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시(韓國漢詩)1-오언절구(五言絶句) 106편
絶句는 4句로 이루어지는 최소의 詩體이다
한 句의 자수가 5자인 '五言絶句'와 7자인 '七言絶句' 두 종류 가 있는다.
絶句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8句의 시 律詩(율시)를 半絶(반절)한 것, 또는 1句 1絶의 뜻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정설은 아직 없다.
오언절구의 기원은 六朝(육조)의 晉(진)?宋(송) 때 揚子江(양자강) 하류?중류 지역에서 남녀간의 애정을 경묘한 표현으로 노래하여 유행했던 子夜歌(자야가)?서곡가(西曲歌) 등의 民歌(민가)에 있다.
이것이 나중에 문인들의 주목을 끌어 齊(제)?梁(양) 이후로 활발하게 만들어지기에 이르러 민가풍의 것으로부터 차차 무게와 깊이를 더한 것이 되었고, 唐代(당대)에는 韻律(운율)의 규격도 갖추어져 近體詩(근체시)의 하나로서 형태가 정해졌다. 篁:대숲황
絶句는 최소의 詩體이니만큼 착상?감각?표현에 고도의 날카로움이 있어야 하고, 또 言外(언외)의 情(정)이라는 여운이 존중되는 것이다.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독좌유황리 탄금부장소 심림인부지 명월래상조)’는 王維 詩 ‘竹里館(왕유 시 죽리관)’인데, 불과 20자 속에 幽玄(유현)의 세계가 포착되고 시인의 유유한 심경이 여운을 남긴다.
이와같이 絶句는 문자 하나하나가 음미되고,句 하나하나가 긴밀히 구성되며,起承轉結(기승전결)의 구성법도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서 자연히 정해진 것이다.
唐代의 絶句를 모은 것으로는 송나라 洪 邁(홍 매)의 <萬首唐人絶句(만수당인절구)> 101권이 있는데, 그 중에서 75권이 七言絶句이다.
五言古詩라 하더라도 편의상 넉 줄 시는 五言絶句에 편집하였다.
1. 遺于仲文(유우중문) ― 乙支文德(을지문덕) 于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신책구천문 묘산궁지리 전승공기고 지족원운지
천문에 통한 신비로운 계책 지리를 꿰뚫은 미묘한 헤아림.
이미 싸움에 이겨 이름 높았거니 만족할 줄 알아 그만 그치시게나.
直譯
신비로운(神) 꾀는(策) 하늘의(天) 법도를(文) 궁구하였고(究)
미묘한(妙) 헤아림은(算) 땅의(地) 이치를(理) 다하였네(窮).
싸움에(戰) 이겨(勝) 공이(功) 이미(旣) 높았거니(高)
원컨대(願) 만족할 줄(足) 알아(知) 그만두라고(止) 말하네(云).
낱말풀이 / 궁구(窮究) : 속 깊이 연구함, 또는 그렇게 하는 연구.
2. 秋夜雨中(추야우중) ― 孤雲 崔致遠(고운 최치원)
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추풍유고음 세로소지음 창외삼경우 등전만리심
가을바람에 읊는 간절한 시 세상 길에 알아주는 이 드물고.
한밤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 등불 앞엔 만리로 달리는 마음.
直譯
가을(秋) 바람에(風) 오직(惟) 간절히(苦) 읊을 뿐(吟)
세상(世) 길에는(路) 소릴(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다네(少).
창(窓) 밖에는(外) 한 밤중의(三更) 비(雨)
등불(燈) 앞에는(前) 만리의(萬里) 마음이라네(心)
3.樂道吟(락도음) ― 李資玄(이자현)
家住碧山岑 從來有寶琴 不妨彈一曲 祗是少知音
가주벽산잠 종래유보금 불방탄일곡 지시소지음
내 집은 푸른 산봉우리 보배로운 거문고 이전부터 있어
언제고 한 가락 탈 수 있지만 이 소리 아는 사람 드물 뿐.
直譯
집은(家) 푸른(碧) 산(山) 봉우리에(岑) 머물고(住)
오래(從)부터(來) 보배로운(寶) 거문고(琴) 있어(有)
한(一) 곡조(曲) 타는데(彈) 방해됨이(妨) 없었지만(不)
다만(祗) 이에(是) 소리를(音) 알아주는 이(知) 드물 뿐(少).
낱말풀이 / 知音 : 소리를 앎. 즉 나를 잘 알아주는 친한 벗.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 있음. 최치원(崔治遠)의 시에 나왔음.
4. 下第贈登第(하제증등제) ― 南村 李公遂(남촌 이공수)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태양에 빛나는 금방 초가에 피어나는 푸른 꿈.
누가 알리 달나라 계수나무에 한가지 여유 있음을
直譯
밝은(白) 해가(日) 과거 급제자 명단을(金榜) 밝히니(明)
푸른(靑) 구름이(雲) 초가(草) 집에서(廬) 일어나네(起).
어찌(那) 알리(知) 달나라 궁전(廣寒) 계수나무엔(桂)
오히려(尙) 한(一) 가지의(枝) 여유가(餘) 있음을(有).
낱말풀이 / 下第 : 과거에 떨어짐. 金榜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거는 괘. 草廬 : 시골의 초가집. 廣寒 : 달나라 궁전인 광한전. 尙有 : 아직도 ~이 있다.
