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사당, 장흥 해동사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을 한 명 뽑으라면 안중근 의사다. 남한, 북한, 중국에서도 존경받는데 특히 북한에서는 그의 후손 20여 명이 영웅칭호를 받는다고 한다. 남한에서는 후손들이 참 힘들게 살았다. 바로 아들 안준생의 친일행위 때문.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결국 미국으로 이민. 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찾으러 많이도 쏘다녔다. 독립기념관은 물론 남산의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자주 갔고 필동 동국대학교 박물관에도 그의 글씨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적도 있었다. 가묘가 있는 효창공원 참배도 여러 번 했다.
어느 날은 감동에 못 이겨 그의 글씨가 담긴 도록을 5만 원이나 주고 덜컹 사버렸다. 가난한 여행작가인데~~요즘도 가끔 그의 글씨를 보며 나태한 나 자신을 채찍질한다.
외국에서도 그의 발자취를 쫓았다. 안중근과 최재형 선생의 만났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을 어슬렁거리며 그의 체취를 느꼈고,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의 거사 위치를 찾으러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요즘은 표시해 놓았다고 한다.)
대련에서 여순 감옥을 찾았고 사형장소를 보고 펑펑 울었다. 사형 언도한 법원까지~~그 흔적을 찾는 것이 여행작가의 소명이라 여겼다.
그런데 뜬금없이 전남 장흥 산골에 안중근 의사 사당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안중근과 전남 장흥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사연은 이렇다.
1955년 장흥의 유림 안홍천(죽산 안씨) 선생이 순흥 안씨인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죽산 안씨 및 지역 유지들을 설득해 성금을 모아 만수사 옆에 1칸짜리 해동사(海東祠)를 건립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경주 이씨가 전주 이씨 조상제를 지낸다고 보면 된다.
1칸이지만 툇칸이 있고 정성이 가득한 건물인 것을 알게 된다. 안의사의 추모공간을 만든다는 소식에 이승만대통령은 해동명월(海東明月)의 편액을 써 보냈다. 해동은 대한민국, 명월은 밝은 달.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밝게 비추는 곳이란 뜻이다. 해동사도 해동명월의 줄임말이다.
1955년 10월 27일은 안의사 위패 봉안식이 열렸다. 장흥 읍내에서 이곳까지 10여 km 행진을 했는데 당시 사진을 보면 안의사 따님인 안현생씨가 영정을 들고 있었고 5촌 조카인 안춘생씨가 위패를 들고 장흥읍 동교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장흥은 물론 강진, 보성군민 뿐 아니라 멀리 진주에서도 사람이 찾았는데 그 인원이 무려 1만 명이다.
세월이 흘러 1칸짜리 건물이 안타까웠는지 2000년 아래쪽에 새로 터를 조성하고 현재는 3칸 짜리 해동사를 세웠다.
2010년 안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정남진공원 안에 안중근 동상을 건립했는데 안의사가 단지한 왼손으로 태평양을 가리키는 모습이다.
지금 해동사 앞에 박물관 공사가 한창이다. 장흥은 지금도 안중근을 위한 추모 공간들을 늘리고 있다.
1955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68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고 하니 안홍천 선생은 물론 그 후손들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해동사 문 하단에 태극문양이 인상적이다.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인 해동명월(海東明月). 사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의사의 영정과 위패가 놓여 있다.
특이한 것은 오른쪽 벽에 걸린 괘종시계. 시계는 9시 30분에 멈춰 있는데 이는 1909년 10월 26일 바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시간이다. 하얼빈 역에서 9시 30분 멈춰진 시계가 있다.
경도 126도. 한반도의 최남단은 정남진 장흥이다.
그럼 126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광화문이 나오고 가장 북쪽은 중강진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북쪽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딱 중국의 하얼빈역이다. 경도 126도가 만든 묘한 인연이다.
해동사는 대한민국 최초의 안중근 기념시설이자 유일한 추모사당이다. 또한 장흥에는 동학농민혁명 4대 전적지이자 최후의 격전지를 가지고 있다. 외세를 걱정하고 불의를 참지 못한 사람들이 장흥사람들이다.
의리의 고장. 그 하나만이라도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사당 앞에는 어머니 조마리아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가 걸려 있다.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장흥의 슬로건 중에 하나가 ‘어머니의 품’이다.
따뜻하지만 단호한 어머니상
그래서 장흥은 인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아마 조마리아 같은 우국충절의 마음까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여름 가장 흥겹고 유쾌한 축제인 정남진장흥물축제
안중근 의사의 희생과 가호 덕에 전국 제일의 축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번 장흥 물축제 때 인상적인 것이 수국통일 합수 행사.
정남진, 중강진, 정동진, 정서진에서 가져온 물을 합수하면서 살수대첩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여기에 하얼빈 물을 더하면 더욱 의미있겠다.
그래서 물축제에 오신 분들을 꼭 해동사를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밝게 비추는 곳. 해동사를 꼭 가보라.
요즘 나라돌아가는 걸 보니 더 절실하게 외치고 싶다.
해동사 위치:장흥군 장동면 만수길 25-121
장흥읍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
첫댓글 사형대를 보니 가슴이 짠하네요
귀한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
국정 교과서에 실리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