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자연인을 만났다.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지난날의 상처를 조금씩 지우며 다시 한 번 행복을 바라고 있는
이범장(78/입산 5년) 씨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전기도, 수도도, 인적도 없는 미지의 땅에 자연인 이범장 씨가 살고 있다. 인생의 황혼을 즐겨야
할 나이에 험한 골짜기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공개됐다. 그는 집짓는 일 등 사회의
여러가지 일들을 직업으로 살아왔다. 그리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리 부족하지도 않은
생활을 했다. 웃는 얼굴에 편해 보이는 그였지만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었다. 39살 회사원이었던 아들은 심근경색으로 어느날 갑자기
입원했다. 수술 후 이틀만 입원하면 되고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은 수술대 위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항상 부모의
건강을 걱정하고 살갑게 부모를 위했던 참으로 고마운 자식이었다. 결혼하고 싶다며 사랑하는
여자를 데리고 온지 얼마안된 일이기에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이범장 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목 놓아 울었다. 견딜 수 없는 슬픔에
괴로워하던 그는, 아들이 죽고 3달 만에 산으로 향했다. 그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칫
자식의 뒤를 따라 갈 것같은 상황이었다. 그의 나이 73살 때 이야기다. 그의 처지를 잘 아는
지인이 이곳을 소개해줘서 찾게 된 터이다. 원래는 9가구가 살던 작은 동네였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자연인 혼자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범장 씨는 아픈 기억을 잊고자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뭔가 쉴틈없이 일을 해야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종일 일하다 지쳐 잠에 들어버리기 일쑤였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재건하고, 척박했던 땅을 일궈 밭을 만들었다. 그래도 그가 30년 이상
집 짓는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집은 24가지 부문이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을 알아야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작물도 많이 심어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낙원같은 모습을 이루게 됐다. 그는
개는 물론이도 염소 닭 칠면조들을 많이 키운다. 그가 키우는 동물 모두가 그의 자식들이다.
특히 염소는 세마리를 샀는데 지금은 14마리로 늘었다. 그가 호르라기를 불면 어떻게 알고
쏜살같이 산에서 달려 내려온다. 그의 외로움을 견디게 하는 기특한 친구들이다. 닭도 청계를
키운다. 일반 닭과 달리 계란도 푸른색을 띠고 있다.
그의 집 바로 앞에는 비교적 큰 강이 흐르고 있다. 그 물속에 통발을 넣어두면 메기 등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아직 청정지역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단백질 보충은 강에서 한다. 그의
주변에는 뭔가 그의 인생을 도와주기 위한 많은 것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그와 함께 도시를
탈출하듯 산으로 함께 온 부인은 지금 도시에 가 있다. 무릎이 좋지않아 도시에 있는 딸집에
당분간 가있다.
그는 강물처럼 살고 싶어 한다. 물이 욕심없이 흘러가듯 그도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긍정적으로 살고 싶은 것이 그의 가장 큰 희망이다. 욕심 낼 것이 뭐있으며
욕심을 낸다고 안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저 산과 동물들과 함께 순리대로 살다
가고 싶은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진행자인 윤택과 아들은 나이가 비슷했다. 이범장씨는 윤택씨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윤택씨도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프로그램의 녹화를 했다고 한다.
슬픈 이별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행복을 바라며 꿈만 같은 날들을 보내는 이범장 씨의 이야기가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이범장씨의 이야기는 2017년 4월 26일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