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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eridge’s Caddie Paradigm
파인리즈 국제캐디골프대회 취재기
지난 9월11일 강원도 고성 파인리즈리조트는 ‘제3회 파인리즈배 국제캐디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태국, 중국 팀까지 초청한 국제대회였다. 파인리즈는 이를 통해 캐디 시스템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
글_남화영
지난 2006년 8월1일 개장하면서부터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캐디’ 역할을 강조했고, 캐디를 프로로 육성하기 위한 아카데미까지 열었던 곳이 파인리즈였다. 이후 연말이면 캐디가 티칭 프로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족이 함께 찾는다면 부인과 자녀가 필드 레슨을 함께 받을 수 있는 골프장이란 소문도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골퍼에게 파인리즈는 서양 잔디 깔린 코스에 맥반석을 벙커와 코스 곳곳에 깔아 건강을 배려한 이색 골프장이라거나, 좋은 온천과 괜찮은 스파 시설이 있는 리조트로, 혹은 통일교 재단과 관련 있는 곳으로 더 알려졌다. ‘강원도의 여러 코스 중에 그나마 괜찮은 코스’라는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을 무렵, 골프장은 캐디 제도의 변화를 앞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캐디가 티칭 프로인 골프장
개장 5년째를 맞은 2010년부터 김재봉 회장은 ‘국제캐디골프대회’를 창설하면서 파인리즈 설립 초기의 철학을 재천명했다. ‘캐디가 전문화된 골프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 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전 캐디의 티칭 프로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코스를 점검하면서 마주치는 신입 캐디에게도 온화하게 웃으며 ‘올해는 티칭 프로 따야지?’ 은근하게 압력을 넣기도 한다. 홀아웃 하고 들어오는 스타트하우스 옆에 스윙 분석실을 두어 캐디가 골퍼의 그날 라운드를 분석하고 조언해주는 상담실 공간도 마련했다.
김 회장의 말이다. “캐디를 골프장의 부속품처럼 여길 것이 아니고 전문 직업인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국내 골프장 영업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캐디 시스템이 얼마나 갈지 장담 못한다. 해외처럼 셀프 플레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만 살아남는 건 당연하다.”
대회를 만든 데 이어 캐디를 티칭 프로로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초 ‘탑티칭프로골프협회 TTPGA’ 창설을 적극 후원했다. 파인리즈에서는 티칭 프로가 될 캐디를 뽑았고, TTPGA에서는 그들을 전문적으로 교육시켰고, 전국의 볼 잘 치는 캐디가 이 대회에 출전하는 구조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 06년 9월 이 골프장의 티칭 프로 아카데미 1기로 프로 자격증을 취득한 송유진 씨는 올해는 경기위원으로 대회 진행을 도왔다. “06년 첫해에 프로 자격증을 딴 사람 세 명 중에 나만 남았다. 올해 대회에서도 경기부, 친선부 참가자 중에 파인리즈를 거쳐 간 실력자 캐디가 많았다. 캐디가 골프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은 국내에서 최고다.”
캐디가 전문인이 되어야 한다는 건 대부분의 골프장이 동감하는 바다. 실제로 동양그룹과 안양베네스트에서도 파인리즈를 벤치마킹을 했었다. 동양에서는 골프장 상주 티칭 프로를 고용하고 잠시 운영했으나 수요가 적어 실패했다. 관심 있어 하던 안양 역시 캐디의 티칭 프로제는 워낙 큰 개혁이 필요한 일이라 두 손 들었다. 골프장에서 웬만큼 의욕이 있어도 오너의 과감한 의지와 투자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캐디가 출전하는 골프 대회는 2002년에 처음 생겼다. 용품사 볼빅이 주최하고 대한골프전문인협회, GMI컨설팅그룹 등이 공동 주관한 ‘전국서비스리더골프대회’가 지난 7월 충북 힐데스하임CC에서 12회째 개최됐다. 전국 30여 개 골프장의 캐디와 골프장 관계자 120여 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파인리즈처럼 골프장에서 의지를 가지고 전폭적으로 후원하거나 국제화된 규모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김 회장은 똑같은 캐디골프대회를 하나 더 만들기보다는 규모를 키워 국제화를 시도했다. 3년전 태국 남부 해변 휴양 도시 파타야의 고급 골프 리조트인 람차방 Laem ChabangCC와 제휴하는 자리에서 파인리즈의 캐디 티칭 프로화 시스템을 설명하고, 캐디 대회를 열어 교류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람차방 솜삭 회장이 동감했다.
