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도서 이야기
제주에 오기 전 제주에 관련된 책들과 제주올레길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제주에서 가장 큰 서점을 찾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제주에서 제일 큰 서점은 <탐라도서> 라는 서점이었습니다.
검색내용에는 안타까움을 표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약속장소로, 문화공간으로 기능했던 제주시청 앞 <탐라도서>가 비싼 임대료 둥울 이유로 성환상가 지하로 이전 한다는 내용이다.
비단, 제주의 서점 뿐 아니라 내가 살던 광주의 서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광주를 대표하던 나라서적과 삼복서점은 세월의 변화속에 나라서적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삼복서점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만남의 장소였던 삼복서점은 충장서림이라는 큰 서점이 들어서면서 만남의 장소를 넘겨줬다.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고,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이 함께 담겼을 그 공간들은 모두 변해간다.
<탐라도서>의 위치를 확인하고 차를 몰고 <탐라도서>를 갔다.
첫인상은 황당함과 제주스러움 이었다.
성환상가 지하에는 수산물 시장과 분식집이 함께 입주해있다.
서점은 그 자리에 높은 담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책곶이를 경계로 자리하고 있었다.
책곶이 너머로 제주에서 나는 수산물들이 누워있고, 상인들의 고함소리와 시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딱 제주다운 풍경이다.
바다를 보며 책읽는 제주.
바다 위에 홀연히 서 있는 한라산을 보는 느낌이었다.
<탐라도서>에는 제주와 관련된 책만 따로 모아 놓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각종 학술잡지와 서적들을 모아 놓아 책 찾기가 쉬웠다.
이후에도 <탐라도서>를 여러번 찾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와 제주의 역사에 관련된 책을 구입하러 <탐라도서>에 갔는데, 구할 수 없었다.
최근에 나온 책들과 베트스셀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오래된 책들은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지방의 서점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폐업하거나 좀 더 싼 공간을 찾아 도심에서 빠져 나간다.
<탐라도서>도 그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탐라도서>는 지금의 그 풍경을 유지하되, 제주에 관련된 책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그런 서점이었으면 좋겠다.
출판 후 오래된 책이라도 제주에 관련된 책이라면 소장하고 있는 그런 서점
제주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그런 서점이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제주를 잠시 찾은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주를 알기 위해 읽었으면 하는 책>
여기에 추천하는 책들은 내가 제주를 찾기 전, 혹은 제주에서 읽었던 책들이다.
사실 제주를 관광으로 그 외 여러 목적으로 찾는 육지사람들은 제주에 대해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있다.
그런 오해들을 걷어내고 정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 하지만 수많은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면 몇 권 추천한다.
제주기행 / 주강현 / 웅진지식하우스 / 2011
민속학자 주강현 선생님의 책이다. 민속학을 넘어 인류학, 지리학, 역사 등 학제를 넘어서는 풍부한 지식을 이용하여 여러 방향에서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다. 책이 두껍지만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고, 중간중간 사진들이 많아 읽기에 부담은 없다.
제주를 처음 찾거나 문화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제주역사기행 / 이영권 / 한겨례신문사 / 2004
고대부터 현대까지 제주의 역사를 유적지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책. 제주의 역사를 읽으면 제주사람들 제주의 문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새로쓰는 제주사 / 이영권 / 휴머니스트 / 2005
지방사적인 시각에서 제주사를 정리한 책이다. <제주역사기행>을 읽고 나서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역시 고대에서 현대까지 정리가 되어 있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 제주편 / 신정일 / 타임북스 / 2011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 중 제주도편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처럼 제주도의 지리, 사람, 문화, 역사 등 모든 분야에 대해서 총망라하고 있다. 제주에 관련된 각종 사료를 이용하여 제주를 돌아본다. 한자어(물론 모두 주석을 달아 놓았다)가 많이 나오고 제주에 관련된 한시, 전설등이 많이 담겨있다.
제주풍경화 / 정원선 / 더난출판사 / 2010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풍경화 한점 한점 소개하듯 정리한 책이다. 제주 올레길과 관광지를 넘어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바닷가, 비올 때 가고 싶은 그 곳, 파도소리가 듣고 싶을 때, 숲 향기를 맡고 싶을 때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 관광객은 잘 모르는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