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 찬가(讚歌)
도 정 기
신체부위의 맨 윗자리에서 극진히 대우받고 있는 모자는 용도와 모양이 다양하다. 크게 나누어 보면 신분 상징용, 장식용, 신체 보호용이 있다. 신분 상징용으로는 왕관에서부터 평민의 모자, 판사 모자에서 경찰 모자까지 다양한 모자가 있다. 장식용으로는 남자들보다 멋을 내기 위해 여자들이 많이 애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신체 보호용으로는 군인들의 철모, 작업장의 안전모, 찬바람을 막아주는 방한모, 태양의 직사광을 가려주는 여름 모자 등이 있다.
누구나 몇 가지 종류의 모자를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이란 상징용 교모를 쓰고 다녔다. 그리고 군 복무를 할 때는 평소에는 계급장이 달린 군모를 쓰고, 보초를 서거나 훈련 할 때는 철모를 썼다.
지금은 야외에 나갈 때는 계절에 따라 여름모자나 겨울모자를 쓰고, 농장에 갈때는 작업용모자를 쓴다.
여름철 농장이나 야외 작업장에서 일할 때 쓰는 작업 모자도 종류나 모양이 다양하다. 밀짚모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도 즐겨 쓰는 모자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반 고흐가 1887년에 그린 그림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에서 보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오래전부터 애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밀짚모자는 작업용 외에도 장식용(치장용)으로 제작하여 많이 애용하기도 한다. 밀짚모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개화기 때부터라고 했다.
나는 농장에 갈 때는 밀짚모자를 애용한다. 밀짚모자는 밀짚이나 보리짚을 가공하여 만든다. 둥글고 얇은 챙은 밑을 향하여 야외 일할때 햇빛을 가려준다.
그러나 아무리 시원한 밀짚모자도 한 여름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일 하다 보면 태양 열을 받아 온돌처럼 달구어진다. 그렇게 되면 직사광선은 가려주지만 그 열기는 고스란히 머리부터 감내해야 한다. 이를 때는 시원한 물에 푹 적셔 쓰고 있으면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머리와 목덜미의 열기를 식혀주어 한결 시원해진다. 물기가 마르고 나면 다시 물에 적시고, 이렇게 반복하면 이글거리는 태양열도 물먹은 밀짚모자를 이겨내지 못한다.
밀짚모자를 애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날이면 따가운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로 피신해보지만 폭염은 나무그늘 까지 찾이하고 있다. 그런 날이면 밀짚모자를 벗어 들고 살랑살랑 부채질하면 어디서 나오는지 시원한 바람이 일어난다. 얼마나 멋진 야외 선풍기 인가.
밀짚모자의 효용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점심식사 후 고단한 몸을 달래기 위해 대청마루에 큰 대자로 누워 낮잠이라도 한 숨 잘 때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다.
밀짚모자를 얼굴 위에 올려놓으면 낮잠을 방해하는 파리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또 밝은 빛을 가려주어 단잠을 자는데도 도움이 된다.
등목 할 때는 물바가지 역할을 대행하고, 농장에서 작은 열매를 따올때는 바구니가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밀짚모자인데도 요즈음은 더욱더 진화되고 있다. 둥글고 널찍한 챙에 얼굴만 빼꼽히 내어놓고 옆편과 뒷면에는 그물망처럼 생긴 가리개를 달아 목덜미까지 햇빛을 차단해주도록 만든 밀짚모자가 나왔다. 한 단계 진화하여 더욱 그 기능이 항상되어 이용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니 밀짚모자를 애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수 박재란의 히트곡 “밀짚모자 목장 아가씨”의 양떼를 몰고가는 목장 아가씨의 시원한 밀짚모자란 노랫말처럼 정말 시원한 바람을 몰고오는 밀짚모자다. 어릴적 아버지가 농사일 하실 때 쓰시던 밀짚모자이기도 하다. 시원 할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아련한 추억도 깃들어 있는 밀짚모자이니 더더욱 애용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밀짚모자의 애용가이자 애찬가다.
<2019. 3. 29>
첫댓글 밀짚모자 하나를 가지고 대 여섯 가지 방식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지혜로운 발견에 박수를 드립니다. 아버님의 추억도 깃들인 모자이기에 더 소중하실 것 같습니다. 농사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모자 박사학위 논문 같은 글에 우선 박수를 보냅니다. 모자의 모양과 쓰임세, 모자에 관한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과 연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평소 무심하게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머리에 얹고 다니던 모자가 선생님의 글을 통해 많은 것을 다시 이해하고 배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텃밭에서 밀짚 모자를 쓰고 일하시는 선생님 모습이 멋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다가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자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모자를 쓰면 머리카락이 눌려 잘 착용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반드시 모자를 써야 합니다. 앞으로 애용할 것을 다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모자에 대하여 여러가지 역할을 열거하여 주셔서 생각지도 못한 상징성을 알았습니다. 특히 밀짚 모자를 쓰고 일하시는 모습이 우리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주신듯 합니다. 어느날 농장에 가서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시골 촌로의 모습으로 땀흘려 옷과 모자가 땀에 흥건히 젖어 있더랍니다. 곧 다가올 여름이 두렵습니다.
그래요 시골에서 농사지을 때 밀집모자 만큼 친근 한 것이 없지요. 양산역할, 부채역할, 그외에도 다용도로 쓰이니 농부들에게 필수품이지요. 우리는 집에서 스스로 만들어 썼는데 그것이 수입품이었던가요? 여태 우리조상들의 지혜의 산물이라 생각했는데. 여하튼 밀짚모에 대한 추억의 글 잘 읽었습니다.
밀짚 모자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부터 사랑은 받는 물건입니다. 농촌이나 어촌 할 것 없이 여름철에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으례히 창이 넓은 둥근 일짚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봅니다. 예전에 제가 어릴 때는 소풍 가는 날 밀짚 모자를 쓰는 친구가 몇 있어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