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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100인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12 (오덕렬 수필선집)
『핑경 소리 그립다』
979-11-92613-94-9 / 191쪽 / 147*210 / 2023-12-23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와 수필 문학의 발전을 위해 애써 온 오덕렬 수필가(창작수필 평론가)의 『핑경 소리 그립다』가 북랜드의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문고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제12권이다.
작가는 ‘창작수필’ 보급을 위해 10여 년간 <창작수필교실>을 열고 강의하는 등, ‘창작수필’ 문학의 진화에 이바지해 왔다. 『핑경 소리 그립다』에 실은 작품은 작가가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이라는 북랜드 출판사의 문고 편집 취지에 걸맞게 선정한 ”자신의 삶을 형상화한(그린) ‘창작수필’ 42편이다.
“여러 문학 장르 중에서 <수필>을 붙들고 반백 년이 지났다. 지금껏 ‘시간 없다는 시간 타령’을 하면서도 늦게야 수필은 문학 중에 굴렁쇠가 아닌 동굴테인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동굴테 속에는 둘금둘금 사려진 나이테 같은 내 행적이 살고 있겠다. 수필과 한 몸 되어 돌고 도는 변화 속에 <창작수필>이 되고, 지금은 <수필시>까지 진화했다.”(「나의 자화상」 중에서)
■ 저자 소개
오덕렬
평생을 교직에 몸담은 교육자이자 수필가로, ‘방송문학상’(1983) 당선과 ≪한국수필≫ 추천(1990)으로 등단하였고, 계간 ≪창작에세이≫를 통해 제1회 평론 신인상 당선(2014)과 ≪창작에세이≫ 창작수필 신인상 당선(2015)으로 창작수필 평론가와 창작수필가로 재등단하였다.
수필집 『복만동 이야기』 『고향의 오월』 『귀향』 『항꾸네 갑시다』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수필선집 『무등산 복수초』 『간고등어』, 수필평론집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창작수필을 평하다』 『고전수필의 맥을 잇는 현대수필 작법』 등과 10여 년 창작수필문학 강의에 기초를 둔 『창작수필문학 개론』을 펴냈다.
광주문학상과 박용철문학상, 늘봄 전영택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모교인 광주고등학교에 교장으로 재임 시절 ≪光高문학관≫을 개관(2007.5.30.), 2023 현재 은사님 17분과 동문 작가 107분을 기념하고 있으며, 문학관 개관 기념으로 ≪광고 문학상 백일장≫을 제정하여, ‘노벨문학상의 씨를 뿌린다!’는 구호를 내걸고 매년 5월에 광주전남 중·고생을 대상으로 백일장대회을 개최하고 있다.
전라방언 시어化 운동가로 현재 <전라방언 문학 용례사전> 편찬을 마무리 중으로, 내년이면 1만여 개의 전라 방언이 새로이 숨을 탈 것이다. 수필의 현대문학 이론화 운동으로 수필의 문학성 회복과 <창작수필문학>의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다.
■ 목차
머리말
제1부 나의 자화상
목화꽃 / 봄 / 나의 자화상 / 천자문 / 쌍두화 / 목련 / 애쑥 / 까배미
제2부 모자도
어머니의 치성 / 모자도 / 간고등어 / 겨울 싱건지 / 오떼 / 야, 제비 똥이다 / 가마니 치는 소리 / 입동 무렵 / 창작수필 시대를 열어가
제3부 수필 심포지엄
수필 심포지엄 (1) / 세동재를 넘는 웅이 / 눈 오시는 밤이면 / 수필 시학 3제 / 봄까치꽃 / 호박 덩굴 / 벼 / 고구마 / 박씨 한 알
제4부 어항 앞에서
사랑방 / 극락강역에서 / 에세 / 때를 기다리는 문패 / 수필에게 / 어항 앞에서 / 살아 있는 솟대 / 고향의 오월
제5부 방언 축제
어째 8도 방언 축제는 없을까 / 항꾸네 갑시다 / 핑경 소리 그립다 / 워낭소리 / 고라당의 봄 / 너구리와의 대화 / 순천만, 어디로 갑니까
작가 연보
■ 출판사 서평
1부 나의 자화상, 2부 모자도, 3부 수필 심포지엄, 4부 어항 앞에서, 5부 방언 축제에 나누어 실은 작가의 글은 일반적인 수필 문학이 진화 과정을 거쳐 성장 발전해온, 새로운 창작 문학, 예술적으로 형상화된 문학성 짙은 창작수필 작품들이다. 은유나 상징, 상상, 토속적인 방언과 정겨운 우리말, 여러 가지 흉내말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등 작가가 말한 바 있는, <이것저것 놀이>를 창작에 적용한 작품들은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면서 생명력 충만한 문학의 세계를 보여준다. 진실한 “삶의 모습이 담”겨 언제나 우리의 “영혼을 순수하게 하는 책”(「천자문」)으로 남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작품마다 감동적인 문학의 여운이 담겨있다.