5. 東宮春帖(동궁춘첩) ― 金富軾(김부식)
曙色明樓角 春風着柳梢 鷄人初報曉 己向寢門朝
서색명루각 춘풍착유초 계인초보효 기향침문조
처마에서 밝아지는 새벽 버들가지에 붙는 춘풍.
순라군은 새벽을 알리는데 나는 안방으로 향하고.
直譯
새벽(曙) 빛이(光) 다락(樓) 끝에(角) 밝아 오는데(明)
봄(春) 바람은(風) 버들(柳) 가지에(梢) 붙고(着).
순라군이(鷄人) 새벽을(曉) 처음(初) 알리는데(報)
나는(己) 아침에(朝) 안방(寢) 문으로(門) 향하네(向).
낱말풀이 / 東宮 : 세자궁. 春帖 : 봄에 써 부치는 시. 樓角 : 다락.
鷄人 : 순라군. 寢門 : 안방문.
6. 山庄雨夜(산장우야) ― 高兆基(고조기)
昨夜松堂雨 溪聲一枕西 平明看庭樹 宿鳥未離棲
작야송당우 계성일침서 평명간정수 숙조미리서
어젯밤 송당의 비 서쪽 시냇물소리 베개삼고.
새벽녘 바라보는 뜰 앞 나무에 자던 새는 아직도 둥우리.
直譯
어제(昨) 밤(夜) 소나무(松) 집에(堂) 내린 비(雨)
시내 물(溪) 소리는(聲) 하나의(一) 서쪽(西) 베개이고(枕).
밝음이(明) 평정되어(平) 뜰(庭) 나무(樹) 바라보니(看)
자던(宿) 새(鳥) 보금자리(棲) 떠나지(離) 아니했네(未).
庄:농막장
낱말풀이 / 平明 : 밝음이 평정될 무렵. 새벽녘. 해가 뜰 때. 알기 쉽고
분명함.
7. 題天尋院壁(제천심원벽)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待客客未到 尋僧僧亦無 惟餘林外鳥 款款勸提壺
대객객미도 심승승역무 유여임외조 관관권제호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손님 찾아도 또한 스님도 없고.
오직 저 숲 밖에 새들만 술병 들라 권하네.
直譯
손님을(客) 기다려도(待) 손님은(客) 이르지(到) 아니하고(未)
스님을(僧) 찾았건만(尋) 스님(僧) 또한(亦) 없네(無).
오직(惟) 숲(林) 밖에(外) 새(鳥) 남아있어(餘)
정성껏(款) 정성껏(款) 술병(壺) 들라고(提) 권하네(勸).
8. 山居(산거) ― 雙明齋 李仁老(쌍명재 이인로)
春去花猶在 天晴谷自陰 杜鵑啼白晝 始覺卜居深
춘거화유재 천청곡자음 두견제백주 시각복거심
봄은 가도 꽃은 있고 하늘은 개어도 그늘지는 골짜기.
한낮에 소쩍새 우니 사는 곳 깊기도 하여라.
直譯
봄은(春) 갔건만(去) 꽃은(花) 아직도(猶) 있고(在)
하늘은(天) 맑아(晴) 골짜기(谷) 저절로(自) 그늘지네(陰).
소쩍새(杜鵑) 하얀(白) 낮에도(晝) 울어대(啼)
비로소(始) 깊은데(深) 자리잡아(卜) 삶을(居) 알겠느니(覺).
낱말풀이 / 卜居 : 살 만한 곳을 점침. 살 만한 곳을 가려서 삶.
9. 詠井中月(영정중월)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山僧貪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방응각 병경월역공
스님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지.
비로소 깨달았으리 절에 돌아와 병이 기울자 달도 또한 공인 것을
直譯
산(山) 스님이(僧) 달(月) 빛을(色) 탐내(貪)
아울러(幷) 하나의(一) 병(甁) 속에(中) 길었네(汲).
절에(寺) 이르러(到) 바야흐로(方) 응당(應) 깨달았으리(覺)
병이(甁) 기울자(傾) 달(月) 또한(亦) 없어지는 것을(空).
10. 四快(사쾌) ― 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大旱逢甘雨 他鄕見故人 洞房華燭夜 金榜掛長名
대한봉감우 타향견고인 동방화촉야 금방괘장명
오랜 가뭄 뒤 단비 타향에서 만나는 옛 친구
신방에 화촉이 타는 밤 급제하여 나붙는 귀한 이름은.
直譯
큰(大) 가뭄(旱) 단(甘)비(雨) 만나고(逢)
다른(他) 고을에서(鄕) 옛(故) 사람(人) 보네(見).
깊은(洞) 방(房) 촛불(燭) 빛나는(華) 밤(夜)
급제 명단(金榜) 귀한(長) 이름(名) 걸렸네(掛).
낱말풀이 / 洞房 : 신혼 방. 故人 : 고향 사람.
11. 江村夜興(강촌야흥) ― 任 奎(임 규)
月黑鳥飛渚 烟沈江自波 漁舟何處宿 漠漠一聲歌
월흑조비저 연침강자파 어주하처숙 막막일성가
새가 물가로 나르는 어두운 밤 연기에 잠긴 강은 스스로 물결치고.
