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영상 제작과 회의 진행을 위해 신림동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동하기 전 각자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그때 김별 선생님이 4층으로 올라오셔서 신림동 팀을 불렀습니다.
"우리 공유공간 못 쓸 것 같아요. 동장님과 주무관님 자리 비우시고 담당 주무관님도 안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안 좋은 소식이었지만 노력해준 김별 선생님에게 각자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감사함을 들은 김별선생님이 위로해주셨습니다.
"공간은 교회도 있고 다양하게 있으니까 우리 계속 도전해봐요!"
김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하늘이와 당사자 아이들,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마음 한 쪽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아... 열심히 하늘이가 직접 공문을 썼는데 전달해드리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공간 사용 유무를 떠나 하늘이가 열심히 쓴 공문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떤 것이 문제였을지 혼자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협조를 약속하신 동장님과 주무관님이 일정이 잡혀서 자리를 비우게 된 것.
당사자 아이와 함께 직접 찾아가서 인사드리지 못한 점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추세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사업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산을 놓고 나왔는데 비가 올 때."
"공유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공문을 준비하고 허락을 기다리는데 불가능하다는 것을 들었을 때."
-'넘어질 수는 있지만 왜 넘어졌는지 파악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중간평가를 마치고 3시 30분 차를 타고 신림동으로 출발했습니다.
새들놀이터에 도착하니 하늘이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우는 가족여행, 현서와 희서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오지 못했습니다.
기획단 아이 중 한명이라도 비가 오는 날씨 속에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공유공간 사용으로 인해 놀이터 가림막 아래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데 먼저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서로 우산 아래서 골똘히 고민해봅니다.
"먼저 온 사람을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적을 깨고 제가 먼저 의견을 냈습니다.
"경로당 옆에 정자는 어떨까? 비를 피할 수도 있고 당장 사용할 공간이 없으니까"
하늘이와 선생님들이 동의합니다.
"좋아요. 그럼 정자 쪽으로 이동해요."
기훈 선생님과 하늘이가 길을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동 중에 기훈 선생님이 제안하고 하늘이와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저번에 다리 밑 운치도 있고 비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비를 피할 공간이 있었나요?"
"네. 다리 밑에 넓은 공간과 벤치가 있어서 가방 놓고 영상 찍기도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던 중 하늘이가 말합니다.
"선생님 저는 좋아요. 저번에 물놀이 장소 답사가는 길에 거위도 보고 너무 좋았어요."
모두가 동의하고 다리 밑 장소로 이동합니다.
비가 내리고 장소가 여의찮아 힘들었지만 다리 밑에 도착하여 거위를 보면서 다 같이 힘을 냈습니다.
장소에 도착하여 하늘이가 대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안전교육은 어떤 내용이 좋을까요?"
제가 대답했고 하늘이와 대화가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저번 운동회처럼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 좋을 것 같아. 예로 들어서 얼굴에 쏘지 않기라던가."
"아~ 알겠어요. 나머지는 제가 쓸게요!"
하늘이가 바로 이해하고 예진 선생님의 노트에 하나둘씩 규칙을 쓰기 시작합니다.
"하늘이가 잘하고 있으니까 중간에 어려울 때 선생님 힌트! 외치면 키워드만 알려줄게"
하늘이가 듣고 재밌는 듯 웃다가 이후 심각해지며 선생님 힌트를 외칩니다.
"하늘아 진행요원과 선생님의 안전, 배려!"
하늘이는 키워드를 듣고 기획단과 선생님을 배려하고 때리지 않는 규칙을 세워나갑니다.
이후 하늘이가 직접 규칙을 작성했고 근사한 대본이 완성되었습니다.
1. 물총을 얼굴이나 친구가 싫어하는 부분에 쏘지 않는다.
2. 미끄러운 곳에서는 STOP! 하고 걸어 다닌다.
3. 기훈 선생님을 때리지 않는다. (기훈 쌤을 잡아라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4. 선생님, 기획단을 존중해줍니다.
