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9 < 여수 낭도>
주말 날씨는 유난히 화창한데 주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밤새 잠을 설치고 몇 번씩 창문을 열어 확인을 한다. 여름 태풍 버금가는 바람과 함께 밝은 아침은 쨍 하니 맑았다. 오늘은 어제 업무 차 서울까지 출장을 다녀온 아들과 여수 낭도 트레킹을 계획했었다. 여러 개의 섬이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어 특별히 드라이브하기 좋은 여행지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는 백리섬섬길을 택한 것이다. 이 구간은 교량이 완성되었을 초기에 남편과 함께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그 섬을 누빈다.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바다에 있는 섬들이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들과 닿고 싶은 그리움에 사립문을 열었다.
섬처럼 외로운 사람들이 외로움을 열어 섬과 섬이 어깨동무하고 있는 조화대교에서 팔영대교까지 여수에서 고흥반도까지
바람불고 꽃잎 날리는 그 섬 섬이 섬을 바라보며 그 섬들을 누빈다.
2020년 4월에 다녀왔으니 벌써 4년 전의 추억이 되었다. 이번에는 아들아이와 낭도에 들어가 온전히 낭도 한 바퀴 트레킹을 계획하고 나섰다. 여수 353개 섬 중에 하나라고 하는 낭도는 섬모양이 이리 같다 하여 狼(이리낭)도라고 한단다. 이제는 배를 타지 않고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섬이기도 하다. 낭도를 향하여 대교를 지나다 보면 차창 밖으로 여수의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도해만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다. 5월의 끝자락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날씨는 금방 비가 내릴 듯 스산하다. 우리는 점심을 해결하고 트레킹을 시작할 계획으로 선착장 바로 옆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주로 섬에 들어오면 생선회랄지 매운탕으로 혼자나 둘이서 선택할 메뉴로는 옹색할 때가 많은데 이곳에는 마치 생선백반이 있다. 반찬 가짓수는 여럿인데 바다와는 거리가 먼 식단의 꾸밈새이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을 상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섬 식당치고는 깔끔하고 부담 없어서 만족한 한 끼의 식사였다. 식사를 끝내고 둘레길 시작점을 찾아 들어서는데 뜻밖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마을길 따라 낭도 갱번미술길이 이어진다. 평소 같았으면 천천히 걸으며 이모저모 살펴볼 여유도 있었건만 우선 비라도 쏟아지지 않을지 마음만 바빴다. 사람은 많으나 섬은 섬인지라 곳곳에 작은 어촌마을의 분위기가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또한 낭도 둘레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라 시작이 어딘지 몰라 헤매기도 했지만 여수낭도둘레길의 푯말을 보고 일단 낭만 낭도야영장 앞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우선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낭도 둘레길 1코스를 시작하였다. 낭도 해수욕장, 낭도 방파제, 신선대와 남포등대 그리고 산타바오거리 쪽으로 향하여 원점회기 해야하는 코스였으나 우리는 좀 더 걷자는 마음으로 산타바오거리 쪽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되돌아와 다시 야영장 앞으로 원점회기 하기로 하였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노란 금계국이 한창이다. 금계국과 간간히 남아있는 열매 맺어 무겁게 고개 숙인 유채도 만나고 아직 이른 시기에 달맞이꽃이 만발하여 노랑과 초록의 조화가 산뜻하다. 섬의 산을 오를 때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참 좋다.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남해 바다는 특히 보기 좋다.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대바닷가 절벽을 지나면 조그만 돌탑들이 있어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정성 들여 돌탑을 쌓았으리라. 그렇게 섬이기도 하고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면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코스지만 적당히 스릴 있을 정도이며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으니 무료하지 않다. 또한 신선대를 지나면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간이매점도 있다. 그곳에서 잠시 내려가면 낭도섬의 최 남단부근에 있는 남포등대가 푯말도 없이 서 있다. 내려가거나 또는 멀리서 등대만 내려다보아도 좋을 곳이었다. 우리는 거리가 얼마든지 만보를 걷자는 기준을 두고 걷는 동안 적당히 시원하고 기분 좋을 만큼의 가랑비를 맞으며 낭도 트레킹을 마칠 수 있었다. 어느 날 다녀온 곳일지라도 다시가면 새로운 것이 여행길이다. 여행 중에 아름다운 풍광과 특색 있는 음식을 만나면 기족이 생각나는 것 또한 여유이고 행복한 일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외출이라도 의미 있는 여수 낭도 트레킹이었고 중간 중간 함께 동행 했으면 좋았을 남편의 하루 일상도 톡으로 주고받으며 이번 주 여행을 마무리한다. 고흥을 벗어나니 급기야 쏟아지는 비가 영암까지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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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시인님 덕분에 편안한 여행을 통한 쉼을 갖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