고기잡이의 배는 어디서 자는 가 아득히 한 가락의 노래여.
直譯
달빛은(月) 어두운데(黑) 새는(鳥) 물가로(渚) 나르고(飛)
연기(烟) 잠긴(沈) 강은(江) 스스로(自) 물결치네(波).
고기잡이(漁) 배는(舟) 어느(何) 곳에서(處) 자는가(宿)
넓고(漠) 아득한(漠) 한(一) 가락의(聲) 노래여(歌).
12. 普德窟(보덕굴) ― 益齋 李齊賢(익제 이제현)
陰風生岩谷 溪水深更綠 倚杖望層顚 飛檐駕雲來
음풍생암곡 계수심갱록 의장망층전 비첨가운래
굴속에서 나오는 축축한 바람
푸르러 더욱 깊은 시냇물.
지팡이 의지하여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구름이 와 머무는 높은 처마
直譯
축축한(陰) 바람은(風) 바위(岩) 골에서(谷) 나오고(生)
시내(溪) 물은(水) 깊어(深) 더욱(更) 푸르네(綠).
지팡이(杖) 의지하여(倚) 높은(層) 산꼭대기(顚) 바라보고(望)
나를 듯한(飛) 처마에(檐) 구름이(雲) 와서(來) 타네(駕).
13. 偶吟(우음) ― 崔承老(최승노)
有田誰布穀 無酒可提壺 山鳥何心緖 逢春謾自呼 만
유전수포곡 무주가제호 산조하심서 봉춘만자호
밭엔 뻐꾸기 소리 빈 병 갖고 술 사러가네.
산새는 무슨 심사로 봄만 오면 부질없이 우짖나.
直譯
밭에(田) 있나니(有) 어느(誰) 뻐꾸긴가(布穀)
술이(酒) 없어(無) 가히(可) 항아리(壺) 들었네(提).
산(山) 새는(鳥) 무슨(何) 마음(心) 실마리로(緖)
봄만(春) 맞으면(逢) 스스로(自) 까닭 없이(謾속일만) 불러대느뇨(呼).
14. 示諸子(시제자) ― 去塵/貞肅 趙仁規(거진/정숙 조인규)
事君當盡忠 遇物當至誠 願言勤夙夜 無忝爾所生
사군당진충 우물당지성 원언근숙야 무첨이소생
임금 섬김에 극진한 충성 사람 만나면 지극한 정성.
밤낮으로 부지런하여 삶을 욕되게 말아야지.
直譯
임금(君) 섬김에(事) 극진한(盡) 충성(忠) 마땅히 하고(當)
일을(物) 당해선(遇) 지극한(至) 정성(誠) 마땅히 하라(當).
청하여(願) 말하느니(言) 아침(夙) 저녁(夜) 부지런하여(勤)
그대(爾) 살아가는(生) 바(所) 욕됨이(忝) 없게 하라(無).
낱말풀이 : 諸子 : 그대들. 제군.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부르는 제 이인칭(第二人稱). 愚物 : 물건을 만남. 사람을 대함. 願言 : 바라건대. 원컨대. 言은 조자(助字).夙夜 :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忝 : 더럽힘. 욕되게 함.
15. 雨荷(우하) ― 拙翁 崔 瀣(졸옹 최 해)
胡椒八百斛 千載笑其愚 如何碧玉斗 竟日量明珠
호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후추 팔백 섬 천년 어리석음 비웃고.
푸른 구슬의 말로 어찌하여 종일 동안 명주를 되기만 하는고.
直譯
후추(胡椒) 팔(八) 백(百) 섬(斛)
천(千) 년(載) 그(其) 어리석음을(愚) 비웃네(笑).
어찌(何) 어찌하여(如) 푸른(碧) 구슬의(玉) 말로(斗)
하루가(日) 끝나도록(竟) 빛나는(明) 구슬을(珠) 헤아리기만 하는고(量).
16. 江口(강구) ― 雪谷 鄭 ?(설곡 정 포)
移舟逢急雨 倚檻望歸雲 海闊疑無地 山明喜有村
이주봉급우 의함망귀운 해활의무지 산명희유촌
배를 돌리다 만난 소나기 난간에 기대 가는 구름 바라보고.
바다가 멀고 넓어서 땅이 없나 했더니 산이 밝아지자 반갑게도 마을이 있네.
直譯
배를(舟) 옮기다(移) 급한(急) 비(雨) 만나(逢)
난간에(檻) 기대(倚) 돌아가는(歸) 구름(雲) 바라보네(望).
바다가(海) 멀고 넓어(闊) 땅이(地) 없나(無) 의심했더니(疑)
산이(山) 밝으니(明) 반갑게도(喜) 마을이(村) 있네(有).
17. 夜行(야행) ― 咸承慶(함승경)
晴曉日將出 雲霞光陸離 江山更奇絶 老子不能詩
청효일장출 운하광육리 강산갱기절 노자불능시
맑은 이 새벽 해가 뜨려는가 구름 놀빛이 눈부시구나.
이 강산 새삼 뛰어났건만 이 늙은이는 시를 쓸 수 없다네
直譯
맑은(晴) 새벽(曉) 해가(日) 장차(將) 나오려는가(出)
구름(雲) 놀(霞) 빛이(光) 뭍에(陸) 떨어지네(離).
