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_10_24 김수정.hwp
가난해도 사랑은 알아요!
-2019.10.24. ‘두근두근 내 인생’, ‘가난한 사랑 노래’ 수업 내용
김수정/광동고 1학년 3반 musicsow@naver.com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선생님을 기다린다. 몇몇 남자애들이 축구를 하고 와서 선풍기를 틀 수밖에 없었지만 선선해서 기분은 좋았다. 그랬다. 선생님이 수업 기록을 해야 되는 내 번호를 부르시긴 전까지는. 또다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 부분에서 데자뷔가 느껴진다. 수업은 저번 시간에 읽다 만 ‘두근두근 내 인생’ 중간 부분부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새로운 역할의 대사가 나와서 장 씨는 수현이가, 승찬은 우현이가, 서하는 나연이가 맡았다. 내용에는 아름이가 서하와 같이 거리를 걷는 상상을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열여섯 살 소년의 모습을 차은우가 연기했어요.”
“진짜요? 헐.” 아이들이 모두 놀라는 반응이었다.
“이때는 엑스트라처럼 한 컷에 출연했죠. 아름이가 제대로 컸으면 차은우가 됐다는 거겠죠? 보고 싶으면 두근두근 내 인생 다시 보세요 여러분.”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 후 놀람을 뒤로한 채 두근두근 내 인생 부분은 끝이 났고 바로 가난한 사랑 노래 부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가난한 사랑 노래는 열라 열라 엄청 엄청 매우 중요해서 시험에 낼 거예요.”
아이들은 웃음과 함께 빠르게 표시하였다.
“가난한 사랑 노래는 현실에 대한 비판 시를 담고 있어요.”
가난한 사랑 노래는 젊은이들의 가난함을 나타내는 시로 신경림이라는 사람이 쓴 참여 시이다. 또 다른 작품에는 『농무』가 있다고 하셨다. 이에 이어서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알려주셨다.
“우리 세대를 X세대라고 하는데 여러분은 잘 모르겠다. 요즘 세대는 N포 세대라고 많은걸 포기하는 세대라고 해요.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연애는 돈도 필요하고,“
누군가가 말했다. “와꾸요”
“와꾸도 필요하죠.ㅋㅋ”
선생님도 함께 웃으시면서 N포 세대에 대해 더 설명해주셨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거 뿐만 아니라 5포 세대인 집, 경력도 포기하게 되는 것, 7포 세대인 친구, 희망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해주셨다.
“이게 70,80년에 끝난게 아니라 2020년까지도 그런 거죠. 그렇죠.“
이렇게 오늘도 암담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곤 내가 나중에 커서 사회에 나가면 나도 포기하게 되는 걸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생님께서 이번엔 진짜로 진도를 나가시기 시작해서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가난해도 외로움을 알아요.”
신전떡볶이, 엽떡, 멕시카나 치킨 이 음식들을 상상해보자. 선생님께서는 이때 어떤 단어가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걸 심상이라고 하셨다. 그리곤 시에 전체적인 느낌을 다시 한 번 더 설명해주셨다.
“포항제철에서 일하다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요.”
한 근로자가 위험한 근로지에서 일하다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이었다. 위험하다는 걸 뻔히 알고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해도 돈이 필요하니까.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라 돈이 필요하니까 두려움을 참고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현실을 비판하는 시라고 설명해주셨다. 그렇게 계속 이어서 진도를 나갔다.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시 내용) 요즘에는 요기요 불러서 야식 먹으면 되잖아요. 옛날에는 메밀 묵~찹쌀떡~ 했죠. 혹시 모르는 사람 있나요?”
선생님의 질문에 몇몇 아이들은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어렸을 때 항상 밤만 되면 동네에서 ‘메밀묵~찹쌀떡~’ 소리를 내며 트럭 한 대가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저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아이들은 꽤나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우리를 위해 일용할 양식에 대해 알려주셨다.
“우리 학교에 감이 있는 걸 아십니까? 학생들이 감나무 터는 걸 보는 걸 보셨습니까.”
선생님께서 산책을 하시다가 우연히 학생들이 감나무를 터는 걸 목격하셨다. 우리에게도 같이 털라고 하시면서 학교에 블루베리 나무, 자두나무, 산딸기도 있다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
“여러분 벌레에게 양보하세요.“
그렇다.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은 먼저 벌레가 시식을 끝낸 뒤였다. 나는 벌레들이 먹고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레가 먼저 먹어서 먹기 싫어진 건 아니었다. 절대 아니다. 더 이상 귀여운 벌레들을 상상하기 싫어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다.
“사랑, 그리움, 외로움 이런 것들은 엄청 많이 필요 없어요.”
예를 들어 우리 몸에 비타민은 축척되지 않아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렇듯 사랑, 그리움, 외로움은 엄청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허용해주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처럼 앞으로 우리가 자라서 사회에 젊은이들이 되면 저런 여유가 없을 거 같았다. 허전한 마음을 가진 채 이렇게 마지막 교시인 국어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