雉折足而傳松脂則接 蜘蛛爲蜂所螫 而嚼芋莖傳其汁而愈 鼠中砒礵毒 則急入圊中啖穢而甦 兪扁非敎雉也 蛛與鼠非讀雷公歧伯之書也 且其不病之時 不知其何者爲藥 及其病也 斯須之間 以某物爲藥之心 自然出 直取其藥物 如磁石之引針 嬰兒之吸乳 渠亦不知其然也 是天爲之也 不使之自然而知 則誰醫之乎 天之仁心也歟 雜家中醫書踰萬卷 而不惟人人不能自治其病 雖有業醫者 不能活人 或心歧而不如雉蜘蛛鼠之自然而且專一乎
다리가 부러진 꿩은 송진을 바르면 접골이 되고, 벌에게 쏘인 거미는 토란 줄기를 씹어 그 물을 바르면 낫고 쥐가 비상에 중독되면 변소에 급히 들어가 똥물을 먹으면 깨어난다. 유부(兪拊)․편작(扁鵲)이 꿩을 가르친 것이 아니고 거미와 쥐가 뇌공(雷公)․기백(歧伯)의 글을 읽은 것도 아니다. 또 병들지 않았을 때에는 무엇이 약이 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병이 들면 재빨리 어떤 것이 약이 된다는 것을 자연히 안다. 곧 그 약물을 취하기를 자석(磁石)이 바늘을 끌듯, 어린아이가 젖을 빨듯 하였으니, 저들도 왜 그러한지는 모른다. 이는 하늘이 하는 것이요 자연히 알게 하지 않으면 누가 치료하여 주겠는가. 하늘의 마음은 어질도다. 잡서(雜書) 가운데에 의서(醫書)가 만 권이 넘는데도 사람마다 제 병을 스스로 치료하지 못함은 물론 의술을 업으로 하는 자라도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그것은 혹시 마음이 번잡하여 꿩․거미․쥐 등의 자연스럽고 또 전일한 것과 같지 못해서인가.
蝙蝠 六分鼠也 鵂鶹 四分猫也 受全陰之氣 故夜視晝伏 好昏濕也 草頭結柿宲 木末發蓮花 是植物之變體也 珊瑚樹 木而如石者也 陰精石 水而成石者也 浮萍無根 緣水而開葉 兔絲無根 依樹而結蔓
박쥐는 10분의 6이 쥐이고 부엉이는 10분의 4가 고양이다. 전음(全陰)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에 밤에는 보고 낮에는 잠복하니 어둡고 습한 것을 좋아한다. 풀 끝에 감이 열리고 나무 끝에 연꽃이 피니 이것은 식물(植物)의 변체이다. 산호수(珊瑚樹)는 나무인데 돌 같은 것이고 음정석(陰精石)은 물로서 돌이 된 것이다. 부평(浮萍)은 뿌리가 없는데 물에 있어 잎사귀가 피고, 토사(兔絲)는 뿌리가 없는데도 나무에 붙어 덩굴을 맺는다.
余幼時見樓柱有穴可容數升 有蜂大如棗 黃赤色成群屯聚 乘其采花 盡出 探穴則積細枯草,亂絲,裂紙諸軟暖之物 其中有一黑塊如繭者 相聯接矗矗 成蓮房 每一房必有一蠐螬 以蠟堅封之 余仍如前藏置後 幾日又發 則蠐螬始具頭眼翅足 白如羊脂 痴而不動 仍又藏置後多日 又發 每房蜜皆盈焉 以赤蠟封之 盖蜂皆成形以出 而始釀花爲蜜於其中 作事有次第 且堅緻可愛也
내가 어렸을 때에 누각 기둥에 있는 구멍이 크기가 두 되쯤 들 만한데 누르고 붉은 빛깔의 대추알 만한 벌이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벌들이 꿀을 거두러 모두 나갔을 때 구멍을 더듬어 보니 마른 풀, 헝클어지고 찢어진 종이 등 부드럽고 따뜻한 것들이 있었다. 그 속에 고치만한 검은 덩이가 있는데 뾰쪽뾰쪽한 것이 연방(蓮房) 같았다. 한 방(房)에 반드시 한 굼벵이가 있고 납(蠟)으로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었다. 원래대로 넣어 두고 며칠 뒤에 다시 꺼내어 보니 굼벵이는 머리․눈․날개․발을 갖추고 양기름 같이 희었으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그대로 넣어 두었다. 며칠 후 또 꺼내 보니 방(房)마다 꿀이 가득 차고 붉은 밀로 봉하였다가 완전한 벌이 되어 나간 뒤 그곳에 꽃을 빚어 꿀을 채워 넣은 것이다. 일을 하는 순서가 있고 또 단단하고 치밀하니 사랑스럽다.
