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7차 출정중에 3일째 걷는 날이다.
코스는 해파랑길 35번 옥계해변에서 정동진역을 지나
강릉시 36번 안인해변까지이다.
두 코스의 거리는 19.4km로 짧다.
- 걸었던 날 : 2024년 8월 17일(토)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35~36코스. (한국여성수련원입구-옥계해변-금진항-심곡항-부채길-정동진역-안인해변)
- 걸은 거리 : 19.4km(약28,000보, 5시간)
- 누계 거리 : 520.4km.
- 글을 쓴 날 : 2024년 8월 21일.
두 여동생 가족은 하루 먼저 돌아 가고 두분만 남았다.준비한 냉장고 음식을 털어야 한다고 하여 펜션으로 다시 갔다.나의 6남매 형제중 5형제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나만 광주에 살고 있어 한꺼번에 형제들 만남은 쉽지 않다.나의 아이들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 확율이 높다.그렇다면 나도 서울로 가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늘 가지고 있다.
8월17일 토요일 아침 8시 옥계해변 한국여성 수련원에 주차을 하고 걷기 시작한다.
아직 무더위는 한창인데 내일이면 동해안 해수욕장은 폐장을 한다고 하고 막바지 무더위에 붐벼야 할 해변은 한가했다.지나는 옥계해변에는 서핑 강습소와 보드렌탈 업소가 여럿 있었다.나는 서핑강습소를 지나면서 오늘 걷기를 끝내고 서핑강습을 받아 파도 타기 서핑을 도전하겠다고 했더니 아내는 전혀 못하게 하지 않고 알아서 하시란다.구박이나 면박은 면했으니 다행이다.
금곡항과 심곡항을 가는길은 굽이굽이 해안도로의 정석이다.일렁이는 바다가 코앞이고 큰 파도가 밀려오면 도로까지 올라 올 가까운 거리여서 온 몸으로 바다의 소리를 듣고 느끼며 걷는다.이제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절벽 아래 해안가 2km구간을 철제계단으로 만든 유료 해안길이다.기존 해파랑길 안내는 심곡리 마을과 야산을 경유하여 정동진 해돋이공원을 향해 상시 걷게 했으나 우리는 바다 부채길을 걷기로 했다.부채길을 지나는 요금은 1인당 5천원이다.
부채길은 과거에 군부대 초소만 있었을 산 비탈 절벽 해안에 지나는 길을 만들어 해안의 절경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지나는 길 중간에 큰 바위가 있는데 부채바위이다.부채바위에는 서낭당이 있고 여인과 노인의 이야기가 서려 있다는 설명의 글이 있다.이렇게 바닷가 해안 마을이나 바위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있고 서낭당은 어민과 민초들의 기도처가 되기도 한다.이것들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네 이야기이며 민속적인 가치가 있을듯 하고 설명글을 읽으며 알고 보면 재미가 솔솔하다.
부채길 여백의 공간에 작은 돌탑들이 무수히 쌓여 있다.본래는 그저 돌들만 흩어져 있었을 것인데 처음에 어느 한사람이 하나의 돌탑을 쌓자 다른 사람들도 서로 다른 기도와 염원을 담아 돌탑을 쌓았을 것이다.사실 돌탑이라지만 서너게 돌을 아무렇게나 재미삼아 올린 모습이고 강한 바람이 불면 근방이라도 무너지고 흐트러질 소박한 모습이다.그렇지만 무너지면 또 다른이가 쌓아 올릴 것이다.그러고 보면 이곳의 돌탑은 영원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채길위에서 잠시 휴식
부채길을 빠져 나오면 정동진의 남쪽 작은 모래해안에서 산 위로 올라간 하얀 여객선을 만난다.선 크루즈 호텔이다.푸른 바다에 떠 있어야 할 호화 여객선이 산 위에 올라 와 있으니 기이하고 기발하다.저 호텔을 설계한 설계자가 궁금할 정도이다.해안에서 호텔로 들어가 멋진뷰를 보면서 커피도 마시면서 쉬어 가려 했으나 숙박 손님만 들락거리 수 있고 지나는 행인은 정문으로 돌아 들어 가야 한다고 하여 포기하고 요트장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불난 발바닥을 쉬게 했다.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을 둘러 보며 공원내에 설치된 "시간 박물관" 앞을 지나고,
정동진 공원을 지나 쾌방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정동진은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촬영지로 소게 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아마도 한국 성인이라면 정동진에 한번쯤 왔봤을 것이다.시인의 마을 가수 정태춘은 "정동진"을 노래했는데 정동진에서 쌍무지게를 보고,바위에서 낙시하는 사람을 보며 태평양 건너 켈리포니아를 봤고 멕시칸을 상상하며 노래했다.시인의 상상력은 시공을 초월한다.잠시 의자에 앉아 내가 처음 광주에서 밤열차를 타고 새벽 일출을 보겠다고 정동진에 왔던 때를 기억하고 회상했다.이제 괘방산을 올라 자연휴양림을 경유해야 하는데 좀 더 쉬울것 같은 해안가 자전거 국토종단 도로 위를 걷기로 했다.그러나 오후 강한 햇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 길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은 드물지만 간간히 자전거로 국토를 순례하는 무리들이 지나쳤다. 그들도 힘들고 땀나게 페달을 밟았을 것이다.세상에 간단하고 쉬운일은 없다.어떤일이든 집염과 열정,그리고 꾸준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1시경에 안인해변 입구에 도착한다.어느덧 오늘 걸어야 할 구간 19km를 모두 걸었으며 남은 오후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다.그래서 시원한 계곡 피서를 위해 삼척 무룡계곡을 향했다.
무룡계곡은 백두대간 두타산과 청옥산 아래의 계곡인데 신선이 놀다간 천하의 절경을 품은 계곡으로 유명한곳이다.수년전에 이곳에 온 경험이 있어 다시 와 보고 싶었다.최근 동해,삼척지역이 가뭄이여서 무릉계곡에 흐르는 수량이 적고 흐르는 물이 데위진듯 시원하지 않아 아쉬웠다.
무룡계곡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망상 해수욕장으로 나왔다.막바지 여름 바닷물을 경험하고 싶어 망상 바닷물에 들어 갔다.바닷물은 맑고 급하게 깊지 않으며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타며 잠시 어린아이가 되기도 했다.
무룡계곡과 망상해수욕장까지 경험하고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 강릉으로 나간다.미리 예약한 숙소가 없어 강릉역 주변으로 가서 숙소을 정하고 호텔주인으로부터 소게 받은 천일식당 김치뽀글이 세트 메뉴를 시키고 카스 한병을 나누어 마시며 하루을 마감했다.
2024년 8월 21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