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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말, 바른 수업
2019.6.20. 거센소리되기와 구개음화를 알아보다.
홍유민 광동고등학교 1학년 4반 28번 dbals090@naver.com
우리 반 교실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우연히 국어 선생님, 권향연 선생님을 마주쳤다. 내 옆에 반 친구 본민이가 있어서 우리 둘은 더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따라 국어 수업이 신나고 재미있을 것은 예감이 들었다.
“어!? 쌤 안녕하세요?”
“어? 수업 시작 전인데 자네 선생님보다 늦게 오는 건가?”
선생님께선 나의 인사를 선생님 특유의 말투로 재미있게 받아주셨다. 나는 선생님께서 들고 계신 책들을 보곤 얼른 받아서 가려고 했다. 선생님께선 거절하셨지만 기어코 그 책들을 받아 들고 교실로 앞장서서 왔다.
“여러분 안녕~”
“안녕하세요?”
권항연 선생님이 우리 1학년 4반에 도착하여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셨다. 긴 머리의 친근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듣자 몇몇 아이들이 선생님께 앉은 자리에서 먼저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교실이 조금 조용해지는 듯했지만 역시는 역시. 다시금 교실은 시끌벅적 소란스러워졌다.
“반장, 인사해 보자.”
선생님은 그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익숙한 듯 반장을 불러내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키셨다. 소란스러운 가운데서도 당황하지 않으시고 분위기를 먼저 정리하시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시는 게 국어 선생님으로서 엄청 멋지게 느껴지는 상황 중의 하나이다. 반장 지민이가 일어났다.
“차렷, 공수 인사.”
“안녕하세요?”
“우리 전에 어디까지 나갔더라? 된소리되기까지 다 했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전에 진도 나간 부분의 복습을 시작하셨다. 국어선생님 수업의 특징은 복습을 재밌게 시키신다는 것인데 한 명씩 일으켜 세워 선생님 특유의 재치 있는 말투로 질문을 던지신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상한 대답을 할 때마다 하시는 특유의 리액션,
“롸? 롸라?”
이게 정말 마음에 들고 재밌어서 우리가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 또 전에 배웠던 것을 계속 기억해 내려 하니 머리를 더 쓰게 되고 배운 내용이 머리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좋다. 처음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할 사람은 방금 아이들을 인사시킨 반장, 박지민 학생이다.
“자 우리 형태소가 뭐 뭐 있었다고 했었죠?”
“형식 형태소랑 실질 형태소요!”
“맞습니다. 다음 뒤에 일어나 볼게요.”
반장 뒤에 앉아 있던 친구가 일어나서 질문에 답할 준비를 했다. 이렇게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줄줄이 발표를 시키시는 동안 난 지금까지 용민이가 자리에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용민이는 빠른 04년생이어서 우리 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누구보다 제일 난리치는 친구다. 바로 그 용민이가 없어졌던 것.
수업 시간에는 항상 조용해서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날따라 선생님의 질문에 바보같이 재밌게 답하는 용민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교실을 한 번 휘~ 둘러봤다. 그런데 뭐지? 교실 맨 뒤 사물함 위에 전에 없던 엄청 큰 담요 덩어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아 설마 저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뒤에서 서서 듣는 책상에 있던 성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성현이의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보니,
“아 저깄구나~” 하며 그 담요 덩어리가 용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와 내 옆에 앉은 우현이는 선생님이 용민이가 저러고 있다는 것을 모르신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 쳐다 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무 것도 모르신 채 아이들에게 열심히 질문을 던지고 계셨다.
그렇게 아이들이 줄줄이 선생님의 질문을 받고 답하다 보니 벌써 내 차례가 됐다. 아무 것도 모르고 사물함 위 그 담요 덩어리를 보고 웃고 있던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곤 얼른 정신 차리고 일어나 선생님의 질문을 받게 됐다.
“자 유민이 한 번 일어나 볼게요. 된소리 말고 뭐가 있죠?”
“어…….”
나는 당황한 탓에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칠판 앞에 서 계셨던 선생님은 손에 후~ 바람을 부는 시늉을 하시며 금방이라도 내 볼을 치실 기세로 다가오셨다.
선생님이 내 코앞까지 오셔서야 질문의 답이 기억이 났다.
“아! 예사소리랑……, 거센소리요!”
