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입구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상춘객들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노점상도 제법 눈에 띄었다.
산마를 파는 할머니, 머위나물을 파는 아주머니, 어린 묘목을 파는 아저씨,
각종 약재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외치는 아저씨, 노가리와 쥐포를 맥반석에 구워파는 아줌마 등등
그리고 국화빵과 인삼튀김을 파는 아줌마도 있었다.
국화빵은 그렇다치고 인삼은 귀한 식품이라 약재로 먹기에도 빠듯한 생활수준인데, 튀김으로 먹을 수 있다니, 가격표가 궁금했다. 1개에 2,000원, 3개에 5,000원이다.
빙어튀김이 구미를 돋구고 금방 채취한 듯 싱싱한 두릅도 먹음직하다.
연장을 벼르는 전통 대장간도 있었다. 풀무와 모루, 메가 보인다.
대장장이의 장인정신이 만들어 낸 괭이, 부엌칼, 자귀, 호미, 낫 등을 판다.
장터 입구에는 커다란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천냥 백화점이 자리잡았다. 사람들이 무슨 싼 물건이 있나 싶어 제법 몰려들었다. 아지자기한 생활용품이 무조건 천원이라니! 물건들이 다소 조잡했지만 국산, 중국산을 따질 여유없이 요즘같이 고물가 시대에 천원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곳이 있었으니....
길옆 포장마차 안에서는 솥에서 김이 솔솔 흘러 나오는가 하면 석쇠에는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도란도란 세상살아가는 이야기도 새나온다.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을 퍼담는 아낙네의 넉넉한 인심에 입가에 절로 군침이 흘러내린다.
말린 도토리묵도 신기해 보였고, 녹차향기도 발길을 잡아 끈다.
고로쇠나무 즙을 파는 아주머니는 시음하라고 소주잔에 고로쇠 즙을 건넨다.
각설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가위소리 장단에 엿장수가 저혼자 흥이 난다. 엿만 팔아서 수지가 맞지 않았던지 뽕짝 음악테이프와 CD도 함께 판다.
즐비하게 늘어 선 음식점을 지나 제사상에 놓을 밤깎는 칼장수 앞에 여러명의 구경 몰려 서있었다. 칼장수는 신이나서 설명과 함께 밤을 깎아댄다. 어느새 구경꾼들은 그의 최면에 걸려 호주머니에서 슬금슬금 쌈짓돈을 꺼낸다.
가짜 귀금속을 파는 난전도 여심을 사로잡는다.
여뻐지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어찌 그리도 잘 꿰뚫어 보는 지?
번쩍이는 귀금속이 정말로 싸다. 저게 다 진품이라면 수천만원을 호가하리라!나들이할 때 한 두번만 몸에 소지해도 제값을 하고 남을 것 같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을 몸에 대고 거울속의 변신한 자신을 보고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도자기 파는 난전 가게에도 봄햇살이 가득하고 봄볕에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노래비는 장터 한가운데에 서있고 노래비 주위에는 연신 사진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상태이다. 금방 셔터를 누르고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가수 조영남씨는 화개장터를 가보지 않고 ‘화개장터’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노래가 인기를 얻은 다음에 화개장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여 직접 찾았다고 한다.
2007년 7월 8일 오후 KBS 2TV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에 직접 출연한 자리에서 화개장터의 가사는 절친한 친구인 김한길 전 의원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 감정을 해소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전해준 노랫말에 곡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가 2010월 9월 9일 방송된 MBC TV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는 ‘김한길씨와 함께 작사를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 노래는 자신의 대표곡이 되었고 이 노래로 돈도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리사이틀이나 다른 공연에서도 거의 빠짐없이 이 노래를 부른다. 신명나는 '디스코 리듬'이다 보니, 공연장이나 행사장에서 부르기에 제격이다. 가사를 원곡 그대로 부를 때도 있고 '화개'라는 지명을 공연하는 그 지역에 맞춰 재미있게 즉흥적으로 개사하기도 한다.
아무튼 노래비에는 '조영남 작사'로 표기되어 있으니 노래비야말로 저작권 시비의 종결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