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민이와 만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드는 생각입니다.
어젯밤에는 만나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자 궁금한 것들을 모아 활동지를 만들어보았습니다. 형식적인 형태보다는 수민이가 편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활동지 형식을 구상해보았고 질문을 고민해보며 활동지를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아침, 강민지 선생님께서 프린트해주신 활동지를 보며
같이 있던 다른 선생님들께서 칭찬해주셨습니다.
“너무 잘 만든 거 아니에요?”
“선생님께서 직접 다 만드신 거예요?”
“저도 아이들이랑 이거 하고 싶어요. 저도 만들어주시면 안 돼요?”
“파일 공유해주세요~”
밤새 열심히 만든 활동지를 보며 칭찬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오후 3시 강신재 선생님과 만남 이후, 강민지 선생님께서 수민이와의 만남 약속을 잡아주셨습니다.
수민이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 강민지 선생님께서 수민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수민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수민이가 준비되는 대로 나와,
아지트 앞에 도착하면 문을 노크해주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선생님들과 은천동 아지트로 돌아오니 4시가 되었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께서 “4시 30분까지 수민이가 안 오면 저한테 전화해주세요!”라고 연락을 남겨주셨습니다.
당사자와 외부활동을 나가시는 선생님,
당사자 아이들을 만나 아지트에서 활동할 계획이라며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외출하시는 선생님,
그렇게 한 두 분씩.. 저를 제외한 모든 선생님께서 실천 활동을 하러 가셨습니다.
혹시나 수민이가 아지트 앞에 왔는데 인기척이 없어 그냥 갈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창문 앞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아지트에서 혼자 수민이를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서 수민이와 어디서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돗자리를 가지고 나가 바로 뒤쪽 국사봉 산에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시 27분쯤 오늘도 못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돗자리와 모기퇴치제를 챙겨 수민이가 오는 길이 잘 보이는 곳으로 반갑게 맞아주기 위해
아지트에서 나와 길에서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아 강민지 선생님께 연락드렸고
선생님께서는 다시 전화해보고 알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께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수민이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오늘 안 만나면 안 되겠냐며 준비를 하려다가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일은 되는지 물어봤더니 병원을 들렀다가 오후 4시쯤에는 된다고 하더라고요. 수민이한테 앞으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꿔서 선생님이 기다리는 일 없게 주의할 수 있도록 얘기해놨어요”
선생님께서도 많이 무안하시고 당황스러워 보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늘 부사업을 동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지우 선생님 연락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강민지 선생님과의 전화를 끊고, 눈물이 왈칵 나올 뻔했습니다.
수민이와 만나기 위해 혼자 여행 장소를 찾아보고 활동지도 만들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렇게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
매일 아침 “오늘은 당사자와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에 대한 고민보다 앞선
“오늘은 당사자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실습 기간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귀한 시간에
내가 맡은 당사자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
강민지 선생님께서는 “변경되는 일정에 유연하게 대처해주어 고마워요~” 라고
위로의 문자를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신을 붙잡고 다시 아지트에 돗자리와 모기퇴치제를 제자리에 두고
부사업인 박지우 선생님의 ‘질풍노도 여행’ 일정을 동행하러 뒤늦게 출발했습니다.
지우 선생님은 예빈이와 신림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신림역 알라딘 중고서점에 도착해 지우 선생님과 예빈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빈이에게 저를 소개하였습니다.
“선생님 이름은 박유경이야~ 종종 예빈이와 여행을 같이 갈 예정이야. 만나서 반가워!”
“네!ㅎㅎ”
여행을 누구랑 갈지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는 예빈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빈이의 연락을 바로 보고 답장을 해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예빈이는 친구도 많고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친구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예빈이는 여행을 새로운 친구들과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예빈이가 원하는 새로운 친구들을 알고싶어 질문했습니다.
“예빈이는 새로운 친구들이면 같은 나이인 친구들이 좋아?”
“네!”
“그럼 다 여자인 친구들이랑 가는 게 편할까?”
“아니요. 그건 상관없어요.”