강과(江) 산이(山) 다시(更) 기이하게(奇) 뛰어났건만(絶)
늙은(老) 사람은(子) 시를(詩) 할 수(能) 없다네(不).
18. 漢浦弄月(한포농월) ― 牧隱 李 穡(목은 이 색)
日落沙逾白 雲移水更淸 高人弄明月 只欠紫鸞笙
일락사유백 운이수갱청 고인농명월 지흠자란생
해 지면 더욱 하얀 모래 구름 걷히니 새롭게 맑아지는 물.
시인은 이 밤 달과 노니는데 다만 피리소리 없구나.
直譯
해가(日) 지니(落) 모래(沙) 더욱(逾) 희고(白)
구름(雲) 옮아가니(移) 물 다시(更) 맑아라(淸).
시인은(高人) 밝은(明) 달(月) 희롱하나니(弄)
다만(只) 자란생(紫鸞笙) 모자람이라(欠).
낱말풀이 / 弄月 : 달구경을 함. 高人 : 풍류객. 紫鸞笙 : 악기 이름.
19. 春興(춘흥) ― 圃隱 鄭夢周(포은 정몽주)
春雨細不滴 夜中未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춘우세부적 야중미유성 설진남계창 초아다소생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아 밤들어도 소리 없는 비.
논 녹아 시냇물 불어나니 새싹 제법 돋아났겠네.
直譯
봄(春) 비(雨) 가늘어(細) 방울지지(滴) 아니하니(不)
밤(夜) 중에(中) 소리(聲) 있지(有) 아니하네(未).
눈이(雪) 다하니(盡) 남쪽(南) 시내(溪) 불어나(漲)
풀(草) 싹이(芽) 얼마쯤(多少) 생겨났겠네(生).
낱말풀이 / 雪盡 : 눈이 녹아 사라짐. 多少生 : 많이 돋아났을 것이다.
20. 村居(촌거) ―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赤葉明村逕 淸泉漱石根 地僻車馬少 山氣自黃昏
적엽명촌거 청천수석근 지벽거마소 산기자황혼
산길 밝히는 단풍잎 바위를 씻는 맑은 샘.
두메 산골엔 오가는 사람 없고 산 기운에 날은 절로 저무네.
直譯
붉은(赤) 잎(葉) 마을(村) 길(逕) 밝히고(明)
맑은(淸) 샘(泉) 바위(石) 뿌리(根) 씻네(漱).
땅이(地) 후미지니(僻) 수레와(車) 말(馬) 드물고(少)
산(山) 기운에(氣) 저절로(自) 누렇게(黃) 저무네(昏).
낱말풀이 / 赤葉 : 단풍. 村逕 : 시골 길. 車馬少 : 사람의 왕래가 적음.
21. 卽事(즉사) ― 冶隱 吉 再(야은 길 재)
盥水淸泉冷 臨身茂樹高 冠童來問字 聊可與逍遙
관수청천냉 임신무수고 관동래문자 요가여소요
손 씻는 샘물 얼음처럼 차고 높기도 한 마주한 나무.
와서 글 배우는 아이 겨우 함께 노닐 수 있네.
直譯
씻을 관(盥)물로(水) 씻으니(?) 맑은(淸) 샘(泉) 차갑고(冷)
나를(身) 마주한(臨) 우거진(茂) 나무(樹) 높네(高).
어른(冠) 아이(童) 와서(來) 글을(字) 물으매(問)
애오라지(聊 : 부족하나마 겨우) 더불어(與) 거닐고(逍) 노닐(遙) 수 있네(可).
낱말풀이 / ?水 : 대야 물. 손을 씻음. 冠童 : 글 배우러 오는 사람. 聊可 : 애오라지. 가히.
22. 絶句(절구) ― 趙仁璧(조인벽)
蝶翅勳名薄 龍腦富貴輕 萬事驚秋夢 東窓海月明
접시훈명박 용뇌부귀경 만사경추몽 동창해월명
공과 명예는 나비의 엷은 날개 부함도 귀함도 가볍기는 용의 머리.
가을 꿈인 듯 놀라는 모든 일 동창에는 바다의 달이 밝고.
直譯
나비의(蝶) 날개인 듯(翅) 공과(勳) 명예는(名) 엷고(薄)
용의(龍) 머리같이(腦) 넉넉한 재물과(富) 높은 신분도(貴) 가볍구나(輕).
모든(萬) 일은(事) 가을(秋) 꿈인 듯(夢) 놀랍고(驚)
동쪽(東) 창에는(窓) 바다의(海) 달이(月) 밝구나(明).
23. 詠柳(영유) ― 三峰 鄭道傳(삼봉 정도전)
含烟偏嬝嬝 帶雨更依依 無限江南樹 東風特地吹
함연편뇨뇨 대우경의의 무한강남수 동풍특지취
연기를 머금고 간드러지더니 비 맞아 더욱 싱그럽고.
강남의 나무 하 많은데 유달리 부는 동쪽 바람.
直譯
연기를(烟) 머금고(含) 아첨하듯(偏) 간드러지고(嬝) 하늘거리더니(?)
비를(雨) 허리에 차니(帶) 다시(更) 무성하고(依) 무성한 듯(依).
