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김별 선생님께서는
경로당에서 취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달고나 만들기 활동이 어려울 것 같다는
비보를 전해주셨습니다.
청천벽력과도 같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새들 경로당 회장님께서
직접 신림동 공유공간으로 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추운데 발걸음 해주신 회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 마중가는 길
고학년 팀 활동이 끝나고
유담이와 현아 그리고 수아를 데리러
새들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새들 놀이터로 가는 길목에서
고학년 팀과 함께 활동한 현서로부터
엄마 휴대폰이 어떻게 본인 휴대폰이 되는지
그 역사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엄마 휴대폰이 아빠 휴대폰이 되고요. 아빠 휴대폰이 언니 휴대폰이 되고. 언니 휴대폰이 제 휴대폰이 되어요."
"저는 된장찌개도 좋고 김치찌개도 좋아요."
현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없지만
싫어하는 것도 없는 아이었습니다.
아, 물고기 싫어한다고 했구나!
"근데 우리 언니는 된장찌개를 싫어해요."
"왜냐면요 바지락 들어가서요."
언니가 무엇을 왜 싫어하는지
다 꿰고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동안 언니가 동생 생각하는 마음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보니 현서가 언니 희서 생각하는 마음도 곱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현서랑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걸으니
어느덧 새들 놀이터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새들 놀이터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유담이는 한 손에 가방을 흔들며
빼꼼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또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아빠 회사에서 핫팩 엄청 챙겨줬어요."
유담이는 담당했던 준비물 이외에도
친구들 오며가며 추울까 걱정된다며
어머님이 챙겨주신 핫팩을
잔뜩 들고 나왔습니다.
매번 유담이 어머님으로부터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렇게 유담이와 수다를 떨다보니
현아가 놀이터 끝에서
가방을 흔들며 나탔습니다.
"선생님 프사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현아는 어머님 폰으로
제 프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었지만
수아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신림동 공유공간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아이들에게 경로당이 아니라
공유공간으로 간다고 이야기하니
"왜요?"
하고 수아가 물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경로당에서는 못 한대요."
"아, 그럼 우리가 편지 드린 할머니는요?"
수아는 할머니부터 걱정했습니다.
"아 우리 가는 곳에서 기다리고 계신대요."
"아 알겠어요. 그럼 됐어요."
수아는 그때 그 경로당에서 만나
직접 쓴 편지 드린 할머니가 아니면
안 되었나 봅니다.
그 마음이 귀하고 고맙습니다.
"오빠가 왜 제가 국자랑 소다 가져가냐고 뭐라고 했어요."
"수아는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어 저는 복지관 활동 엄청 재밌다고 했어요."
"아빠도 엄마도 반반이었어요. 오빠편 반 수아편 반."
중학생 오빠가 이해하기에는 힘들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아니라 당사자의 것으로 이루는 복지가
언제쯤 당연해질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결과물로 보여드려야겠다 다짐했습니다.
'핸드 메이드, 리미티드 에디션 수아표, 현아표, 유담이표 달고나'
이 세상 둘도 없을 달고나 입니다.
# 회장님과의 만남 및 달고나 만들기 활동 진행
공유공간에 도착했더니
문 앞에는 회장님의 방문을
환영하는 종이가 붙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늘 그래왔던 것처럼
화장실로 손부터 씻으러 달려갔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회장님 계시는 상황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고마웠던 점은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손 소독부터 출입명부 작성까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점 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계 보는게 힘든지
여전히 "선생님 지금 몇시에요?" 하며 묻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윷놀이 활동은
입장부터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소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과 미리 의논하고 방문하면
더 좋지 않겠냐는
김별 선생님의 말씀따라 해봐야겠습니다.
인사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거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회장님께 아이들이 인사 드리고
회장님의 달고나 시범을 보기 위해 둘러 앉았습니다.
실은 현아는
미리 달고나 만드는 방법을
공부해 노트에 적어왔습니다.
수아와 유담이는
이미 달고나 만들기를
집에서 해본 유경험자였습니다.
하지만 회장님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었습니다
회장님은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금새 달고나 하나를 만들어내셨습니다.
"저 해볼래요!"
"저요 저요 다음은 저요."
회장님의 시범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해보고 싶다며 나섰습니다.
"우리도 저기서 만들어 볼까요?"
"불은 위험한데...."
수아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불은 위험하지만
차례가 빨리빨리 돌아오지 않으니
답답했나봅니다.
"설탕이 언제 녹아요?"
"소다는 언제 넣어요?"
회장님과 저에게 번갈아 물어가며
수아는 열심히 설탕을 저었습니다.
"전 하트할거에요."
"왜요? 하트가 좋아요?"
"아니요. 제일 쉬워서요. 어 달고나 만들기 성공하면 오징어게임 해야하니까요."
수아는 정말로 오징어게임에 진심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오징어게임 보셨어요?"
"아녀 못봤어."
아이들은 회장님께서 달고나를 만들줄 아시니
당연히 오징어게임 애청자일거라 생각했나봅니다.
"근데 우리 오징어게임 못 보잖아."
