles) 외 고급 레스토랑으로 유통 됩니다.
제가 깐 허벅지일 확률 5% 이상으로 20개 중에 하나는 제가 깠다는 말이니 마트에 가면 뿌듯해집니다.ㅋ
참고로 호주는 가슴살이 가장 비싸고 다음엔 허벅지살. 날개와 다리는 가슴살의 반값도 안하죠.
우리 닭은 마운트 바커(Mt, Barker)에서 방목(Free Range)해서 키운 닭이라서 다른 업체보다 조금 비싸고요.
마운트 바커하면 수잔나와 앤드류의 풍력 발전소가 있는 곳이라 서부호주에서 가본 곳이라곤 그곳 밖에 없는데
우연히 또 마운트 바커 산 닭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네요.
3개월이 지나니깐 좀 봐줄 만한 성적이 나왔네요. -.,-v
운 좋게 닭이 많고 컨디션 좋은 날에 딱 한 번 천 마리 찍은 적도 있습니다.ㅋ
그 주말엔 몸이 그냥 시체였습니다.
공장에서 일 하다 보니 이렇게 따분한 얘깃거리 밖에 없네요.ㅋ
저야 6개월만 일하고 가지만 7년 동안 매일 닭만 깠던 동료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렇게 4시에서 6시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겨울이라 해는 이미 져 있습니다.
해만 진게 아니라 몸도 완전 축 처져서 녹초가 되어 돌아옵니다.
하루 종일 서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무슨 마라톤을 다녀온 사람 마냥
하루 종일 선두 그룹 노치지 않으려고 달리다 온 듯 합니다.
밥할 힘도 없지만 다 먹고 살고자 하는 것이니 정체불명의 요리 연구해가며 해서
먹고 치우면 8시, 뭐 좀 하면 9시, 다음날 또 일찍 일어나려면 자야할 시간이죠.
성경 한 장이라도 읽다 자려고 하다보면 어느새 꿈나라를 헤매고 있습니다.ㅋ
그런데 하루가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년 자전거로 100여 일 동안 중동, 아프리카를 같이 여행했던
강준(KJ)이가 깔끔해진 모습으로 놀러오고
군대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생,
성환이와 광진이도 타즈마니아에서부터 차를 끌고 와서
우리 닭 공장에서 같이 일했었죠.
몇 주간 이력서 돌리며 마음고생, 몸 고생한 저와 다르게
오자마자 그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이래서 호주에서 일자리 잡으려면 인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ㅋ
재작년 중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6개월간 같이 여행했던 친구,
위베르(Hubert)도 요번엔 비행기 노치지 않고 열흘간 놀러왔었죠.
5년 동안 뵙지 못했던 외할머니가 친척이 사는 시드니에 오셨다기에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로 잠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비행기에서 9시간 시드니에서 12시간도 못 있었죠.ㅋ
퍼스와 시드니는 같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거리는 한국에서 이웃 나라 가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입니다.
퍼스 사는 사람에게 누군가 ‘나 시드니 가니깐 공항에 마중 나와.’ 그러면 대략 난감하죠.
자동차로 잠도 자지 않고 2교대해가며 꼬박 달려면 2박 3일이 걸리고, 비행기 타고 가도 4시간 반이 걸리는
시차가 두 시간이나 있는 거리거든요.
자전거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제가 나중에 함 시도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ㅋ
퍼스에서 일 관두면 곧 자전거 타고 갈 곳이기에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만 갖고 왔습니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정정하신 모습을 뵈고 오니 닭 하루에 2천 마리 깔 수 있을 것 같이 기운이 넘치더라고요.
할머니, 저 무사귀환 하고 증손자를 안겨드릴 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ㅋ
퍼스 얘기로 돌아와서..
직장 잡고 수잔나와 앤드류 집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한 달간 유럽으로 여행 간다고 집을 봐달라고 해서
두달이나 신세를 졌죠.
그러고 나선 2인실로 이사를 갔습니다.
참고로 요즘 퍼스 방 값은 위치, 환경,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1주일에
거실 쉐어 50~90$, 2인실 쉐어 80~120$, 1인실 100~150$ 정도 합니다.
외국인 쉐어는 환경 시설에 비해 좀 비싼 편이고 한국인 쉐어가 편하더라고요.
영어가 목적이면 외국인 쉐어가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 한국이 그리운 사람이니 왔다죠.
그 외에 배드벅이 득실거리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백팩(게스트하우스 개념)에서 묵는 방법과
조금 힘들지만 카라반 파크(캠핑장)에서 텐트 생활 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도 있긴 합니다.
새로 이사 갔던 집에서 신개념 상백이란 친구도 만나 참 신선했습니다.
지금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지만 당시 상백이가 난도스(치킨 채인점)에서 일했을땐
남는 재료 싸가지고와서 엄청 맛있는 치킨 버거도 만들어주고
돌소냐라는 햄공장 다녔던 준호가 있어서 냉동실에 햄이 비는 날이 없었고
마스터는 빵공장에 다녀서 간식은 항상 머핀이었죠.
아주 열심히 사는 동기라는 친구는 투잡으로 새벽에 청소를 다녔는데
집에서 대청소 한 번 하면 자동차에있는 청소도구 다 나와 청소가 참 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냉장고에 닭가슴살이 비지 않도록 일조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상백이 친구 아버님, 상백이 호주에서 아주 대견스럽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ㅋ
그 다음엔 멀리서 옛 벗들이 방문하기에 좀 큰집으로 이사해야 했죠.
