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 송씨
글/이승익
노가다 송씨,그가 사는 반지하 셋방에선 밤마다
돼지 멱따는 소리 그치지 않는다
설익은 족발 내음 곰삭은 막걸리 냄새, 문틈으로
퍼져나가 1층 주인집 아저씨 혀 차는 소리 들린다
늘 하는 말 "고얀 친구" 한마디 지 마누라 들으란 듯
뒤통수에 쏘아 된다
땀 절인 작업복엔 비늘처럼 솟아난 회색 시멘트 가루
은빛으로 번들거리며 일터로 간다
어깨에 걸머진 못 주머니에선 2인치 3인치 못
비죽 튀어나와 그를 노려 본다
얼기설기 엮은 임시 사다리 위에서 서커스하 듯
각목이나 합판에 굵은 팔뚝으로 힘차게 박는다
신나는 망치질 소린 밤마다 그가 부르는 노래처럼
공사장 사방 천지 바람 타고 날아다닌다
7층 공사판 아래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동차 무리
꾸물꾸물 걸어가는 사람들 향해 노가다 송씨
한마디 뱉어낸다,"더러운 세상" "더럽게 기어가네"
연신 궁시렁 거리며 손에 힘주어 각목에 못질한다
노가다 송씨 기웃거리는 해를 보며 시멘트 묻은 작업복
탁탁 한번 털고는 눈 찡긋하며 막걸리 집으로 향한다
눈 흘기는 주모, 고향집 동생 맞이하듯 그를 맞는다
숟가락 장단에 <삼다도 소식> 낭낭하게 부르는 주모
마른기침 컹컹이며 눈언저리 씰룩이는 송씨
파란 지페 다섯장, 주머니 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거친 손끝 파르르 떠는 노가다 송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