끝이(限) 없는(無) 강(江) 남쪽(南) 나무여(樹)
동쪽(東) 바람이(風) 유달리(特) 땅에(地) 부네(吹).
24. 送僧之楓岳(송승지풍악) ― 獨谷 成石?(독곡 성석린)
一萬二千峯 高低自不同 君看日輪上 高處最先紅
일만이천봉 고저자부동 군간일륜상 고처최선홍
일만 이천 봉 제각기 높고 낮네.
그대 보라 해 오를 때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나니.
일만(一萬) 이천(二千) 봉우리(峰)
높고(高) 낮음이(底) 스스로(自) 같지(同) 아니하네(不).
그대(君) 해(日) 바퀴가(輪) 솟아오르는 것을(上) 보게나(看)
높은(高) 곳이(處) 제일(最) 먼저(先) 붉다네(紅).
25. 偶題(우제) ― 泰齋 柳方善(태재 유방선)
結茅仍補屋 種竹故爲籬 多少山中味 年年獨自知
결묘잉보옥 종죽고위리 다소산중미 연년독자지
집은 띠를 엮어 깁고 울을 삼아 심은 대.
약간의 이 산중 맛 해마다 혼자서만 아느니.
直譯
띠를(茅) 엮어(結) 인하여(仍) 집을(屋) 깁고(補)
대를(竹) 심어(種) 일부러(故) 울타리를(籬) 삼고(爲).
많거나(多) 적거나(少) 산(山) 속의(中) 이 맛(味)
해마다(年年) 홀로(獨) 스스로(自) 아네(知).
26. 次子剛韻(차자강운) ―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關門一室淸 烏机淨橫經 纖月入林影 孤燈終夜明
관문일실청 오궤정횡경 섬월입림영 고등종야명
문을 닫은 고요한 방 까만 책상에 놓인 경전.
초승달은 숲에 들어 그림자 지고 밤새껏 밝혀주는 외로운 등불.
直譯
문을(門) 닫고있는(關) 맑은(淸) 방(室) 하나(一)
까만(烏) 책상에는(机) 경전이(經) 깨끗하게(淨) 가로 놓였네(橫).
초승달은(纖月) 숲에(林) 들어와(入) 그림자지고(影)
외로운(孤) 등불은(燈) 밤을(夜) 마치도록(終) 밝네(明).
27. 題僧軸(제승축) ― 讓寧大君 李 ?(양녕대군 이 식)
山霞朝作飯 蘿月夜爲燈 獨宿孤庵下 惟存塔一層
산하조작반 나월야위등 독숙고암하 유존탑일층
산 노을로 아침밥 짓고 담장이 넌출의 달로 등불 삼아.
홀로 외로운 암자에 묵는데 한 층만 남은 저 탑.
直譯
산의(山) 노을로(霞) 아침(朝) 밥을(飯) 만들고(作)
담장이 넌출의(蘿) 달로(月) 밤(夜) 등불을(燈) 삼네(爲).
홀로(獨) 외로운(孤) 암자(庵) 아래서(下) 묵나니(宿)
오직(惟) 탑에는(塔) 한(一) 층만(層) 있네(存).
28. 文殊臺(문수대) ― 孝寧大君 李 補(효령대군 이 보)
仙人王子晉 於此何年游 臺空鶴已去 片月今千秋
선인왕자진 어차하년유 대공학이거 편월금천추
신선 왕자진이 여기서 그 언제 노닐었나.
학은 이미 떠나고 대만 비어 이제 천년의 조각달뿐
直譯
왕자진이라는(王子晉) 신선의(仙) 사람이(人)
이 곳(此)에서(於) 어느(何) 해에(年) 노닐었던고(游).
학이(鶴) 이미(已) 떠나가(去) 대는(臺) 비었는데(空)
조각(片) 달만이(月) 이제(今) 천 번(千) 가을이네(秋).
29. 睡起(수기) ― 四佳 徐居正(사가 서거정)
簾影依依轉 荷香續續來 夢回孤枕上 桐葉雨聲催
염영의의전 하향속속래 몽회고침상 동엽우성최
희미하게 옮겨가는 발 그림자 연이어 스며오는 연꽃 향기.
외로운 베개의 꿈에서 깨어나니 빗소리 재촉하는 오동잎
발(簾) 그림자는(影) 어렴풋이(依依) 옮기어가고(轉)
연꽃(荷) 향기는(香) 이어지고(續) 이어져서(續) 오네(來).
꿈은(夢) 외로운(孤) 베개(枕) 위에서(上) 돌아오고(回)
오동나무(桐) 잎은(葉) 비(雨) 소리를(聲) 재촉하네(催).
30. 寄君實(기군실) ― 月山大君 李 ?(월산대군 이 정)
旅館殘燈曉 孤城細雨秋 思君意不盡 千里大江流
여관잔등효 고성세우추 사군의부진 천리대강류
가물가물 여관집 새벽 등불 추적추적 외로운 성에 가을비.
끝없는 그대 생각에 천리 긴 강만 흘러 가누나.
直譯
나그네(旅) 집(館) 새벽(曉) 등불은(燈) 꺼지려는데(殘)
외로운(孤) 성에는(城) 가늘게(細) 가을(秋) 비 내리고(雨).
그대를(君) 생각하는(思) 마음은(意) 다함이(盡) 없는데(不)
천리(千里) 긴(大) 강만(江) 흘러가노라(流).
