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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추구는 기본적으로 이기주의에 바탕한다. 양주는 쾌락의 의미와 방법론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바탕인 이기주의를 날카롭게 정의한다.
바로 "자신의 털 하나를 뽑으면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拔一毛而利天下 不爲也)(박성규 옮김, 풍우란, 중국철학사 상, 2005, 까치, 217면 재인용)는 위아설(爲我說) 또는 귀기론(貴己論)이다.
쾌락의 바탕은 이기주의
인간의 이기주의에 근거하여 자신의 모든 주장을 전개한 아담 스미스가 "1억이나 되는 이웃 형제들의 파멸이 있더라도, 만약 그가 직접 그것을 보지 않는다면, 그는 깊은 안도감을 가지고 코를 골며 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는 이 거대한 대중의 파멸은 분명히 그 자신의 하찮은 비운보다 관심을 끌지 못하는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박세일·민경국 공역,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2010, 비봉출판사, 252면)고 말한 내용이나, 공리주의자로 평가받는 경험론 철학자 데이비드 흄(1711-1776)이 그의 '인성론'에서 "내 손가락에 상처를 내기보다는 차라리 세상이 전부 파멸되기를 바라는 것은 이성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박세일·민경국 공역,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2010, 비봉출판사, 252면 재인용)라고 말한 내용은, 양주의 날카로운 이기주의 정의가 결코 지나친 억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에피쿠로스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아예 물질적·육체적 쾌락은 피하고 정신적 쾌락에 치중하라고 말한다. 반면에 양주는 물질적·육체적 쾌락의 생애 총량이 최대가 될 수 있도록 현명하게 고통과 쾌락을 잘 안배할 것을 강조한다.
한쪽은 물질·육체를 아예 배제하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물질·육체에 머무르고 있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이성 행복론이다.
일찍부터 다른 동물들과 달리 상상력을 가진 인간들은 삶을 현재의 삶과 죽음 이후의 삶으로 나누어 인식했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은 전적으로 신이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죽음, 그리고 이를 관장하는 신이었다. 참으로 현명한 쾌락추구이고 행복추구라면 한 사람의 전체의 삶, 즉 지금의 삶 뿐만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삶까지도 포함한 쾌락, 행복이어야 한다.
죽음 이후까지 포함한 행복
그런데 에피쿠로스는 대부분의 동시대인 또는 오늘날의 종교인들과 달리 죽음 이후의 삶은 없다고 확신했다. 그 근거는 다름 아닌 앞서 살았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BC460?-BC370?)의 원자론(Atomism)이었다. 데모크리토스는 이 세상은 물리적으로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원자와 공간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감각적 존재들은 물론 영혼까지도 원자로 되어있다고 주장했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p65,p72 참조).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이어받은 에피쿠로스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육체가 흩어지면 감각할 수 없고 감각할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p247)라고 말했다. 죽음은 육체와 영혼을 이루고 있던 원자들이 모두 흩어지는 것이니 죽음 이후는 생명도 의식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행복에만 관심을 두었던 동양의 도가(道家)에서 황제(黃帝)는 "삶이란 죽음을 따르고 죽음은 삶의 시작이지만 누가 그 법칙의 까닭을 알 수 있으리오. 사람의 생명이란 기가 모이는 것이니 기가 모이면 생겨나고 기가 흩어지면 죽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이 서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애타 할 것이 무엇 있으리오"(장자 외편, 2012, 홍신문화사, 413-4면)라고 말한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 (5) 2018.01.18 |
http://jndn.com/article.php?aid=15162635122511710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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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BC369~BC289?)가 죽은 아내의 관을 앞에 두고 쟁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 그를 힐난하는 혜자에게 '아내가 막 죽었을 때 어찌 나도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삶의 시초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명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았으니 인간이란 단지 무에서 나온 것 아니겠으며, 본래 형체도 없었으니 무형에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또 형체를 이루는 기도 본래 없었네. 혼돈 사이에 섞여 있다 변하여 기가 생기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생기고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생기고 지금 또 그 생명이 변하여 죽음이 되었네. 삶이란 것이 곧 춘하추동의 사계와 같이 흘러가는 것 아니겠나. 이제 아내가 천하라는 큰 집에 누워 쉬려고 하는데 내가 큰 소리를 내며 울어댄다면 그것은 천명을 깨닫지 못한 행동이 되는 거지. 그래서 우는 것을 멈췄네'(장자 외편, 2012, 홍신문화사, 293면)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와 황제, 그리고 장자 모두에게 죽음 이후에는 어떤 세계도 없고 의식도 없으니 죽음은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었다. 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조금 더 확장하면 죽음은 심지어 인간에게 현실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로 인식될 수도 있다.