오징어게임은 9살 아이들의 시청이 불가능한 콘텐츠임을
유담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 그래서 예고편 봤어."
예고편만 보고도 마치 전 회차를 다 본 것마냥
즐겨주는 것이 바로 수아의 매력입니다.
김별 선생님과 예원선생님은
모양을 언제 찍어야 하는지
벌써 노하우가 생기셨습니다.
그런 선생님들 도움 받아
유담이와 현아 그리고 수아는
쉴 틈 없이 달고나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아와 유담이 역시
어느덧 찍기의 고수가 되었습니다.
'청출어람'이었습니다.
"선생님 이쑤시개 있어요?"
수아와 유담이가 물었습니다.
"이쑤시개는 없는데...."
답변하던 와중에
김별 선생님께서 묘안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젓가락 어때요?!"
유담이는 젓가락을 가지고
침 대신 물을 묻혀가며
뽑기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와!!! 완성했어요!!!"
별 모양을 찍을 때부터
"이거 완전 잘 나올 것 같아요."
하며 좋아했는데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든 것입니다.
저와 함께
설탕 녹여 만든 달고나라 그런지
괜시리 더 뿌듯했습니다.
실은 유담이의 첫 성공작은
소다를 너무 많이 넣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제대로 된 달고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담이는
"오히려 잘 뽑힐 것 같아요. 좋아요."
하며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맞음을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실제 별을 뽑아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과도한 해석처럼 보일수 있겠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유담이의 마음이 그러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현아는 오늘 활동 내내
회장님 옆에 꼭 붙어
열심히 달고나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곤 열심히 젓가락 돌려가며
설탕을 녹이며 달고나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혹시나 다칠까봐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조심히 했지만
현아의 손가락에
작은 물집이 생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앗 뜨거."
유담이도 수아도
빨리 달고나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뜨거운 달고나가 언제 식나
자꾸만 눌러댔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현아 어머님께 직접 말씀 드리고
김별 선생님께서는 톡방에
글도 남겨 주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님들은
화를 내시기는 커녕
오히려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해볼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그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하기
김별 선생님께서는
회장님(할머니)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관계 맺을수 있도록
모두가 흥미 있어 할 주제들을
계속 던져주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렸을 적 어떤 간식 많이 드셨나요?"
"우리는 개떡, 다들 가난했어서 개떡을 먹었어~"
"수아랑 유담이랑 현아는 어떤 떡 좋아해요?"
"저는 인절미요!"
"저는 꿀떡!"
"회장님 그럼 인절미도 만들어보셨어요?"
"우와, 애들아 인절미 만들어본 친구 있어요?"
지역사회와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아이들 이야기 듣고 의논하기에만 바빴습니다.
어르신들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하는 존재임을 간과했습니다.
김별 선생님을 통해
오늘 또 중요한 것을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내일 윷놀이 활동에 있어서는
할아버지와 아이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열심히 해봐야겠다 다짐했습니다.
# 달고나 활동 그 이후
달고나 활동이 끝나고
내일 윷놀이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긴 팀에게 상품 주는건 어때요?"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품을 제안했습니다.
"싫어요."
의외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 진 사람이 슬퍼지잖아요."
9살 수아와 유담이, 10살 현아는 아는 걸
저는 왜 몰랐을까요.
상품은 없던 일로 했습니다.
집에 가는 순서마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
양보하는 친구들인데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이 친구들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그럼 팀은 어떻게 나눌까요?"
"몇 명이서 하는데요?"
"할아버지는 한 분이세요?"
"그럼 홀수인데... 김별 선생님도 내일 같이 놀아요?"
아이들이 정말 알아서 다 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희가 해야할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질 것이라는
김별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은 이 아이들이
얼마나 또 성장해있을지
기대되는 밤 입니다.
첫댓글 " "선생님 프사 보고 깜짝 놀랐어요." 현아는 어머님 폰으로 제 프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었지만 수아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
저도 궁금해지는 질문이네요ㅋㅋㅋㅋ 꼭 다음 만남 때 물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듣고 저도 알려주세요 ㅎ
오늘 아이들이랑 정말 재밌는 활동하신 것 같아요!
"내일은 이 아이들이 얼마나 또 성장해있을지 기대되는 밤 입니다."
기대감에 창균 선생님 잠 못 드시는 건 아닌가 걱정이네요~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항상 창균 선생님 기록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항상 화이팅입니다!!
꼭 내일 물어보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나 어릴때는 이런거 말고 개떡을 많이 해먹었지"
"저는 인절미랑 꿀떡 좋아해요."
"인절미는 찹쌀로 해서~"
"얘들아 너네 인절미 먹어본 적 있어?"
"인절미 꼬북칩은 먹어봤는데 인절미는 안먹어 봤어요."
인절미를 모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풀리면 아이들과
할머니께 부탁드려 인절미 만들어봐도 재미있겠습니다.
창균 선생님이 잘 거들어준 덕분에
또 하고 싶은게 생겼습니다.
한걸음에 공유공간까지 와주신
오경자 회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