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4-04 경가(저희단톡방이름) 조혜영입니다.
물 속에서의 조용함과 제 숨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 너무 좋아서 마음 힘든 시기면 수영 강습을 짧게 짧게 다녔는데요.
코로나 때 수영이 너무나 고팠던 터라, 주 5회 수영 강습을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제자리걸음인 수영실력에 슬슬 아쉬움을 느끼고, 일상에서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면서
수상인명구조요원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신청하면서도 제 실력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25미터를 2바퀴 이상 쉬지 않고 수영해본 적이 없었고
테스트 전날 혼자 연습하며 4바퀴를 돌아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저는 이 정도에도 기뻤어요,,)
첫날 너무나도 떨렸고, 주강사님께 따로 불려서,, 지금 실력으로는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건데 함께할텐가라는 질문에
"하고 싶다"는 한없이 말랑한 대답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기수 반장님을 한 눈에 알아보신 주강사님의 매의 눈은 정확하셔서
첫 날 제게 예견된 어려움과 미숙함, 긴장감은 마지막 날까지 달라지는 일이 없었습니다.
CPR수업날 자기소개에서 "끝까지 완주는 해보고싶다"던 제 말을 지키고 싶어서
강습날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버텼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못하는 일에 굳이 매달릴 일이 없었는데
이번 과정 동안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해보려고 매달리는 것이 괴로우면서도 좋았습니다.
실력의 한계에 수없이 좌절감이 들면서도, 제가 선택하는 행동에 집중하자고 달래면서
결과는 자신없어도 행동에는 후회없이 해볼만큼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극내향인이고 주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 자신을 드러낼 일이 별로 없었지만
여기서는 제 안의 가드를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고 싶지만,,,, 중량물 녀석에게 몇 번이나 지고나니
입수와 다이빙까지 겁이 나면서 수영장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펑펑 났습니다.
못하겠다는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으니 꾹 참으며 수경 고쳐쓰면서도 울고,,, 물 속에서 나오면서도 울었네요.
그만둬야겠다, 나는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 내 한계는 이미 넘어갔다는 생각만이 머릿 속에 가득찼을 때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두지말라는 회장님의 말씀, 용기를 내는 것도 과정의 일부라는 강사님의 말씀,
반장님과 다이빙을 차근차근 다시 하면서 처음으로 성공하게 되면서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중량물,,,,을 하면서
계곡 물 속에 갇혔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다시 생각나버려서 개인적인 어려움이 더 있었습니다.
수영장을 좋아해서 물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 잠수해서 누웠을 때 보이는 물 밖의 하얀 빛, 계속 잠기는 몸이
계곡 속에서 겪었던 느낌과 너무 유사해서 중량물을 든 채로 가라앉으며 끊임없이 생각나고 숨이 막혔습니다.
이 트라우마를 깨닫고 나서부터는 이것을 어떻게든 견뎌보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중에 수심 깊은 수영장, 밤늦게 하는 수영장 등 여기저기로 하루에도 몇 번씩 혼자 연습하러 다니며
수영에 대한 제 진심을 다시 확인했고요.
입영, 횡영, 물 속 잠영, 킥판들고 구조배영 이런 것만 연습하다보니 수영장에서 남녀노소 말도 걸어주시고, 응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정형외과를 매주 다니다보니,, 의사선생님까지도 좋은 신념을 가지고 하다보면 될거라는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이 과정에 임하며 점점 인명구조요원이라는 자격이 지닌 의미가 참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 속에서 너무나 자유로운 강사님들의 모습은 영화 아쿠아맨이나 아바타의 신인류처럼 정말 멋졌습니다,,
매주 결석없이 주말마다 나와서 자신과의 도전을 끝내 해내는 동기들의 모습도 정말 멋졌고요.
강사님들과 동기님들처럼 저도 이 자격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바다에서도, 깊은 물에서도 자유롭고 싶고,
어린 날의 저는 계곡에 빠졌지만, 나중의 저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일은 귀한 경험이 되더라고요.
끝까지만 가보겠다고 했는데 제 끝이 아직 남은 것 같습니다.
실전에서는 실력없이 할 순 없고, 실력이 안되니까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때가 되면 제게도 좋은 결과가 주어지는 날이 오겠죠.