신(神) 존재에 대한 부정과 유물론 철학으로 K. 마르크스(1818~1883)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루트비히 포이어바흐(1804~1872)가 '죽음이란 우리에게서 삶과 함께 선하고 미적이고 즐거운 느낌이나 의식을 박탈한다는 의미에서 물론 나쁜 것이지만 지각이나 의식을 박탈하면서 모든 해악, 고통, 통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것이기도 하다'(강대석 옮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2006, 한길사, 400면)라고 말하고, '장자'의 우화에서 해골이 장자에게 '죽음의 세계에서는 위로 군주가 없고 아래로는 신하도 없으며 또한 사계절도 없어 그냥 온 천지가 봄·가을이라 생각하면 되지. 많은 신하를 거느린 왕의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이 죽음의 세계의 즐거움 보다는 못하지'(장자 외편, 2012, 홍신문화사, 298면)라고 말한 것처럼.
그렇다면 에피쿠로스는 신도 죽음 이후 세계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신 존재는 인정했다. 그러나 신이 인간사에 관여할 일은 없다고 봤다.
신은 고도로 이지적인 쾌락주의자일 것이기 때문에 인간사를 통치하는 것과 같은 골치 아픈 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니체가 말한 '신에게도 지옥이 있으니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라'(Friedrich Nietzsche, Translated by R. J. Hollingdale, Thus spoke Zarathustra, 2003, Penguin Classics, p114)라는 문구를 떠올릴 때, 에피쿠로스의 인간사에 대한 신의 불간섭 주장은 상당히 타당하다.
결국 신은 존재하긴 하지만 자신의 완전한 축복된 삶을 누리는 데 관심이 있을 뿐 인간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신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에피쿠로스의 신에 대한 입장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가장 큰 일인 죽음과 신에 대한 두려움이 에피쿠로스 철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6) 2018.01.25 |
http://jndn.com/article.php?aid=15168704652516510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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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 죽음과 신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남은 과제는 살아있는 동안 잘 사는 것이다. 몸을 괴롭히지 않고 정신적인 쾌락을 누리면서.
그렇다면 어떻게 살면 정신적인 쾌락을 잘 누릴 수 있을까? 에피쿠로스 철학에서는 '부귀나 명예와 같은 것을 욕심내는 것은 헛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사람이 만족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p244)라고 생각한다. 부귀와 명예가 사람들을 편히 쉴 수 없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철학·덕·교양 먼저 갖춰야
맹자는 부 또는 명예에 대해 '억만금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겠는가? 기껏해야 집을 호화롭게 꾸미는 것, 처첩을 거느리는 것 또는 가난한 자가 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그 정도이지 않겠는가?(맹자2권, 2009, 학민문화사, 294면)라고 말하고 있다. 에피쿠로스학파의 부와 명예의 무의미에 더해, 부의 용도나 명예가 별 것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에서 에피쿠로스 철학과 맹자의 주장에 대해 사람들이 머릿속으로는 수긍을 하더라도 행동으로는 좀처럼 옮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논리적 생각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중간에 매개체가 필요하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철학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실천 체계'(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p244)라고 인식한다.
증자의 '부는 집을 호화롭게 할 뿐이고 덕은 사람을 빛나게 한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으면 몸이 편해진다. 그래서 군자는 그 뜻을 성실히 해야 한다'(대학집주, 2000년, 학민문화사, 대학 100면)라는 주장이나, 아담 스미스의 '일상적인 모든 상황에서 교양 있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평온하고, 마찬가지로 기뻐하고, 마찬가지로 만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박세일·민경국 공역,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2010, 비봉출판사, 276면)라는 주장과 통한다.
행복한 삶, 마음의 평온함을 갖기 위해서는 철학, 덕 또는 교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것이 먼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에피쿠로스의 이성 행복론에서 추구하는 정신적 쾌락, 즉 마음의 평정은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철학이나 덕 또는 교양을 갖추는 것은 정신적 쾌락, 즉 아타락시아(Ataraxia)를 얻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정신적 쾌락 자체는 어떻게 추구해 나갈까?