31. 伯牙(백아) ― 容耳 申 沆(용이 신 항)
我自彈吾琴 不必求賞音 鍾期亦何物 强辨絃上心
아자탄오금 불필구상음 종기역하물 강변현상심
내 거문고를 타거니 꼭 알아주지 않아도 되리.
종자기 또한 그 어떤 물건이라서 굳이 줄 속의 그 마음을 밝혔는고.
直譯
나(我) 스스로(自) 내(吾) 거문고를(琴) 타거니(彈)
반드시(必) 소리를(音) 감상하는 이를(賞) 구하지(求) 아니해도 된다네(不).
종자기란 사람은(鍾期) 또한(亦) 어떤(何) 물건이기에(物)
굳이(强) 줄(絃) 위의(上) 마음을(心) 분명히 하였는고(辨).
낱말풀이 / 伯牙 :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종자기(鍾子期)는 이 소리를 잘 알아들었음. 鍾期 : 종자기(鍾子期)를 말 함.
32. 卽事(즉사) ― ?庵 金 淨(충암 김 정)
落日臨荒野 寒鴉下晩村 空林烟火冷 白屋掩柴門
낙일임황야 한아하만촌 공림연화랭 백옥엄시문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내리고 저녁 마을에 모이는 겨울 까마귀.
빈 숲 속 밥 짓는 차가운 연기에 사립문을 닫는 초가집.
直譯
지는(落) 해는(日) 거친(荒) 들로(野) 내리고(臨)
겨울(寒) 까마귀는(鴉) 저녁(晩) 마을로(村) 내려오네(下).
빈(空) 숲에(林) 연기(烟) 불은(火) 차가운데(冷)
가난한 사람의 초가집에서는(白屋) 섶나무로 된(柴) 문을(門) 닫네(掩).
33. 浪吟(랑음) ― 三可, ?岩 朴遂良(삼가, 침암 박수량)
口耳聾啞久 猶餘兩眼存 紛紛世上事 能見不能言
구이롱아구 유여양안존 분분세상사 능견불능언
오래도록 귀머거리 장님 오히려 남아있는 두 눈.
어지럽고 헝클어진 이 세상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
直譯
오래도록(久) 입은(口) 벙어리에(啞) 귀는(耳) 귀머거리지만(聾)
오히려(猶) 두(兩) 눈은(眼) 남아(餘) 있다네(存).
어지럽고(紛) 어지러운(紛) 세상의(世上) 일(事)
볼(見) 수는 있지만(能) 말(言) 할 수는(能) 없다네(不).
34. 山中書事(산중서사) ― 溪山處士 吳 慶(계산처사 오 경)
雨過雲山濕 泉鳴石竇寒 秋風紅葉路 僧踏夕陽還
우과운산습 천명석두한 추풍홍엽로 승답석양환
비 지나가니 젖는 구름 산 샘물 소리에 차가운 돌구멍.
가을바람이 이는 붉은 낙엽 길에 저녁 빛을 밟고 돌아오는 외로운 중.
直譯
비(雨) 지나가니(過) 구름(雲) 산이(山) 젖고(濕)
샘물(泉) 소리에(鳴) 돌(石) 구멍이(竇) 차갑네(寒).
가을(秋) 바람 부는(風) 붉은(紅) 잎의(葉) 길(路)
중이(僧) 저녁(夕) 햇빛을(陽) 밟고(踏) 돌아오네(還).
35. 辛德優席上書此示意(신덕우석상서차시의) ― 太眞 高 淳(태진 고 순)
小閣春風靜 淸談總有餘 聾人無一味 垂首獨看書
소각춘풍정 청담총유여 농인무일미 수수독간서
봄바람 고요한 작은 누각에 모두 넉넉한 맑은 이야기.
아무런 흥도 없는 이 귀머거리 고개 숙여 홀로 책을 보네.
直譯
작은(小) 누각엔(閣) 봄(春) 바람이(風) 고요하고(靜)
맑은(淸) 이야기는(談) 모두(總) 남음이(餘) 있어라(有).
귀머거리(聾) 이 사람은(人) 한낱(一) 흥도(興) 없어(無)
머리를(首) 늘어뜨리고(垂) 홀로(獨) 책을(書) 보노라(看).
36. 大興洞(대흥동) ― 花潭 徐敬德(화담 서경덕)
紅樹暎山屛 碧溪瀉潭鏡 行吟玉界中 ?覺心淸淨
홍수영산병 벽계사담경 행음옥계중 두각심청정
산 병풍을 비추는 붉은 단풍 연못에 쏟아지는 파란 시내.
옥 같은 세계 거닐며 읊조리니 문득 마음이 맑아지고.
直譯
붉은(紅) 나무는(樹) 산(山) 병풍을(屛) 비추고(暎)
파란(碧) 시내는(溪) 연못(潭) 거울에(鏡) 쏟아지네(瀉).
구슬(玉) 경계(界) 속을(中) 거닐며(行) 읊조리니(吟)
문득(?) 마음이(心) 맑고(淸) 깨끗해짐을(淨) 깨닫네(覺).
