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아주 마음에 드는 작은책상이 하나 있습니다.
접이식 네다리가 있고
그 위에 닭알 모양을 갖춘 적당한 크기로
아담하게 생겼으며
처음에 예쁘게 생긴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밥상 용도로 구입을 하였으나.불현 듯
책을 올려 놓으며
턱괴고 앉아 있으려니
제법 운치가 있고 쓸모있어서
이젠 소중한 나만의 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느 땐 지난 달력을 뜯어서 구운 고구마를 올려 놓기도 하고
땅콩을 한줌 볶아 놓기도 하며
요즘은 길죽한 가래 떡을 노릇하게 구어놓고
주전버리 삼아 뜯어 먹는 재미도
아주 작은 즐거움이 되는데
특별한 사건과 특별한 일들이 없는 산촌의 일상은
이와같은 소소함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낙이 됩니다.
쌓여진 책들의 먼지를 툭툭 털어서
안경을 집어들고
가볍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책들이 있고
면내 점방에서 구입한 커피는 항시 먹을 만큼
쌓여서 있으며
지난 12월 지인으로부터
받은 한바가지의 생강차가 있으니
흡족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나이가 들어서(?) 일찍이
두눈이 뜨이면
빼꼼히 이불 속에서 30여분을 깜빡이며
주위 동태를 살피고
잠이 쫒겨서 도망간 지금
앉은뱅이 책상위에
가만히 앉아
생강차 한모금
뜨거운 김을 가볍게 불어가며
마시는 재미도
정월 초하룻 날 여명이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똥폼을 기분좋게 잡아보는 오늘이
그렇게 못나보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첫댓글 ㅎ~
방문열면 마당너머 눈 쌓인 밭고랑이
눈에보이는듯 하군요
청량한바람 고랑타고 흐르다
내 콧속으로스며들어 정수리한곳을
쨍 하게 열어줄듯...
올 한 해도 무진장 건강하시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정겹고도 아쉬운 하루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