5. 주위 어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습니다.
6. 친구를 때리거나 화내지 않습니다.
하늘이가 직접 규칙을 정하고 대본도 쓰고 이제는 영상에 나오기까지 합니다.
선생님들은 옆에서 도와주고 영상을 찍어주기만 했습니다.
완성된 영상을 보면서 아무래도 자막을 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다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있었습니다.
"마땅한 장소도 없고, 노트북 배터리도 없어서 큰일이네."
"하늘아 혹시 편집해봤어?"
"아니요. 안해봤어요."
그렇게 자막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패드나 데스크탑이 없었을 때 핸드폰 어플로 자막을 달고 방송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자막을 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편집을 안해 본 사람이 자막을 다는 것은 어려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진 선생님에게 제가 직접 자막 다는 것은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선생님 대본도 영상 만드는 것도 하늘이가 다했는데 이 부분은 제가 하는 것이 어떨까요?"
예진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하늘이가 일단 주도적으로 먼저 해보고 안되면 옆에서 도움 주는 식으로 해봐요."
처음에 앱으로 자막을 다는 것을 연습할 때 10분짜리 영상에 5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래서 예진 선생님의 제안이 이번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의심했습니다.
그렇게 'VLLO'라는 앱을 깔았고 간단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예상과 달리 하늘이는 간단한 설명임에도 금방 배우고 자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가 핸드폰으로 직접 편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아 이번에도 예진 선생님이 맞았구나."
자막을 혼자 다하려고 한 생각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나의 경험과 나의 생각으로 하려했구나."
각자의 능력이 다 다름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이의 습득력으로 충분히 자막까지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강우, 현서, 희서, 하늘이는 직접 친구들에게 포스터와 안전교육 영상으로 홍보했습니다.
당사자 아이들이 포스터도 직접 오리고 붙이고 그려서 만들었습니다.
안전교육 영상도 대본 작성, 자막 다는 것 모두 하늘이가 직접 했습니다.
옆에서 묻고 의논하고, 도와주기만 했을 뿐인데 척척 해내는 아이들이 너무 귀했습니다.
그렇게 우산을 쓰고 헤어지기 위해 다리를 올라갑니다.
우산을 놓고 온 하늘이는 예진 선생님이 우산을 씌워줍니다.
예진 선생님이 하늘이 어깨에 손을 올린 모습에서 다정함이 느껴졌습니다.
우산을 서로 씌워주는 모습과 홀딱 젖은 모습입니다.
하늘이를 집에 바래다주고 기훈 선생님을 보내고 예진 선생님과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고되고 힘든 하루였지만 하늘이와 동료 선생님들이 너무 잘해주었습니다.
우산을 써도 비가 너무 와서 옷과 바지, 신발까지 홀딱 젖었습니다.
"비에 젖어서 몸이 많이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첫댓글 사진과 기록이 구체적이어서 어떻게 활동했는지가 잘 보입니다. 신림동에 거위가 있군요! 와... 놀랍습니다. 와...
공유공간은 누가 사용하고 있었고, 주민센터 회의실도 사용할 수 없다는 답을 받아서 실망스러웠을텐데도 현실에 암담해하거나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해야할 과업에 집중했네요. 이현 선생님은 부딪히는 곳에서도 되는 것을 찾고, 가능한 것을 찾아보며 해쳐나가려는 긍정적인 성격이 큰 강점인 것 같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꼭 그렇게 하란 법은 없습니다. 하늘에서 정작 비가 와도, 장소가 여의치 않아도 아이들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선생님들과 함께라서 그렇겠지요?
비가 오는 날, 옷이 젖어 고생스럽기는 해도 나무들이 우거진 다리 밑에서 회의하고 준비한 모습이 참 근사해보입니다.
조언해주신 부분 바탕으로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정 선생님이 아이들이 즐거운 데에는 예산의 규모나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니라고 한 것처럼 비 오는 날 다리 밑에서 영상을 찍었지만 선생님과 당사자 아이들 모두 즐거워하며 활동 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