다행히 선생님께 맞지는 않았다. 아, 나는 선생님께서 이런 시늉을 하실 때 완전 팍 때리시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상황을 연출하시는 거라 살살 치시고 또 재치 있게 하시는 모습이 좋다. 왜냐하면 막 혼난다는 느낌도 아니고, 일어나서 대답하는 아이들을 부끄럽지 않게 재미있는 상황을 만드시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선생님은 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나서 이제 음운의 변동 중에 거센소리되기와 모음 탈락에 대해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축하’, ‘맏형’, ‘굽히다’, ‘좋지’ 라는 단어를 칠판에 써놓으신 뒤 스탠드 책상에 있던 아이들 중 주현이를 부르셨다.
“자 우리 돌고래 나와서 소리 나는 대로 써 볼까요?”
웃음소리가 특이해서 돌고래와 비슷해 주현이는 돌고래라는 별명을 권향연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돌고래는 의외로 발음을 잘 써냈다.
“자 그렇죠! 여러분, 축하는 [추카]가 되면서 축약이죠~?”
그렇게 선생님은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면서 좀 더 집중하게 해주시고 재밌게 수업하는 1시간을 풀어내신다. 이번에는 돌고래 주현 옆에 있던 성현이를 부르셨다.
“자 그 옆에 아프리카 왕자님 나와 볼까요?”
선생님은 성현이를 그렇게 부르시며 또 한 번 별명을 붙이셨다. 성현이도 별 고민없이 잘 써냈다.
권향연 선생님은 우리가 거센소리되기를 이해를 한 건지 안 한 건지 확인시키시고 모음 탈락으로 넘어가셨다.
“여러분 ‘고파서’에서는 ‘고프+-ㅏ서’ 가 되는데 이건 교체, 탈락, 축약, 첨가 중에 뭘까요?”
“탈락이요!“
“맞아요. 모음 ‘ㅡ’가 탈락하게 되면서 모음 탈락입니다.”
그렇게 선생님께서 거센소리되기와 모음 탈락 진도를 다 나가시고, 옆 페이지의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문제를 푸는 시간을 주셨다.
그러다 선생님과 함께 풀 시간이 되자 나는 뒤에 있는 그 담요 덩어리가 생각나서 장난을 좀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생님, 이거는 용민이가 해보는 게 어떨까요?”라고 선생님께 말씀 드렸다.
“아 그래요. 용민아, 용민이 어딨니?”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같이 깔깔 웃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사물함 위에 덩그러니 얹힌 담요 덩어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담요가 벗겨지며 용민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선생님은 깜짝 놀라시며 전혀 거기에 있는 줄 몰랐다며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다가 일어난 용민이의 모습을 보고 엄청 웃었다.
그렇게 조금 소란스러운 시간이 지난 후 아이들과 선생님은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수업이 거의 끝나기 전에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게 하시고 동그라미를 그리라고 하시며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셨다. 그리고 147쪽을 잘 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얼른 별 표를 치고 시험 문제가 어떻게 나올까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튼 이번 첫 시험은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잘 보고 싶다.
“여러분, 공부할 때 교과서 많이 보셔야 하고 날개, 학습 활동 등등 다 보셔야 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이번 시험을 잘 보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에다 메모를 해 두었다.
“우리 여기까지 했는데 그만할까요, 여러분?”
“네!”
졸고 있던 동인이도 마치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우리 여기까지 할게요. 다 동인이 덕분입니다. 여러분~”
나와 내 옆에 앉아 있던 우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책상에 스르르 녹아내리듯 쓰러졌다.
그렇게 동인이 덕분에 재밌었지만 조금 힘들었던 국어 수업이 끝났다. 나의 과제인 수업 기록을 쓰기 위해 노트에 열심히 받아 적느라 이번 시간 동안 조금 지쳤다. 그래서 잠시 누워서 교실 에어컨의 바람을 쏘이다 좀 춥다고 느낄 때쯤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광동의 명쾌하고 활기찬 종소리가 울렸다.
수업 기록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오늘 국어 수업은 다른 수업 때보다 더 집중해서 들었고, 그만큼 더 알차고 보람있게 느껴졌다. 1시간 동안 아이들과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하다 보니 1시간이란 시간이 짧아 보여도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업 기록을 쓰기 위해 오늘 있었던 일을 글로 적어놨지만, 1시간 동안 일어난 것들을 다는 기억해내지 못한 것 같아 녹음기를 쓰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다.
무엇보다 아직 내가 음운의 변동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음운의 변동 쪽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업 기록을 쓰면서 우리 반의 수업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할 때 더욱 활기차지고 재밌는 수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런 우리 반만의 수업이 좋다고 느껴지는 수업 기록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