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타스 바니타움 이 옴니아 바니스 (라틴어 : 허망하고 허망하다 모든 것이 다 허망하도다)

길버트라는 미국의 잘 알려진 삽화가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여인은 화장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조금 멀리서 이 그림을 보면 우리가 끔찍하게 생각하는 해골의 윤곽이 드러난다. 보름달 같은 밝고 둥근 원의 배경이 해골의 두뇌가 되고, 화장품이 치아로, 그리고 화장대는 바로 턱의 모습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해골을 대조해 놓은 작가의 창의적인 작품구성만으로도 재미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작품을 만들고 또 감상할까? 우리나라에서는 해골이나 뼈는 회피하는 대상이며, 대중매체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은 죽음과 해골을 연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해골과 친근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장수를 미덕으로 여기며, 온갖 집안 가재도구나 그림에 오래살기를 희망하는 학, 소나무, 거북이, 불로초, 천도복숭아 등의 이미지로 가득 채웠다. 우리는 장수에 초점을 맞추었고, 지금도 이런 이미지들은 흔히 장식장이나 한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길버트의 <그린 모든 것이 허영이다>라는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이, 그는 한편으로는 젊음,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추함과 죽음을 상징하는 두개골을 통해 강한 대조를 보인다. 즉, 이중상 (double image)을 하고 있다. 구름이 양떼 모양을 하둣, 하나의 이미지속에서 다른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이 여인의 앞에 놓여있는 화장대를 베니티 (vanity), 즉 허영이라 부르는데, 제목의 ‘허영’을 동음이의어이다. 또 화장대위의 휴대용 화장품 가방을 vanity case라고 한다. 화면속의 사물을 이용하여 허영이라는 동음이의어로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 나타난 두개골은 서구 미술사에서 흔히 발견된다. 16, 17세기의 네덜란드와 벨기에 북쪽의 플랭더스 지역에서 널리 그려진 정물화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이러한 정물화를 ‘바니타스’라고 하는데, 서구의 한 정물화의 중요한 예술 양식이다. 주로 해골, 꽃, 모래시계, 과일, 유리잔, 책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 주제는 이 세상의 권력와 욕심에 대한 경계이다. 현세의 삶의 의미없음을 나타내는데, 세상의 욕망과 추구가 순간적이며 허무함을 나타내고 있다.
바니타스 그림에서 해골을 포함한 정물은 라틴어로 ‘모멘토 모리’를 연상시키는데,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언젠가 너는 죽을 존재임을 깨닫고 자만하지 말며, 겸손히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이는 로마제국시대에서 승리한 개선 장군에게 경구로 주어졌던 구절이다. 전쟁에 이긴 개선장군이 마차에서 신이 된 것처럼 자랑스럽게 시민들의 환호를 받을 때, 그 퍼레이드 도중 개선장군의 전차 뒤에서 그의 노예가 ‘모멘토 모리’를 외치도록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즉 자만치 말고 겸손하라는 방편으로 인간이 쉽게 범할 수 있는 교만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한 방편책이었다.
누구나 인생의 정점에 있을 때가 있다. 사업, 학위, 자녀 교육 등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영광스런 자리와 위치에 설 때가 종종 있다. 그 때 개선장군에게 하찮은 노예가 해준 말처럼 모멘토 모리를 생각하면서 더욱 겸손히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해 분수를 지키고 넘어서야 할 선을 넘지 않을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모든것은 무상하니 생명체의 나고죽는 법이라. 나고죽는 윤회를 떠나면 고요한 즐거움이 찾아오리라)
첫댓글 여인만보여요~~
난 해골이 먼저 보였어~~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