이 집에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고 아마 퍼스를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 생각입니다.
저 외엔 주인도 말레이고 쉐어생도 다 말레이시아 친구들인데
운 좋게 큰 냉장고(중요!)와 건조기까지 있고 수영장이 딸린 집을 구했습니다.
호주에서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요일별로 하는 일들도 생겼죠.
우선 수요일엔 기름이 가장 싼 날이기에 휘발유를 만땅 채웁니다.
주말로 갈수록 비싸지고 울워스나 콜스에서 30$이상 장 본 영수증 있으면 리터당 4Cent씩 할인 되기도 합니다.ㅋ
그래서 수요일만 되면 주유소에 줄을 선 차량들로 가득하죠.
목요일은 쇼핑데이라고 가게들이 다른 요일보다 늦게까지 엽니다.
그렇다고 많이 늦게까지는 아니고 밤 9시까지.
보통은 5~6시에 끝나는 곳이 많습니다.
동네마다 다르니 영업시간 잘 알아보고 가야합니다.
그리고 주중 하루는 날 잡아서 여전히 1주일 치 도시락을 싸두지요.
주말엔 쉬어야 하기에 일거리들은 다 평일로 배치시켰습니다.
퇴근 후 짬짬이 운동도 좀 해야겠다 싶어서 테니스를 다시 처볼까 하고 라켓을 하나 장만했는데
즉흥으로 가고 싶을 때 사전에 누구와 약속을 하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운동이기에 몇 번 치다가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호주 와서 골드 코스트에 갔을 때 일본 친구 덕에 서핑의 맛을 보고
내가 다시 호주에 올 수만 있다면 허름한 차에 서핑 보드 하나 싣고 좋은 파도 찾아다니는 것이
젊은 날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서핑보드를 아예 차에 싣고 다니며 바람 좋은 날엔 퇴근 후 해변 따라 파도를 찾아다닙니다.
지금 호주는 겨울인데 서핑하기에 너무 춥지 않냐고요?
웨트슈트(Wetsuit)덕에 가능합니다.
수온이 아무리 차가워도 네오프렌 재질의 슈트는 열을 천천히 전달하는 기체 기포로 되어있어
물이 슈트 안으로 들어오면 몸이 물을 데우게 되어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아주 멋진 아이템이거든요.
주말엔 늘 쉬려고 계획하나 그게 잘 안 되고 오히려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주말에 거의 빠지지 않는 행사는 울 집에서 삼겹살 파티.
아끼는 공장 동생들과 함께하면 스트레스 확 풀립니다.
가끔은 교회식구들과 저녁을 해먹을 때도 있고
퍼스 시티에서 한국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외식할 때도 있고
손 형님 집에 초대 되어 바비큐 파티 할 때도 있고
말레이 친구들과 반가운 말레이 음식을 먹을 때도 있어요.
말레이시아에서는 떼타릭(Teh Tarik)과 로띠차나이(Roti Canai)를 정말 저렴한 맛에 간식으로 즐겨 먹었는데
호주에서는 무슨 피자 가격이네요. 호주 GDP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ㅋ
여행 중에 가장 그리운 음식이 뭐예요? 라고 물으면 자장면이라고 답하였는데
그것을 탕수육과 함께 호주에서 먹으니 눈물 날 뻔 했습니다.
랭퍼드(Langford)에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한국식 고춧가루가 없어서 살짝 아쉽긴 하지만
점심시간 밖에 안하기에 주말에 종종 갑니다.
호주 자전거 동호회에서 회원들이 반겨주어 여행 프레젠테이션을 한 번 했는데
여행에 뭐 필요한 것 없냐며 자전거 정비해주겠다고 후원까지 해주었습니다.
영어 네이티브 앞에서 영어로하자니 정말 땀 많이 흘렸습니다.
교회에서도 청년부와 즐거운 시간 같고요.
이렇게 지내다보니 1주일 1주일이 번개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여행자 블로그에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 까먹었어.’라는 제목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ㅋ
아, 말 나온 김에 한 달 전에 수리 맡긴 깜순이 찾으러 가야겠어요.ㅋ
깜순이가 ‘날 버리고 혼자 놀려고 하는 속셈은 아니겠지?’라고 묻기에,
‘너 수고했다고 휴양 보내 주는 거야.’라고 했는데
오빠들이 흔히 위기 모면하려고 하는 거짓말로 오해하진 않았겠죠?ㅋ
지난 워홀편과 비교해보니 요번 편에 찰리 참 많이 컸네요.ㅋ
안락함에 안주하지 말고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다시 필요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살다보면 가끔 잊을 때가 있잖아요. 나의 초심과 꿈을.
잠시 머물 땅에 투자 할 것인지 더 오래 누릴 수 있는 곳을 위해 보화를 사 둘 것인지.
저는 후자를 선택하고 떠납니다. 제게 보화는 그릇을 넓히는 믿음이니까요.
이제 몇 주 후면 닭공장에서 6개월을 꽉 채우고 다시 안장 위에 오릅니다.
퍼스에서 지낼 날이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는데
6개월 동안 열심히 워킹했으니 서부 호주를 둘러보러 홀리데이를 떠날 차례겠죠?
다음 편은 아마도 서부호주 퍼스 주변을 소개하는 글이 되겠네요.
그럼 다음을 기약하며~ G'day m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