예빈이와 많은 이야기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예빈이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솔직한 모습은 예빈이의 강점인 것 같습니다.
여행 장소는 어린이대공원, 운현궁, 미술관 등의 지우선생님과 예빈이의 의견으로 추려진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대공원에 여행을 가면 재미있을지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예빈에게 질문했습니다.
“예빈이는 동물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예빈이 가고 싶은 여행지 있어요? 여기 서점이라 여행지에 관한 책들 많은데 같이 보는 거 어때요?”
“아...ㅎㅎㅎㅎㅎㅎ핸드폰으로 찾아보면 다 나와요!”
예빈이는 애써 웃으며 대답해주었습니다.
예빈이는 우선 지우선생님과의 숙제였던 핸드폰으로 여행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예빈이는 검색을 매우 잘하는 것 같습니다.
엄지손가락의 빠른 움직임으로 많은 여행지를 찾아볼 수 있는 아이였습니다.
저는 평소 여행 가기 전에 종종 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물론 인터넷이 훨씬 빠르고 편할 수도 있지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점에 온 만큼 우선 예빈이가 관심을 가질만한 여행 관련 책을 가져다준다면
그래도 관심 있게 보지 않을까 싶어 잠깐 지우 선생님과 예빈이가 얘기하는 동안 책을 찾으러 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빈이와 지우 선생님께서도 여행책을 찾아보기 위해 여행 도서 코너로 오셨습니다.
저는 예빈이에게 책 한 권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예빈아 이 책 보면 앞에 이렇게 여행지들이 나와 있는데 정말 잘 정리되어있지?
인터넷으로 굳이 안 찾아봐도 이렇게 이미 정리되어있는 책들도 있어.
여행지 사진들도 이렇게 나와 있어서 참 보기 좋네~ 예빈이도 이 책 한 번 봐봐~”
“ 그러네요. ㅎㅎㅎㅎ 네~”
예빈이는 책을 펼쳐 빠르게 책장을 넘겼습니다.
비록 예빈이가 책을 꼼꼼히 살펴보며 여행지를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여행을 가기 전, 도움이 되고 유익한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습니다.
지우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편지지에 편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지우 선생님과 저는 예빈이에게 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비록 예빈이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예빈이는 웃음이 많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솔직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예빈이와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예빈이의 강점을 잘 알아봐주어 고맙습니다.
선생님 다짐처럼 어떤 아이를 만나든 그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단 한 사람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민이를 기다리며 잘만나고 싶은 마음에
예쁜 활동지를 만들어주셨지요. 그 정성과 마음 고맙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활동지예요.
아이와 처음 만날 때 아무런 과업 없이 만나기 민망하면 이런 간단한 활동지를 구실로 만나도 좋을 것 같아요.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가 되고 서로 잘 알아가게 될 것 같아요.
근사한 양식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두고두고 도움 될 거 같아요.
아이와의 만남,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셨지요.
사회사업 계획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에서 완성됩니다.
계획대로 당사자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움직이는 만큼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사회사업가로 일하면서 그런 일이 많습니다.
일정이 갑자기 바뀌고, 거절당하며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일이 잘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과 감사도 큽니다.
그러니 일을 하면서는 늘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정성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게 됩니다.
지난번 수민이가 어머니 생일파티를 준비할 때가 딱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 시기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랐고, 계획을 망칠 수도 있겠다, 취소될 수도 있겠다 싶은 여지도 있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처럼 아침에 눈을 뜰 때, '오늘 잘될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수민이와 어머니가 서로 애정을 깊이 나누기를 원하는 바람을 품고 일했어요.
수민이가 의논한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어머니가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다'는 고백을 해주셨을 때
원 없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잘 이루어준 수민이에게, 잘 받아주신 어머니에게요.
선생님 지금 정말 잘하고 계세요.
기다리고 두드리는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 이 기간에 어떤 성과를 이루었다 말하기 어려울지라도
언젠가는 선생님이 심어 놓은 씨앗이 꽃이 필거라고 확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