屋樑木理裂坼 衆蝙蝠 次第布翅而伏 試以木尖築之 聲如戛鉄 其下堆積枯蜂 皆無首 始識蝙蝠食蜂頭也 屑夜明砂 則閃閃者 皆蜂頭眼之破碎也 然晝不能視 則安得捉蜂也 且蜂窠非渠所可入也 雖晝蜂或可獵耶 未可知也 嘗捕其大者 澆之以醋 渾身酣紅 以銅絲鎖其足 囚于竹箇 朝視 廼逃去矣
틈이 난 집 들보에 박쥐가 여러 마리 날개를 펴고 붙어 있었다. 나무 끝으로 찔러보니, 쇠를 치는 소리가 났다. 그 밑에 죽은 벌이 무더기로 쌓였는데 모두 머리가 없었다. 그제야 박쥐가 벌의 머리를 먹는 것을 알았다. 야명사(夜明砂)를 가루를 만들어 보니 번쩍번쩍하는 것이 모두 벌의 머리와 눈이 부서진 것이었다. 그러나 낮에 보지 못하는 놈이 어떻게 벌을 잡겠는가. 또 벌의 집은 박쥐가 들어갈 수가 없다. 낮이라도 벌은 사냥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일찍이 그 큰 놈을 잡아서 초(醋)를 발랐더니 온몸이 붉어졌다. 그 발을 구리실로 묶어서 대통 속에 넣어 두었는데 아침에 보니 도망가고 없었다.
白永叔 乙酉冬 往牙山 鑿十里渠 將以明春澆田 穿二丈 則有蟄蟾而無所從入之穴 亦有蘆根 直入地三丈 皆是異事 又地中盤大石有穴 續長竹三四揷之 終不得量其深幾丈云
백영숙(白永叔)이 을유년 겨울에 아산(牙山)에 가서 개천을 10리나 팠는데 이는 명년 봄에 논에 물을 대려고 한 때문이다. 두 길을 파자 두꺼비가 있었는데 들어온 구멍은 없었다. 또한 갈대 뿌리가 세 길이나 땅 속에 들어와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땅 속 큰 반석 밑에 구멍이 있는데 긴 대 서너개를 이미 넣었으니 그 깊이가 몇 길인지 측량하지 못하였다 한다.
宋治平丁未歲 漳州地震裂 有狗自中走出 視其底 皆林木枝葉蔚然 我國平壤 無井 古有監司某 發丁穿一處 地中有大盤陀 鑿幾尺方透 其下有水 發菡萏 游魚潑剌 仍掩之 不復穿井 諺傳 平壤舟形 故忌穿鑿 其後仍有壬辰之難 此皆不可究詰 闕之可也
송 나라 치평(治平) 정미년에 장주(漳州)에서 지진으로 땅이 갈라졌는데 개가 그 속에서 뛰어나왔다. 그 밑을 보니 모두 나무들인데 가지가 무성하였다. 우리나라 평양(平壤)에는 우물이 없는데 예전에 어떤 감사(監司)가 인부를 시켜 한 곳을 뚫으니 큰 반석이 있었다. 몇 자를 파서야 통했는데 그 아래에 물이 있어 연꽃이 피고 고기가 활발하게 놀았다. 그대로 덮어 버리고 다시 우물을 파지 않았다. 속담에 전하기를 ‘평양(平壤)은 배의 모양이기 때문에 뚫고 파는 것을 꺼린다.’ 한다. 그 뒤에 곧 임진년 난리가 있었는데, 이것은 모두 규명할 수 없으니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
鳥之飛也 必先南而後它之 虱之行也 必先北而後它之 各從其陰陽之氣也 葵花之傾日 品鍾之偏也 余種于盆 觀其每日 朝東午正夕西 無一差 方其東也 移盆使西之 少間低垂而死 噫 余使葵失節 而葵守節而死也
새가 날 때는 먼저 남쪽으로 난 뒤에 다른 데로 가고, 이[虱]가 행할 때는 먼저 북쪽으로 간 뒤에 다른 데로 가니, 각각 음양(陰陽)의 기운을 따르는 것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여 기울어지는 것은 품종(品種)이 편벽된 것이다. 내가 해바라기를 분에 심고 매일 아침에는 동쪽으로 한낮에는 바로 저녁에는 서쪽으로 기울어져 한번도 착오가 없는 것을 보고서 동으로 기울 때에 분을 서쪽으로 옮겼더니 얼마 있다가 축 늘어져 죽었다. 슬프다. 내가 해바라기로 하여금 절개를 잃게 하였더니 해바라기는 절개를 지키고 죽었다.