“그미는 한 송이 목화꽃이었다. 목화밭에서 은은(隱隱)히 피던 목화꽃이었다. 목련꽃처럼 화사하지도 않았다. 배꽃처럼 흰 바탕에 드러나지 않으나 포룜한 색이 배합된 양자(樣姿)는 닮은 데가 있었다. 이런 꽃들이 해[太陽]라면 목화꽃은 달[月]이라고나 할까. 그저 흰색 바탕에 놀먐한 색을 머금었을 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미영꽃”처럼 화사했던 그미를 이렇듯 마음에 절로 스며드는 은유로 그린 「목화꽃」, “눈이 녹고 안개비 장만하자 땅속은 부산해졌습니다. 땅으로 스며든 온갖 가을 모습들은 봄의 형상과 색깔과 향기로 태어나려는 것입니다. 산허리에 안개구름 내려앉고, 꾸무럭한 날씨는 자연도 밀회하기 좋은 때인가 봅니다. 드디어 하늘과 땅은 춘정에 겨워 비를 내리고, 만물은 생명을 탔습니다. 천지에 봄 향기 가득하고 텃밭의 새싹들도 오보록이 파랗습니다.”(「봄」), “봄은 서서히 무르익었다. 우윳빛 가슴을 내보이며 나타나는 아가씨. 목선 고운 세일러복 그미가 유백색 드레스를 걸치고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 3월의 신부가 되어.”(「목련」) 같은 감각적인 묘사, 이 땅의 모든 어머니의 심성을 닮은, 강인한 생명력과 가녀린 마음의 배려를 지닌 애쑥에 빗댄 모성 예찬인 「애쑥」, 삶은 이상을 향한 까배미의 과정이라는 진실한 깨달음을 이야기하는 「까배미」 등의 작품에서 자연과 사람살이의 절실한 순간을 생생하게 형상화한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자식을 위한 지극하고 간절한 ‘치성’(「어머니 그 마음」), 포근한 감촉의 말 “고등에”(전남 방언)로 불리던 간고등어에 얽힌 감칠맛 나는 추억(「간고등어」), 함박눈이 오시는 밤, 어머니가 아랫목에서 싸두었던 밥 한 덩이와 건네주시던 “정제 바라지 틈새로 받아들인 설월(雪月)과 아궁이의 온기로 부엌에서 잘 익은 싱건지” 한 대접, 다디달던 어머니의 순수한 자식 사랑 맛(「겨울 싱건지」), “떡애기” 손자가 뒤집기 배밀이 섬마섬마 쥐엄쥐엄 곤지곤지 등을 거쳐 경이로운 성장을 하는 모습을 그린 「오떼」, “내 마음속의 수필 짜는 소리”인 것도 같던, 제비 날아들던 고향 집의 사랑방에서 들리던 지난날의 「가마니 치는 소리」 등은, “창작문예수필은 무엇을 창작하는 문학인가? 창작수필은 시가 창작하는 시어도, 소설이 창작하는 허구적 이야기도 아닌, 사물의 마음의 이야기, 즉 사물과의 교감의 상상력 세계를 창작하는 문학으로 발전하고 있다.”(「창작수필 시대를 열어가자」)라고 한 작가 자신의 이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책의 제3부 ‘수필 심포지엄’에서 “시적 발상의 산문적 형상화(운문 형식이 아닌 산문 형식으로 형상화하는 문학)”라는 창작수필의 창작개념, “<소재에 대한 비유(은유·상징) 창작 + 서사 구성법>”인 창작수필의 대표적인 창작 양식, 등 창작수필의 이론을 다룬 글(「수필 심포지엄(1)」, 「수필 시학 3계」)과 함께 이에 걸맞은 작품들인 「세동재를 넘는 웅이」, 「눈 오시는 밤이면」, 「봄까치꽃」, 「호박 덩굴」, 「벼」, 「고구마」 등을 수록하였다. 이 모두 “아, 황홀한 상상의 아침, 사실의 소재 한 알의 진화 현상이여!”(「박씨 한 알」)라는 감격의 구절처럼 “천의 얼굴로 독자를 찾아”가는 독창성 돋보이는 창작수필이다.
