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까지 열렬한 '나는 자연인이다' 광팬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게 자연인 프로그램인지가 의심스런 방송이 계속됐다. 자연인이 아니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산속에 자리잡고 돈 많은 티를 내며 살아가는 모습은 원래 '나는 자연인이다'의 프로그램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동안 시청을 중단했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려고 밤에 잠도 안자고 본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런 모습은 경기도 양평이나 가평에 가면 발에 채이듯 많은 광경아니든가.내가 사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화야산방 주변에는 그런 류의 사람들이 많이 산다. 거의 반이상이 그런 편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자연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연인이란 그야말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찾고 자연스럽게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예전 씨돌 선생의 그런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시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시청자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산중턱까지 굴삭기로 길 내고 넓은 터 잡아 온갖 자재를 가져다가 아방궁을 만든 것을 두고 자연인 운운은 조금 아니 상당히 낯간지런 화면이었다. 그건 나는 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면 충분했다. 그런데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리고 다시 볼 것을 권유 받았다.내가 한때 광팬이었던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본 결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본 연말(2019년)과 연초(2020년) 프로그램만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물론 제대로 된 자연인을 발견하고 프로그램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나도 방송국에 근무해 봐서 잘 안다. 이른바 '꺼리'가 제대로 발굴되지 않으면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러면 시청률을 하락하게 마련이다. 내가 MBN의 시청률을 알 수는 없지만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면 시청률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방송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비슷한 류의 방송에서 차별화를 이룬다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대부분 1~2년 길어야 3~4년 지나면 폐지되고 다른 프로그램이 대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은 거의 9년 이상된 것 아닌가. 내가 알기로는 최장수 프로그램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다시 원위치하고 제자리를 다시 찾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박수를 보낸다. 이른바 꺼리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방송국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것을 감안할 때 더욱 노력해 새로운 자연인들은 많이 찾아 내길 바란다. 이 '나는 자연인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도 관심사이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어렵게 살았던 사람들의 푸념같은 한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힘든 삶을 살아오면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연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대단해서 그런 것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엄청난 대하드라마이다. 특히 숱한 사연을 간직한 자연인들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고 나도 저런 상황에 봉착했을 때 힘을 잃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하게 돼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다시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 제작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말 꺼리가 없을 경우에는 지나간 자연인들을 한 번 더 찾아가서 그들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한국 방송사에 최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2020년 1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