골프 관광이 산업의 큰 축을 이루는 파타야에서는 캐디가 대회에 나가 성적이 우수하면 한국 대회에도 출전한다는 이유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제2회 태국캐디골프대회에는 무려 47개 코스에서 1300명의 선수가 출전했을 정도다. 예선전엔 자그만치 3000명이 몰렸다 한다. 골프장 측면에서도 골프를 하는 캐디가 서비스하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골프장의 품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적극 후원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캐디 8명에 골프장 오너와 관계자 8명이 한국을 찾았다.
1 김재봉 회장과 포즈를 취한 올해 남녀부 우승자.
2 파인리즈 캐디골프대회는 캐디가 만들어내는 신나고 재미난 이벤트이기도 하다.
3 시상식 후의 문화공연에서 태국 팀은 자국 전통복장을 입은 공연을 해 박수를 받았다.
국제 대회로 커지다
지난해 제2회 대회에서는 34개 골프장에서 130명이 출전했는데 올해는 참가 인원과 골프장이 더 늘었고, 남자부까지 신설됐다. 국내 각 골프장에 남자 캐디 수가 늘었고, 특히 이들은 프로를 지망하는 빈도가 높다. 게다가 중국까지 참여한 3개국 국제 대회로 업그레이드 됐다. 골프장에 근무하는 캐디라면 누구나 출전할 수 있고, 참가비 10만원을 내면 숙박에 식사, 그린피, 카트피까지 모두 해결되니 전국 캐디의 관심도도 높았다.
올해는 국내 골프장 40곳에서 총 154명이 출전했다. 이중 파인리즈의 참가 인원은 45명이었다. 여자부에 7명, 남자부 6명이 출전했다. 친선전에는 여자 30명, 남자는 2명이었다. 이밖에 전국 39곳의 골프장에서 101명이 출전했다. 여자부에서 15명, 남자가 15명이었고, 친선전에 나온 여자가 65명, 남자 6명이었다. 외국 팀을 보면 태국은 여자 6명이었고, 올해 첫 출전한 중국에선 여자 2명이 친선부에서 라운드를 했다.
3회를 맞은 국제캐디골프대회는 파인리즈가 변화하는
국내 골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최고의 전략 상품이다.
참가자가 급격히 늘면서 상금도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여자부만 있었기 때문에 총상금 450만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남녀 우승자에게 상금 200만원씩, 2위엔 100만원씩 수여됐다. 친선전 출전 선수에게는 세탁기 등 푸짐한 경품이 돌아갔다. 3회 연속 우승자에게는 2500만원에 해당하는 순금 100돈 짜리 순회배를 수여하는 특전도 생겼다.
대회 전날 도착한 선수들은 파인리즈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한 뒤, 9월11일 아침 8시반부터 샷건 방식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선수 팀에서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 캐디가 몰렸다. 대회 부는 화이트 티에서 스트로크 방식으로 정식 경기 룰에 따라, 친선전은 신페리오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소 진행 시간에 철저했던 캐디여서인지 정해진 시간 내에 라운드를 마쳤고, 페어웨이에서의 디보트 자국 처리와 그린에 올라가서의 볼 마크 보수도 알아서 척척 했다. 최종 집계 결과 남자부에서는 스카이72의 홍광희 씨가 78타로 우승했고, 여자부에서는 지난해 81타로 우승한 파인리즈의 정소연 씨가 올해 77타로 2연패를 했다.
정 씨의 말이다. “원래 티칭 자격증이 있었다. 파인리즈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첫 홀부터 더블 보기를 해서 우승을 놓치나 싶었다. 내년까지 우승하면 순회배를 탈 수 있지만 점점 고수가 많이 출전해서 모르겠다. 골프를 잘 알고 실력이 뛰어난 캐디가 서비스를 하면 골퍼의 반응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골퍼가 캐디를 부를 때는 반말을 쓰는 경향이 가끔 있지만 이곳 파인리즈에서는 티칭 프로로 대우하니 그 점도 좋다.”
김재봉 회장은 시상식에서 “여러분들은 꿈을 꾸기 위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으니, 앞으로 더 실력과 전문성을 쌓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태국 남부골프협회에서 온 마이클 회장은 “한국 캐디의 뛰어난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캐디 선수뿐만 아니라 골프장 경영자까지 왔다”고 말했다.