37. 道峰寺(도봉사) ― 長吟亭 羅 湜(장음정 나 식)
曲曲溪回複 登登路屈盤 黃昏方到寺 淸磬落雲端
곡곡계회복 등등로굴반 황혼방도사 청경락운단
굽이굽이 돌고 도는 시내 꼬불꼬불 오르고 오른 길.
황혼에야 비로소 절에 이르니 구름 끝에 떨어지는 맑은 경쇠 소리.
直譯
굽이(曲) 굽이(曲) 시내는(溪) 돌아(回) 겹치고(複)
오르고(登) 오르는(登) 길은(路) 굽고(屈) 굽었네(盤).
누렇게(黃) 어두워져서야(昏) 비로소(方) 절에(寺) 이르니(到)
맑은(淸) 경쇠소리(磬) 구름(雲) 끝에(端) 떨어지네(落).
38. 偶吟(우음) ― 南冥 曺 植(남명 조 식)
人之愛正士 好虎皮相似 生前欲殺之 死後方稱美
인지애정사 호호피상사 생전욕살지 사후방칭미
올곧은 선비 사랑하기는 좋아하는 호랑이 가죽 같아.
살아서는 죽이려 하다가도 죽고 나면 바야흐로 칭찬하는 것.
直譯
사람(人)이(之) 바른(正) 선비(士) 사랑하기는(愛)
호랑이의(虎) 가죽을(皮) 좋아하는 것과(好) 서로(相) 같네(似).
생전에는(生前) 그를(之) 죽이려고(殺) 하다가(欲)
죽은(死) 뒤에는(後) 바야흐로(方) 아름답다고(美) 칭찬하네(稱).
39. 題?庵詩卷(제충암시권) ― 河西 金麟厚(하서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 悠悠百年計
내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오기는 어디서 오며 가기는 어디로 가는고
오고 감에 일정한 자취 없는 것 아득하여라 백년의 계획이여
直譯
오기는(來) 어느(何) 곳으로(處)부터(從) 오며(來)
가기는(去) 어느(何) 곳을(處) 향하여(向) 가는고(去).
가고(去) 옴에(來) 일정한(定) 자취(?) 없는 것(無)
멀고도(悠) 아득하여라(悠) 백년의(百年) 계획이여(計).
40. 詠梅(영매) ― 板谷 成允諧(판곡 성윤해)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乍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풍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매화꽃이 작다고 싫어하랴 꽃은 작아도 깊은 풍미.
대숲 밖에서 잠깐 보는 그 그림자 때론 달 아래서 맡는 그 향기.
直譯
매화(梅) 꽃이(花) 작다고(小) 싫어하지(嫌) 말 것이(莫)
꽃은(花) 작더라도(小) 풍류다운(風) 맛이(味) 깊다네(長).
대숲(竹) 밖에서(外) 잠깐(乍) 그림자(影) 보고(見)
때로(時) 달(月) 아래서(下) 향기를(香) 맡네(聞).
41. 舟過楮子島(주과저자도) ― 北窓 鄭 ?(북창 정 렴)
孤烟橫古渡 寒日下遙山 一棹歸來晩 招提杳靄間
고연횡고도 한일하요산 일도귀래만 초제묘애간
옛 나루엔 외로운 저녁연기 먼 산에 내리는 겨울 해.
해 저물어 거룻배로 돌아오니 아득히 놀 속에 절이 있고.
直譯
외로운(孤) 연기는(烟) 옛(古) 나루에(渡) 옆으로 놓여있고(橫)
차가운(寒) 해는(日) 먼(遙) 산으로(山) 내려가네(下).
한번(一) 노 저어(棹) 해질 무렵에(晩) 돌아(歸) 오니(來)
절은(招提) 아득히(杳) 놀(靄) 사이에 있네(間).
낱말풀이 / 招提 : 관부(官府)에서 사액(賜額)한 절.
42. 絶句(절구) ― 淸蓮 李後白(청련 이후백)
細雨迷歸路 騎驢十里風 野梅隨處發 魂斷暗香中
세우미귀로 기려십리풍 야매수처발 혼단암향중
가녀린 비에 돌아갈 길 잃고 나귀 타고 헤치는 십리 바람.
곳마다 피어있는 들 매화 그윽한 그 향기에 넋을 끊나니.
直譯
가녀린(細) 비에(雨) 돌아갈(歸) 길을(路) 헤매고(迷)
나귀를(驢) 타고(騎) 십리(十里) 바람이네(風).
들(野) 매화는(梅) 곳을(處) 따라(隨) 피어나고(發)
넋은(魂) 그윽한(暗) 향기(香) 가운데에서(中) 끊어지네(斷).
43. 詠黃白二菊(영황백이국) ― 霽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서리.
直譯
바른(正) 빛이라(色) 노랑을(黃) 귀함으로(貴) 삼지만(爲)
타고난(天) 모습은(姿) 흰 것도(白) 또한(亦) 기이하게 여기네(奇).
세상(世) 사람들은(人) 스스로(自) 나누어서(別) 보긴 하지만(看)
이는(是) 서리가(霜) 고루(均) 업신여기는(傲) 가지라네(枝).
44. 宜月亭(의월정)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白嶽連天起 城川入海流 年年芳草路 人渡夕陽橋
백악연천기 성천입해류 연년방초로 인도석양교
하늘에 닿아 일어나는 백악 바다로 흘러드는 성천.