느리지만 앞으로도 계속 수영하고 살 거니까 조금 더 가볼게요.
제가 얻지 못한 건 자격증,,,,, 기꺼이 자격이 주어질 만한 수영실력, 한 달 동안 탈탈 털린 지갑 사정이고요.
제가 얻은 건 팔다리의 멍과 체력, 새로운 수영 영법들, 소중한 동기들, 제자신과의 약속은 지켰다는 믿음, 수영에 대한 애정, 트라우마 극복 시작 등 너무나 많습니다.
멍이 옅어질 때 쯤이면 이 모든 시간이 지나간 것이 되겠지만,
박수로 전하던 마음들, 힘들어서 함께 웃어버린 순간들, 사람없는 고양체육관에서 우리들만 있던 시간들,
무엇보다 마주칠 때마다 주셨던 응원의 눈빛과 말들은 꼭꼭 잊지않고 마음에 오래오래 간직하려 합니다.
모두 만나뵙게 되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물 속에서, 물 밖에서 언젠가 또 뵙게 되길 바라며 글 마무리합니다!
첫댓글 글읽다가 나도 모르게~ㅜ.ㅜ 혜영님 화이팅~^^
첫 날에 말 걸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려워하셔도 늘 해내시는 모습 멋졌어요. 현숙님도 정말 정말 파이팅입니다! ㅎ_ㅎ !!
아~~~ 완전 멋진 혜영님...👍👍👍
강한 인내심과 근성을 끝까지 보여주셔서 강사님들을 감탄하게 만드신 주인공님...👍👍👍
비록 한번에 합격하지는 못하셨더라도 힘들고 고된 8일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수료하시고 동기분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신 혜영님이 24-04 기수의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 중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늘 안타깝고 애달프고 마음이 많이 쓰였답니다.
하지만 저희 강사님들은 혜영님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저는 혜영님이 분명 재도전 하셔서 못다 이룬 목표를 이루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힘들고 고된 8일간의 여정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않고 끝까지 최선을 하신 모습은 제 기억속에 오래오래 남을거고 언제가 어디서든 다시 뵙게 되면 엄청 반가울겁니다.
우리 분명 멀지 않은 시간내에 꼭 다시 만날수 있겠죠?
어렵고 힘들고 잘 안될때는 6월의 주말을 떠올리시며 용기와 자신감을 up up 시키셔서 이겨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떨어진 체력은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으로 빠르게 극복할 수 있지만 떨어진 자신감을 극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지요.
저는 혜영님이 체력이 떨어졌지 자신감이 떨어졌다곤 보지 않아요.
건강관리 잘하시고 꼭 라이프가드 목표 이루시길 기도할께요.
혜영님 화이팅!!!!
정성스러운 답글 감사합니다..! 에너지를 전해주시려는 마음이 적어주신 문장마다 느껴져서요, 감동입니다. 수영장에서도 매번 정말 친절하고 세세하게 알려주셔서 제게는 큰 의지가 됐고, 많은 도움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조금 더 찰떡같이 소화를 해냈다면 좋았을텐데,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용기와 자신감 잃지 않고, 체력도, 실력도 채워서 조금씩 더 나아가보겠습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유자적하게 횡영 보여주신 모습 많이 떠올리며 연습하겠습니다~~ 귀중한 주말에 나오셔서 도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민정님 글읽고 눈물이 났는데... 우리 조혜영님은 가슴까지 먹먹해 지내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빨리가고 천천히 가는 차이일 뿐,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아니랍니다. 조금 천천히 가고 일 뿐 못하는 것이 아니니 꼭 도전 하세요. 그리고 이곳에 자격증으로 인증하기!!!
아프지만 뒤풀이 참석한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혜영님, 수영에 이렇게나 진심이셨군요.
사실 수영 실력이 뒷받침될 때 자격증 과정에 도전하는 건 수월하지만, 혜영님처럼 한계를 넘어서서 끝까지 가는 것이 어찌보면 훨씬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금 더 연마해서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언제 뵐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계속될 도전도 응원합니다!
혜영님~ 정말 수고했어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나이를 떠나 참 느낀게 많은 저였어요!!
항상 밝은모습 응원합니다! 화이팅 조혜영!!!
이번 인명구조 교육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름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얼굴과 열심히 교육받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좀 더 도와드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건강하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