余嘗聞舞鶴法 當凈掃平滑之房 不留器什 只置圓轉之木一箇 囚鶴於房中 爇火于堗 使房熱烘 鶴不耐其足熱 立於圓木 必流轉 乍立乍躓 兩翮翕張無常 俯仰不已 其時窻外吹竹彈絲 喧闐嘲轟 若與鶴之顚倒 相節奏者 鶴心煩于熱 耳閙于聲 有時而悅忘其勞
나는 학(鶴)에게 춤을 추게 하는 방법을 들었다. 깨끗이 쓴 평평하고 미끄러운 방에 기물을 남기지 않고 구르는 나무 토막 한 개만을 둔다. 그리고 학을 방 안에 가두고 방이 뜨겁도록 불을 넣는다. 학은 발이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하고 둥근 나무에 올라 서면 나무 토막은 구르면서 섰다 미끄러졌다 한다. 학은 두 날개를 오무리고 펴기를 수없이 한다. 그때 창 밖에서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뜯어 학이 전도(顚倒)하는 것에 맞추어 소리를 낸다. 즉 서로 절조(節調)를 맞추어 연주하는 것같이 한다. 학은 일면 뜨거운 것을 피하려 하고 귀는 시끄러운 소리에 따갑지만 한편 기뻐하기도 하여 괴로움을 잊는다.
旣久之 廼放 後多日 又吹竹彈絲 鶴忽欣然鼓翼矯頸 應節翩翻矣 奇謀妙計 一至于此 自是萬物皆不全其自然爾 莊子謂馬牛天也 絡首穿鼻人也 此欲通而反塞也 絡之穿之亦天也 若不絡不穿 不可以導馬牛之性也 看它首它鼻 已有天生可絡可穿之形勢 此天也 其所謂人者 舞鶴之類歟
오랫동안 그렇게 한 뒤에 내어 놓는다. 며칠 뒤 또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면 학은 기쁜 듯이 날개를 치고 목을 꼿꼿이 세워 절조에 맞추어 춤을 춘다. 기이한 꾀와 묘한 계책이 이렇게까지 만드는가. 이로부터 만물이 모두 그 자연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다. 장자(莊子)가 이르기를, “말과 소는 그대로가 천연(天然)이고, 머리를 얽고 코를 뚫는 것은 인위(人爲)이다. 이것을 통하고자 하는 것은 도리어 막는 것이다.” 하였다. 얽고 뚫는 것도 또한 천연이다. 만일 얽고 뚫지 않으면 말과 소의 성품을 인도할 수가 없다. 저 머리와 코를 보면 이미 천생으로 얽고 뚫을 만한 형세가 있으니, 이것은 천연이다. 이른바 인위라는 것은 학을 춤추게 하는 따위일 것이다.
余嘗聞枕中雞法 九月十月霜降時所伏雞 雖長 形體至小 明年霜降時 又使之伏其卵 形復減小 至又明年孫雞則大如拳 䧺者能鳴 附板作枕 養於其中 每夜睡卧 則丑時必鳴矣 凡霜時雞 號曰霜雞
나는 일찍이 침중계(枕中鷄) 기르는 법을 들었다. 9월 10월 서리가 내릴 때에 부화한 닭은 비록 자라더라도 몸이 지극히 작다. 명년 상강(霜降) 때에 또 알을 안기면 몸이 더욱 작아진다. 또 명년 손자 닭에 이르면 크기가 주먹만한데 수컷은 울 수 있다. 판자를 붙여 베개를 만들고 그 속에서 기른다. 밤마다 자려고 누워 있는데 축시(丑時)가 되면 반드시 운다. 서리 올 때에 부화한 닭을 상계(霜鷄)라고 부른다.
余嘗聞土坎養雞法 冬掘土深若干尺 架木爲室 只有通明一竅 積毳草於其中 駈群雞入之 使不出 常料飮啄之具外 飯和土硫黃如菽大 飼之 明春肥大倍勝 味尤嫰軟 此理或然也 如葱菁之屬 埋於盆中 冬置暖房 時時澆水 使不見陽氣 其莖葉黃白 茁長潤肥也
나는 일찍이 흙구덩이에서 닭을 기르는 법을 들었다. 겨울에 땅을 어느 정도 파고 나무를 걸쳐 방을 만들되 광선을 통하는 구멍만 남긴다. 부드러운 풀을 그 안에 쌓아 두고 닭을 몰아넣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항상 마시고 쪼아먹는 모이 외에 밥에 토류황(土硫黃)을 섞어 콩알 만한 크기로 만들어 먹이면 명년 봄에는 배나 살이 찌고 맛이 더욱 연하고 부드럽다 하니, 이치가 혹 그럴 듯하다. 파와 졸 같은 것을 분에 심어 겨울에 따뜻한 방안에 두고 때때로 물을 주고 빛을 보지 못하게 하면 그 줄기와 잎사귀가 누르스름하게 되어 무럭무럭 자라서 윤택하게 살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