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술병에 산국화 꽃술이 익어간다.
눈으로 보이는 황금빛 술이
뚜껑을 열면 진한 국화 향이 날 것 같다.
장식장에 진열 되어 있는 꽃술 하나하나마다
마음에 싸아하니 제각각 색깔을 담은 꽃물이 든다.
봄날 그 님이 직접 따 주었던 진달래,
그 님의 집 뒷산에 향기롭게 주렁거리던 아카시아,
구하기 힘들어 몇 날을 허리 굽혀 찾아 담근 제비꽃,
화전 해먹는다는 그 님의 말에 뒤늦게 딴 새빨간 맨드라미,
곤지암으로 이사와서 술을 담기 위해 찾아다닌 산국,
양로원에 봉사 갔다가 바구니 가득 따 온 오디,
술이 어중간히 남아 대충 담가 놓은 딸기,
그 님과 함께 포도주 담그던 날 슬쩍 담가둔 포도,
소록도 봉사길에 친정서 따 준 앵두,
배아플 때 마시라고 친정에서 보내 준 매실...
어느 것 한 가지도 사연 담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구랑 먹고 살지?" 하니까 발밑에서
"나랑 먹고 살지" 했다던 우렁 각시도 생각난다.
이걸 누구랑 먹지?
사실, 난 술을 잘 먹지 못 한다.
평소에는 종류에 상관없이 두 잔이면 족하고,
기분 좋을 때는 다섯잔 정도이다.
남편도 술을 좋아하지 않아 내 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굳이 말하자면 담는 즐거움이고 보는 즐거움이다.
그래도 웬지 모를 허전함은 누군가의 빈자리일 것이나,
오밤중에 미친 듯이 비를 맞는 일이 있어도
굳이 채우려하진 않을 것이다.
첫댓글 언제 차에 가득 싣고 쉼터로 오세요~
우와 진정한 과실주 담그는 매니아십니다..한번 맛보고싶어라~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