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후박사의 남과여] 지친 아내에 가슴으로 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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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이 연년생이면 엄마의 고통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
다. 더구나 그 둘이 사내아이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빠들은 그 고생을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가슴으로는 공감하지 못
한다. 이런 사실은 아이들이 아프면 금방 드러난다. 아이들이 도움을 향하
는 대상도, 밤새며 끝까지 보살피는 쪽도 엄마다.
그렇게 지쳐있는 아내와 직장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 온 남편이 있다.
아빠는 다른 날보다 더 신경을 써서 한잔하자는 것도 뿌리치고 일찍 들어
온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의 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들어오는 순간부터 화를
표현한다. 설거지를 소리나게 하고 청소를 거칠게 시작한다. 공기가 심상
치 않은 것을 눈치챈 아이들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지친 남편도 눈치를 보고 말썽꾸러기들도 다른 날에 비해 착하게 군다.
자는 것 같다. 그런데도 아내의 화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설날 힘들었던 것까지는 그래도 참고 듣고 있었다. 자는 아이들에
대한 가혹한 비난이 계속된다.
‘누굴 닮아서 그렇다’까지는 참을 수 있다. 아내의 공격은 ‘아이들을
다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로까지 진행된다.
이쯤 되면 참을 만큼 참은 남편이 소리를 지른다. ‘부모가 어떻게 그따
위 소리를 할 수 있느냐’이것이 보통 가정의 방식이다.
결과는? 당분간 화해가 어렵다. 그렇지 않는 남편이 있다.
아내 말의 잘잘못을 따져 비난하기보다는 ‘그렇게 힘들었어!’라고 아내
의 고통에 공감하는 남자이다.
출처 한국일보/ 김병후 신경정신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