이젠 사라져가고 잊혀가는 옛말, 정감 넘치는 우리 말로 운치 넘치게 그려진 작품 또한 독창적인 작가의 문학 세상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지난날, 윗목, 몽침, 도래상, 사랑꾼, 망태, 덕석, 두붓국에 무청김치로 웃음꽃 피우던 겨울밤 사랑방 풍경(사랑방)은 참으로 따사롭고 “철새는 지상과 천상의 세계를 오가는 것으로 여겼고, 인간과 신을 소통시키는 신조(神鳥)가 되어 솟대 위에 앉혀졌다. 신조로 믿고 살던 때의 단순하고 소박했던 삶이 오히려 그리울 때가 있다.” 같은 구절은 삭막한 지금을 사람 사는 정이 넘치던 지난 삶을 되돌리고 싶게 한다.
“… 보리는 산비탈 밭부터 누릇누릇 익어 하루가 다르게 마을 쪽으로 물감 번지듯 누래져 갔다. 보리 모개에는 낟알들이 촘촘히 박혀 앙 벌어져서 여물이 들었다. 이때쯤이면 산비탈 솔숲 속에선 연기가 피어나며 아이들이 도란도란 보리를 구워 먹었다. 우리는 그 보리 구워 먹는 것을 ‘보리끄시름’이라 했다. 보리 모개는 싼 불에는 타고, 가장자리에서는 설익고, 알맞게 익은 것이 오히려 적었다. 그런 보리 모개를 비벼대면 뜨거워 손놀림이 빠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입으로 호호 불어 끄락을 날렸다. 타다 남은 불에서 피어나는 냉갈 속에서 보리 익던 구수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냉갈은 자꾸 얼굴로 달라들어 눈물을 나게 했었지. 눈물을 흘려 얼굴은 때꼬장물이 두 뺨으로 흘러내렸다. 우리는 그런 얼굴을 보고 상대방을 서로 골려댔다. 검댕 묻은 보리 알갱이를 …, 숯검정 분으로 연지 곤지 찍고 하얀 이를 내밀며 서로 웃던 우리는 천술메 산속의 보리끄시름을 잊을 수가 없다.” (「고향의 오월」 중에서)
“해학성, 정감 어린 말맛, 번득이는 재치, 낭창거리는 여유, 때로 핵심만 살리는 결단력, 편하게 발음하려는 경향, 물 흐르는 것 같은 구르는 리듬감”(「어째 8도 방언 축제는 없을까」)의 전라 방언을 예로 들며 전국 방언을 갈고닦아 문학어로 승화하자는 내용의 작품「항꾸네 갑시다」는 작가의 대표작품이다. 표제작 「핑경 소리 그립다」의 “핑경” 역시 “워낭”의 방언이다. ‘전라 방언 문학 용례사전’을 꿈꾸고 고향 방언들이 품격 있는 문학어로 태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창작수필 작품활동을 한다는 작가의 작품은 생생한 언어로 “살아 움직인다.”
“작가는 작품으로 독자와 대화한다. 성실한 생활이 없으면 좋은 작품도 없다. 절실한 생활의 표현일 때 작품은 살아 움직인다. 좋은 작품은 독자에게 감동을 안겨 주고, 또….”(「워낭소리」). 불안, 걱정과 근심, 삶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질 것 같은 희망의 봄”을 닮은 이야기들, 따뜻한 삶의 정취와 그리움을 간직한 ‘핑경 소리’, 땅그랑 땅그라앙… 퍼져나간다. 온몸으로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며 자연의 순환을 읽어내던 “봄까치꽃”처럼 천의 얼굴로 삶을 그리는(형상화하는) 창작수필, 그 말밭을 일구는 “까배미”를 이어가야 하겠다고 굳게 다짐한 작가의 『핑경 소리 그립다』, 창작수필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