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인사이드 아웃 2>
1.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될까?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행할 때 우리의 감정들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각각의 감정들은 독립적인 실체인가? 아니면 특정한 상황에서만 표현되는 일시적인 현상인가? ‘감정’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대단히 중요한 힘이다. ‘감정’에 의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끝없는 나락으로 빠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와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을 통제하는 중앙 컨트롤 장치가 있다는 상상을 통해 감정들의 작동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처음 등장했던 기본적인 감정은 ‘기쁨. 슬픔. 성냄. 예민, 소심’ 등이었다. 1편에 이어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되었다. 아이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인간의 성장은 점점 늘어나는 감정과 만나는 과정이며 그러한 감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과정일 것이다. 어쩌면 ‘성숙’은 감정을 이해하는 수용하는 일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2.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라일리의 감정통제소에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특히 주목할 감정은 ‘불안’이다.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신감을 증대시키거나 하락시키는 조울증적 현상을 보이게도 하고, 지나친 욕심을 불러 일으켜 잘못된 선택과 과잉행동으로 이끌기도 한다. 영화는 라일리 내면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들의 충돌과 대결을 흥미롭게 전개시킨다. 불안의 등장은 인간이 자의식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증거이다. 부모에 의존하여 살았던 어린 시절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혼돈인 것이다. 증가된 자아의 욕구는 많은 것에 대한 욕심을 커가게 하지만 욕심의 증가는 또한 성공과 실패 또는 타인의 인정과 같은 또 다른 인정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사춘기는 이러한 욕구의 증가가 불안의 폭주를 가져온다. 불안은 기존의 소중한 감정들인 ‘기쁨과 슬픔’에 대한 감각마저 잊게 할 수 있다.
3. 감정들은 라일리의 내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하나의 감정이 마음 전체를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모든 감정은 각각의 역할과 필요성이 있으며 그것은 무엇이 더 우월하고 가치있다고 평가될 수 없다. 감정들은 서로서로 도움을 주면서 공존해야 하는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불안’ 또한 과도하고 지배적이지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불안과 경쟁하던 ‘기쁨’ 또한 자신만으로는 자아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된다. 모든 감정은 특별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감정이 다른 감정들을 압도하는 방식으로 작동되어서는 안 되며 적절한 적도와 한계를 가진 채 종합적인 방식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절대적으로 올바른 감정도 마음도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균형과 공조의 감각을 잃어버린 감정들의 폭주일 것이다.
4. 감정들의 경쟁과 협력이 매력적으로 표현된 <인사이드 아웃 2>은 최근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디즈니사의 제작 방향을 대변하는 듯했다. ‘공존과 연대’, 디즈니사가 강조하는 영화적 지향점이다. 그런 점에서 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대한 암시는 곳곳에서 등장한다. 차별의 금지, 성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대한 경고,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 등이 영화 전체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세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때로는 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간의 어두운 측면은 ‘선한 가치’에 대한 지나친 존중을 불편해하며 인간의 자연적 욕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역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현재 '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반발이 드세진 이유이다. PC에 대해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현재적 삶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격한다. 사회적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도가 약해지고 있을 때, ‘사회적 가치’에 대한 회복을 주장하는 디즈니사의 노력은 주목할만하다. 다만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를 통해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고통을 과장하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버리라는 사람의 조언보다는 편견을 조장하고 응집시키려는 선동적인 존재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점차 ‘극우’가 확산되는 현상은 인간의 이기심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사이드 아웃>의 세계는 아름답다. 하지만 ‘편견’과 ‘이기심’으로 무장한 자들에게는 전달되지 못하는 아름답기만 한 메시지인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는 오히려 냉혹한 세계를 통해 ‘가치 회복’의 중요성을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인사이드 아웃>는 상업적 영화이다. 영화적 재미와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대중적 재미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 놓인 경계선에 조금은 위태롭게 서있다.
첫댓글 - 상담 심리 프로그램 때 자주 활용되는 영화, 마음과 생각이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될 수 있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