해마다 향기로운 풀 길 따라 석양의 다리 건너는 사람들.
直譯
백악은(白嶽) 하늘에(天) 이어져(連) 일어나고(起)
성의(城) 시내는(川) 멀리(遙) 바다로(海) 들어가네(入).
해마다(年年) 향기로운(芳) 풀(草) 길을 따라(路)
사람들은(人) 저녁(夕) 빛에(陽) 다리를(橋) 건너네(渡).
45. 秋夜(추야) ― 松江 鄭 澈(송강 정 철)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童出門看 月掛溪南樹
소소락엽성 착인위소우 호동출문간 월괘계남수
나뭇잎 떨어지는 소소한 소리에 성긴 비인 줄 알고.
아이 불러 나가 보라 했더니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 하네.
直譯
고요하고(蕭) 쓸쓸한(蕭) 나뭇잎(葉) 떨어지는(落) 소리에(聲)
성긴(疎) 비가 오는 것으로(雨) 잘못(錯) 알게(認) 되어(爲).
아이를(童) 불러(呼) 문을(門) 나가(出) 보라고 했더니(看)
달이(月) 시내(溪) 남쪽(南) 나무에(樹) 걸려있다 하네(掛).
46. 山中(산중) ― 栗谷 李 珥(율곡 이 이)
採藥忽迷路 千峰秋葉裏 山僧汲水歸 林末茶烟起
채약홀미로 천봉추엽리 산승급수귀 임말다연기
약을 캐다가 문득 잃어버린 길은 천 봉우리 가을 잎 속.
스님이 물길어 돌아가니 수풀 끝에서 일어나는 차 연기.
直譯
약을(藥) 캐다가(採) 문득(忽) 길을(路) 잃었더니(迷)
일 천(千) 봉우리의(峰) 가을(秋) 잎(葉) 속이네(裏).
산(山) 스님이(僧) 물(水) 길어(汲) 돌아가니(歸)
숲(林) 끝에서(末) 차 달이는(茶) 연기(烟) 일어나네(起).
47. 南溪暮泛(남계모범) ― 龜峰 宋翼弼(귀봉 송익필)
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 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미화귀도만 대월하탄지 취리유수조 주이몽불이
꽃에 정신 잃어 늦게 돌린 배 달을 기다리느라 여울에서 내려가기 더디었지.
술에 취해 낚시질을 하나니 배는 옮겨가도 꿈은 바뀌지 않네.
直譯
꽃에(花) 정신을 잃어(迷) 노(棹) 돌리는 것이(歸) 늦었고(晩)
달을(月) 기다리느라(待) 여울에서(灘) 내려가기(下) 더디었네(遲).
술에 취한(醉) 속에서(裏) 오히려(猶) 낚시를(釣) 드리웠느니(垂)
배는(舟) 옮겨가도(移) 꿈은(夢) 옮겨가지(移) 아니하네(不).
48. 偶吟(우음) ― 雲谷 宋翰弼(운곡 송한필)
花開昨日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화개작일우 화락금조풍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어제는 내리는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은 아침 바람에 그 꽃이 지네.
가여워라 이 봄의 일들 바람과 비속에서 가고 또 오누나.
直譯
꽃이(花) 어제(昨) 낮(日) 비에(雨) 피더니(開)
꽃은(花) 오늘(今) 아침(朝) 바람에(風) 떨어지네(落).
한(一) 봄의(春) 일이(事) 가엽다고(憐) 할 것이니(可)
바람과(風) 비(雨) 속에(中) 가고(往) 오네(來).
49. 無題(무제) ― 坡谷 李誠中(파곡 이성중)
紗窓近雪月 滅燭延淸暉 珍重一杯酒 夜曫人未歸
사창근설월 멸촉연청휘 진중일배주 야란인미귀
눈 위의 달에 가까운 비단 창가 촛불만 가물가물 빛을 늘이고.
맛좋은 한잔의 술 밤이 깊어도 그 사람은 아니 오네.
直譯
비단 깁 드리운(紗) 창은(窓) 눈 위의(雪) 달에(月) 가깝고(近)
꺼져 가는(滅) 촛불은(燭) 맑은(淸) 빛을(暉) 길게 늘이네(延).
맛이 좋고도(珍) 소중한(重) 한(一) 잔의(杯) 술(酒)
밤이(夜) 저물어도(曫땅거미질란) 그 사람(人) 돌아오지(歸) 아니하네(未).
50. 聞笛(문적) ― 古玉 鄭 ?(고옥 정 작)
遠遠沙上人 初疑雙白鷺 臨風忽橫笛 寥亮江天暮
원원사상인 초의쌍백로 임풍홀횡적 요량강천모
멀리 모래밭 위의 사람 처음에는 짝 지은 해오리인가 했느니.
피리소리 갑자기 바람결에 일어나 저문 강 하늘에 울려 퍼지고.
直譯
멀고(遠) 아득한(遠) 모래(沙) 위의(上) 사람(人).
처음에는(初) 한 쌍의(雙) 하얀(白) 해오라기인가(鷺) 의심했는데(疑).
바람에(風) 임하여(臨) 갑자기(忽) 빗겨 가는(橫) 피리소리(笛)
저문(暮) 강(江) 하늘에(天) 쓸쓸히(寥) 잘 통하네(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