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찾은 제주 현대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때마침 한국퍼포먼스아트 50주년 기념 '행위미술에서 실험예술까지'라는 제목으로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일명 행위예술이라 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고 그 예술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도 있었다. 아직 이해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날씨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주도라는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감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외국작가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적어서인지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제주현대미술관 상설 전시관을 관람했다. 제주 도립미술관으로 정갈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층에 기획전시실 2개의 공간과 2층에는 상설 전시관, 특별 전시관, 제1기획 전시실과 제2기획 전시실로
구성되어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의 기회가 되었다.


바로 근처에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있어 전시관으로 들어섰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하다.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모든 것을 무로 돌려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자연관을 가지고 물방울만 그린 작가다. 예술은 위대하다. 감동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가들의 혈투는 상상 이상이다. 예술이 사랑받는
이유다. 물방울 하나하나의 형태가 살아 있어 움직이는 듯하다. 작품에 빠져들고 나름의 해석을 붙이면서 의미를 더해간다. 미술이 전공인 둘째에게
자문도 받아본다.
오늘의 일정 마지막은 이시돌 목장이다 이시돌 목장은 1954년 4월 콜룸반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제주도에 온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P. J. Mcglinchey) 신부가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드넓은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하여 1961년
11월 성 이시돌의 이름을 따서 중앙실습목장을 건립한 것이 시초이다. 가난을 물리칠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만든 기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시돌 목장 안의 삼위일체 성당을 비롯하여 각종 생산품들을 생산하는 공장과 목장을 자세히 보아야 하는데 거의 마감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드넓은 목장에서 말들이 부지런히 풀을 뜯어 먹는 광경을 바라보는 여유의 시간으로 일정을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시절 목장과
과수 농장은 꿈같은 것이었다. 그런 낭만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목장과 과수원을 경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지 못해서라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보는 사람과 직접 경영하는 사람의 차이다.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고 저녁은 고등어 쌈밥으로 결정했다. 싱싱한 고등어에
쌈밥, 생각만해도 군침이 돈다.


2박3일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리가 머물렀던 컴퍼트리 리조트, 아름답게 자리잡은 단독형 리조트, 단독형이기에 이웃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안식처이기에 더욱 맘에 들었다. 아침 산책을 간단히 마치고 뒤편 뜰로 나왔다. 잔디가 깔려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의자가
마련되었다. 사진 몇장을 찍고 잠깐동안 정들었던 인연의 리조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제공된 장소이기 때문에 그렇다.
정리를 하고 아침식사는 해장국으로 정했다. 해장국집은 만원이다. 미풍해장국 집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곳곳에 해장국집이 있다.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가며 하는 해장국집을 주로 찾는데 그곳은 정감도 있고 맛도 일품이다. 이곳도 그런 곳중의 한 음식점이다.


13시 30분 비행기니 남는 시간은 한 곳을 잠깐 볼 시간이다. 용두암으로 향했다. 용두암은 교과서에도 등장한 제주의 명물로 소개되어 어릴적부터
용두암, 용두암.. 했다. 실제로 본 용두암은 상상의, 사진 속에서 본 것보다 실망을 안겨 주었지만 말이다. 예전과는 달리 이곳 주변도 많은
건물이 들어와 있었다. 다시 본 용두암의 모습은 진짜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근처 카페로 갔다. 카페는 가장 친한 벗으로
여길만큼 친숙한 곳이 되어버린 곳이다. 휴식을 취할만한 곳으로 이만한 곳도 없어서일까? 하여튼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 중의 하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익숙함.. 대학으로 가면서 커피 맛을 알게된 그 후부터는 아메리카노는 이제 친숙한 벗이다. 그 맛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많이 발전한 것이라 생각한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그대로지만 변한 것이 있다면 면세점의 규모를 몇
배로 늘렸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화장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탑승을 하고 비행기는 하늘로 올랐다. 서울에서 머물기까지 3박4일의 여정이 눈 깜짝할 사이였다. 큰아들 내외, 작은 아들, 아내와 함께한
2018년 '우리가족 제주여행'이 끝났다. 직장에 연가를 신청하고 마련한 그 정성 또한 고마웠다. 이런 시간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는 아들과
며느리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그렇다. 가족은 사랑이고 힘이다. 그 건강함이 이웃과 사회를 튼튼하게 만든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각자의 현실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 것이다. 이 번 여행은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준 특별한 여행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