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1박 2일 일정으로 속초여행을 다녀왔다. 올해도 바다를 못보나 했더니 여름의 끝자락에 드디어 바다를 보게 된 것이다.
일요일 오후 1시 30분쯤 출발해서 휴게소에 두번 들려 잠깐 휴식을 취한 뒤 5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시야에 바다가 들어오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야아~~ 바다다." 2017년 9월 초쯤 가족들과 3박 4일 제주여행을 다녀온 후 2년만에 보는 바다다.
숙소에 짐을 풀고 유명하다는 '황가네찜'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재료가 다 소진되어 오늘 영업을 종료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하는 수 없이 근처 생선찜집을 찾아 들어가니 불친절하다. (인원이 5명이라 한사람은 반찬이 거리가 멀어 한상을 더 요구했더니 찌프린 얼굴로 없다는 말..) 찜이 주 메뉴라서 밑반찬은 서너가지 밖에 안된다. 보통 밑반찬은 리필해 주기도 하는데.. 그걸 아끼려는 속셈이 보여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했더니 잠시 후 가지고 왔다. 이런 무서운 세상.. 사람의 말은 무시하면서 인터넷에 소문이 나는 것은 두려워하다니.. 장사가 안되는 집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가오리찜 대자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캬아~~" 시원한 맥주가 오늘따라 더 맛있다. 한팀은 밤바다를 산책하기로 하고, 한팀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며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한 친구가 요즘 김창완의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란 노래가 좋다고 하면서 들려 주었다. 언젠가 자기가 죽으면 이 노래를 틀어 달라고 말했다. (내가 그 친구에게 가수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모란동백'을 틀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그 여파가 있었나 생각..)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렁~~우렁~~우르렁~~" 바다는 비교적 잔잔했지만 파도소리는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뒤엎고 남을 만큼 우렁차다. '폭죽을 터뜨리지 말라'는 방송이 연이어 나오는데도 몇몇 젊은이들이 폭죽을 터트려서 해무와 화약연기가 더해져 시야가 뿌옇다. 그 사이로 뜬 보름을 조금 넘긴 달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담았더니 한점 불빛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눈에 비친 자연을 그대로 담기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다음 날 곰치탕으로 해장을 하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카페가 장관이라 하여 '나폴리아 카페'를 찾았더니 고성 산불의 여파로 전소되고 그 옆에 임시 카페가 들어서서 현수막으로 사정을 알리며 빠른 시일내에 복구하겠다는 글이 씌여 있었다. 곳곳이 불에 타서 페업을 하거나 임시 영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인 현장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들을 도와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려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몽에이드 한잔을 주문해 비치파라솔 그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멍때리기'에 들어갔다. 시간이 잠시 멈추어 주기를 바랄만큼 그냥 이대로가 참 좋다.
점심식사는 속초 재래시장에서 간단히 요기하기로 하고 시장을 찾았다. 신식건물로 재정비한 것 같은데 아직 여러가지로 미흡한 면이 보인다. 미로같은 길을 따라 가다가 전가게에서 메밀부꾸미와 오징어순대를 주문했다. 방금 부쳐 나온 따뜻한 전이 맛이 있었다. 소문난 집에 닭강정을 사려고 들어 갔더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갈까 하다가 보니 아침 일찍 만들어서 포장해 놓은 것이라 줄이 금새 줄었다. '오늘 저녁엔 치맥으로 한잔 해야지'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대들이 있어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