철학 있는 벗들과 우정 필수
에피쿠로스는 '우정은 쾌락과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우정은 키워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우정 없이는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없으며 기쁜 마음으로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Bertrand Russell,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72, A Touchstone Book, p245)라고 말해, 우정이 정신적 쾌락에 필수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때의 우정을 나누는 벗은 어떤 이들이어야 할까? 그 벗은 앞의 '철학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실천체계다'를 따라 당연히 철학을 가진 이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벗도 아타락시아가 가능하고 따라서 서로 간의 우정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7) 2018.02.01 |
http://jndn.com/article.php?aid=15174765042520780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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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유익한 벗이 셋이니, 올곧은 벗, 성실한 벗 그리고 아는 것이 많은 벗이다'(논어3권, 2003, 학민문화사, 286면)라고 말했다.
에피쿠로스에게 있어 철학을 가진 벗들 역시 구체적으로 '올 곧고 성실하고 아는 것이 많은' 공자의 유익한 벗의 정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바로 철학, 덕 또는 교양을 갖춘 벗들이다.
빵과 물 등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에 만족하면서 은일한 생활 속에서 철학이나 덕 또는 교양을 갖춘 소수의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에피쿠로스의 정신적 쾌락이다.
철학·덕·교양을 갖춘 벗들
당나라 때 문장가였던 한유(768-824)는 '취증장비서(醉贈張秘書)'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내게 술을 권했지만/ 나는 못들은 척 했네/ 하지만 오늘 그대 집에 와서는/ 술 청해 그대에게 술을 권하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나도 글을 할 줄 알기 때문이지/…중략…/장안의 수많은 부잣집 자제들은/ 큰 쟁반에 산해진미 늘여놓고 술을 마시지만/ 글 하는 즐거움은 모르고 술에 취하고/ 여인들과의 희롱에만 취할 뿐이라네/ 잠깐의 향락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모기떼가 모여 노는 것과 진배없다네.'(황견 엮음, 고문진보 전집, 2004, 을유문화사, 226-230면)
은일한 삶, 술과 소찬, 격조 높은 대화 그리고 친구로 이루어진 즐거운 삶을 노래하고 있다.
에피쿠로스의 정신적 쾌락 아타락시아는 위진남북조 시대(221-589) 청담(淸談)을 즐겼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삶과 닮았다. 은일한 삶이 그렇고 가까운 소수의 벗들과 대화를 즐기는 삶이 그렇다.
그러나 차이도 있다. 에피쿠로스의 충실한 후계자인 시인 루크레티우스(BC94?-BC55?)가 그리스인 중 최초로 종교에 도전한 사람이 바로 에피쿠로스라고 자신의 시에서 읊고 있는 것처럼, 에피쿠로스는 새로운 행복론인 자신의 아타락시아를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에서 찾은 것이 아니라 기성 권위에 대한 도전과 극복에서 가져왔다.
즉 물질이 아닌 정신을 추구하고 번다한 교류보다 몇몇의 소중한 우정을 중요시하는 아타락시아는 소극적 행복론이 아닌 자기 철학과 이성에 기반한 적극적 행복론이었다.
괜찮은 삶은 이렇게 사는 것
오늘날 분업과 협업으로 모두가,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자본주의 환경에서 에피쿠로스 행복론을 원형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생각키 어렵다. 그러나 응용할 여지는 크다.
생애 전체를 기준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일까를 고민해 볼 때, 생각의 시간과 자기 철학을 갖고, 물질 소비와 생산에 종사하는 시간을 함께 줄이고, 가족 그리고 몇몇의 좋은 친구들과 깊은 이성적 대화를 즐기면서 함께 사는 것은 분명 괜찮은 삶이다.
/인문경영 작가&강사·경영학 박사
※출처: 신동기 저 '오래된 책들의 생각'(2017, 아틀라스북스)
신동기 박사와 함께하는 <인문학으로 세상보기> 행복에 대하여(8) 2018.02.08 |
http://jndn.com/article.php?aid=1518079840252519083 |
*****(2023.07.08.)
- 2023.07.08. DAUM 뉴스 실시간 국제 뉴스 https://news.daum.net/foreign/#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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