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건립 시기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지안(集安) 고구려비'에 대해 광개토대왕 때 세운 현존 최고(最古) 고구려 비석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11일 입수한 중국의 '지안 고구려비' 공식 보고서는 "고구려비는 호태왕(好太王·광개토대왕)이 아버지 고국양왕을 위해
세운 수묘비(守墓碑)"라고 썼다. 지안시 박물관이 편저, 지린(吉林)대 출판사가 출간한 '지안고구려비' 보고서는 중국 학계가 지안 고구려비를
집중분석한 첫 연구서다. 지안 고구려비는 광개토대왕 아들인 장수왕 시절, 414년에 세운 광개토대왕비와 역시 장수왕 때 세운 것으로 알려진 충주
고구려비(국보 제205호)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된 고구려비(碑)다.
◇지안고구려비 보고서 주요
내용
'지안고구려비' 보고서의 가치는 특히 작년 8월 14일에 제작한 탁본을 비롯, 10여종의 탁본과 세부 확대 사진을
실었다는 점에 있다. 책에 실린 도판만 43점이다. 해상도 낮은 탁본 1장에 매달려온 국내 학계로선 비문의 비밀을 풀어줄 1차 자료를 얻은
셈.
중국 연구자들은 다양한 탁본과 실물 조사, 촬영을 통해 비문 판독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전체
218자 비문 가운데 140자를 공개한 데 이어, 보고서에선 16자를 더해 156자 판독 결과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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겅톄화(가운데) 퉁화사범학원 교수 등 중국의 고구려 전문가들이 지안고구려비 탁본 작업을 하고 있다. /‘지안고구려비’보고서
중국 측은 '지안고구려비' 보고서 이외에도 공동연구를 통해 논문 16편을 완성, 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지안고구려비' 연구 경쟁에서
중국이 훨씬 앞서나가기 시작한 셈이다. 중국 당국은 '지안고구려비' 공식보고서를 지난 2월 인쇄했으나, 최근까지 내용을 수정하느라 시중에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안고구려비 '장수왕 건립 주장'은 개인 견해일 뿐
'지안고구려비' 공식보고서의 결론은,
장푸여우(張福有) 지린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지난 10일 "지안 고구려비가 장수왕 때인 427년에 건립됐다"며 중국 국가문물국 산하
'중국문물보'에 기고한 것과는 배치된다. 이에 대해 중국 측 공식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조사단 책임자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사범학원 교수는
"장푸여우 부원장의 주장은 개인적 견해일 뿐, 광개토대왕 때 건립됐다는 게 조사단의 공식 입장"이라고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中당국
"集安 고구려비가 현존 最古 고구려비" 고구려비 실물 사진 공개… 지난 1월 존재가 알려진 중국‘지안(集安) 고구려비’를 연구한 중국 당국이 이
비가“광개토대왕 때 세운 현존 최고(最古) 고구려비”라고 결론 내렸다.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 때인 414년 건립된 광개토대왕비보다 더 앞서는
것 이다. 사진은 본지가 입수한‘지안 고구려비’공식 보고서에 수록된 고구려비 실물(왼쪽)과 고해상도 탁본(오른쪽). /지안 고구려비 공식 보고서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11일 겅톄화 교수는 재단을 방문해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안 고구려비가
▷수묘비(守墓碑)이면서 광개토대왕 아버지인 고국양왕 왕릉으로 알려진 천추묘(千秋墓)와 가깝고 ▷비문 글씨가 표준 예서체로 광개토대왕비의
자체(字體)보다 앞서며 ▷비에 기재된 수묘연호(守墓烟戶)제는 광개토대왕비문과 비교한 결과, 광개토대왕 때 건립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썼다.
지난 10일 한국고대사학회 초청으로 방한한 겅톄화 교수와 쑨런제(孫仁杰) 지안시 박물관 연구원은 "지난달 한국의 한 신문이
'지안고구려비' 탁본을 공개했으나, 공개된 것은 위조인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겅·쑨 두 사람은 13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신발견 지안 고구려비 종합검토' 학술대회에서도 중국 측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겅 교수는 지안고구려비가 가짜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