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생의 이름은 회이고,자는 직경이며,호는 매천이라 했다.주생의 집안은
대대로 전당이라는 곳에서 살았다.그러나 그의 부친이 촉주의 별가란 벼슬
살이를 하면서 촉에서 살게 되었다.
주생은 어려서부터 총명햇고 영민했다.시도 잘 지었다.나이 열여덟에 태학
생이 되었고,동배들의 추앙을 받는 바가 되었다.주생 자신도 재주와 학문이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태학에 다닌 지도 몇 년이 흘렀다.계속 과거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낙방했
다.이에 주생이 탄식하며 말했다.
" 이 세상의 인생이란 마치 티끌이 연약한 풀잎에 깃들어 있는 것과도 같
은데,어찌 명예에 얽매여 더러운 속세에서 허덕이며 아까운 청춘을 보낼까
보냐."
이때부터 주생은 과거에 대한 뜻을 포기하고 말았다.그 대신 장사에 뜻
을 두었다.주생이 재산을 헤아려보니 백천냥이나 되었다.그 중 반으로는
배를 구입했다.강호를 오가며 남은 돈으로 잡화장사를 시작했다.잇속이 있
어 스스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다.
이래서 아침에는 오 땅에 있었고 저녁에는 초 땅에 있었다. 그는 장사에
굳이 구애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어느 날이었다.악양성 밖에 배를 매어두고,오래 전부터 친히 지내는 나생
을 찾았다.그 또한 뛰어난 선비였다.나생은 주생을 반갑게 맞이했다.술을
마시며 서로 즐겼다.
주생은 취하는 줄도 모르고 대취하여 배로 돌아왔다.날은 벌써 땅거미가
짙게 깔렸다.둥근 달이 떠 올랐다.주생은 배를 강 가운데 띄워 놀고 돛대에
기댄 채,어느새 곤하게 잠이 들어 버렸다.배는 마파람을 받아 쏜살같이 흘
러 갔다.
주생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뿌연 안개 속에서 절간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달은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강 양쪽 언덕에는 푸른
나무들만이 희미하게 보였고,새벽빛은 아직 어둑어둑했다.나무 그늘 사이로
초롱 불빛이 붉은 난간의 푸른 주렴 사이로 은은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딘가고 물으니 전당이라고 했다.즉흥시 한구절이 문득 떠올랐다.
악양성 밖 난간을 의지한 몸,
하룻밤 바람에 흘러 꿈나라로 들었네.
두견새 두어 소리 봄달이 밝고,
문득 놀라 깨니 몸은 어느덧 전당에 와 있네.
아침이 밝았다.주생은 고향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그들 태반은 벌써 세상을
떠나 버린 뒤였다.주생은 시조를 읊조리며 배회했다.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기생 배도를 만났다.주생과는 어릴 적 소꿉동무였다.그녀는 재주
나 미모에 있어 전당에서는 제일이었다.사람들은 그녀를 배랑이라 불렀다.
배도는 주생을 집으로 모셨다.서로 마주 대하니 몹시 기뻤다.주생은 시
한 수를 지어 그에게 주었다.
하늘가 타향에서 몇 해나 지냈던가,
만 리 길 돌아오니 일마다 다르도다.
두추의 높은 명성 예나 다름없고,
작은 다락 구슬밭은 석양에 빛나누나.
배도는 시를 읽고 몹시 놀라 말했다.
"낭군의 재주가 이다지도 훌륭하니,모든 사람에게 굽힐 데가 없구료.어찌
하여 부평초처럼 정처없이 떠돌아다니시옵니까? 그래 장가는 드시었나요?"
"아직 장가는 못 갔소."
배도가 웃으며 말했다.
"제 소원이옵니다.낭군님은 이제 배로 돌아가지 마시고 저희 집에 머물러
계시와요.그러면 낭군님을 위해 좋은 배필을 마련해 드리겠사옵니다."
배도는 주생에게 은근히 마음을 둔 터였다.주생도 배도의 아름다운 자태에
은근히 도취되어 있었다.그러나 주생은 웃으면서 사양했다.
"내 어찌 감히 바랄 수 있겠소."
이렇듯 즐겁게 노는 동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배도는 어린 계집종을 불러
주생을 별실로 모셔 편히 쉬게 했다.침실 벽에는 절구 한 수가 걸려 있었다.
시의 내용이 생소한 것이었다.주생이 계집종에게,
"이 시는 누가 지은 것이냐?"
하고 물으니,
"주인 아씨가 지은 것이옵니다."
했다.
그 시는 이러했다.
비파로 상사곡일랑 타지를 마오,
곡조 높아지면 이 가슴도 타고 타네.
꽃은 피어 만발한데 임은 없으니,
오는 봄 애태우다 지샌 밤 몇몇 날인가.
....... 다음편에........(한문 원본을 한글로 해석해 옮김)
<작품해설>
[주생전(周生傳)]은 한문소설로 권필이 창작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애정소설이다.
주생전은 두가지 점에서 문학사에서 평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조선 중엽인 광해군 때에 당대 최고의 시인이자 비평가로서의
위상과 이론가가 새롭게 모색한 색다른 갈래인 소설 장르에의 실험적
모색이라는 데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의의는 [주생전]이 (최치원전)- <금오신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애정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라는 데 있다.
첫댓글 시험공부하다가 한번 옮겨 적어 봤습니다.ㅎㅎ
재미있을 것 같은데 중간에서 끝나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