캐디골프대회를 육성해 지난해 정부로부터 인권위원장상을 받은 김 회장은 이날 태국골프연합으로부터 대회 취지를 기리는 특별상까지 받았다. 시상식 2부 행사는 아시아 3국의 문화 행사로 진행됐다. 시상식이 끝나고 태국 팀은 전통 의상을 입고나와 전통춤 공연을 보여주었고, 파인리즈에서는 남녀 댄스 팀이 나와 흥을 돋웠다.
3회를 맞은 국제캐디골프대회는 파인리즈가 변화하는 국내 골프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최고의 전략 상품이다. 전국에서 제일 골프를 잘 하고, 티칭까지 가능한 캐디가 우글우글하는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파인리즈가 단순히 ‘강원도의 괜찮은 골프 리조트’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캐디 유니폼과 모자에 ‘탑티칭프로골프협회 프로’ 로고를 새겨두었다. 필드에서의 실전 레슨을 받고 싶은 골퍼에게는 강원도가 전지훈련 캠프 장소로 성장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캐디에 대한 골퍼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변혁이 진행되고 있었다.
INTERVIEW 최명호 TTPGA 협회장
파인리즈에서는 실력이 향상된다
최명호 TTPGA 협회장은 파인리즈가 개장할 때 본부장으로 근무했었다. 현재는 파인리즈 헤드 프로이면서 캐디의 티칭 프로 교육 아카데미인 탑티칭프로골프협회 TTPGA를 이끌고 있다.
<골프 다이제스트> : TTPGA는 어떤 기구인가? 최명호 : 파인리즈에서 캐디의 티칭 프로화와 전문 직업인으로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설립한 교육 아카데미다. 현재 90여 명의 회원이 파인리즈에서 일하고 있다.
TTPGA를 창설한 계기는? 국내 캐디 시스템에 격변이 올 것이다. 골프장이 늘면서 최근 캐디의 수급도 어려워졌다. 반면, 조만간 국회에서 캐디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때가 되면 골프장은 결정해야 한다. 캐디를 정규직원화 하는 시스템을 안고 갈지, 혹은 셀프 서비스로 갈지. 정규 직원으로서의 캐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골프장은 대부분 셀프 플레이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이 노 캐디제를 바로 실행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형태가 티칭 프로다. 캐디지만 티칭을 할 수 있는 프로라면 이들은 자영업자이므로 자유롭게 골프장을 오갈 수 있고 골프장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캐디 입장에서도 전문 직업인으로 대접받게 된다. 캐디 역할도 이미 변하고 있다. 예전의 캐디는 거리 불러주고, 그린 라인 보고 볼 놓고 클럽을 가져다주는 게 첫 번째 임무였다. 하지만 요즘 다양하게 출시되는 거리측정기가 다 해결해준다. 점차 많은 골퍼가 그린 위에서 스스로 라인 읽고 볼을 놓고 스코어 카드를 스스로 적는다. 그건 원래 캐디가 아니라 골퍼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캐디는 점차 골퍼의 스코어 향상을 돕는 진짜 가이드로서의 역할이 첫 번째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이 과도기에 전문인을 양성하는 게 TTPGA의 역할이다.
교육 커리큘럼은 어떤 내용들로 짜 있고 진행되나? 티칭 프로 자격 부여 뿐만 아니라 취득 후 티칭 프로로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스윙 분석 등 실무 이론을 습득하고, 골프업계 전문가를 초빙한 강의도 한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에 의해, 레슨, 룰, 피팅, 지식, 스윙 역학 관련 2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모든 것이 파인리즈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골프장을 오가는 현장 교육과 실습 중심으로 진행된다.
TTPGA에 많이 응모하고 들어오나? 요즘 다른 골프장은 캐디 수급이 어렵다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다른 골프장의 경우 교육 기간에는 골프장이 캐디의 수입을 보전해준다. 하지만 여기서는 티칭 프로 응모자가 교육비를 내고서 교육받는다. 그래도 파인리즈로 전국의 많은 캐디가 몰린다.
개장 이후 추진된 캐디의 티칭 프로화 시스템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고 또 정착됐나? 파인리즈의 캐디는 기본적으로 모두 티칭 프로다. 일반적인 캐디피 개념인 티칭 프로 이용료는 12만원, 티칭 지정제는 15만원, 코스 레슨은 20만원이다. 전체 내장객의 20퍼센트 정도는 티칭 지정제를 이용하고 있다. 지정제나 코스 레슨에서는 일반적인 캐디 서비스 업무 외에 티칭 자격을 가진 프로로서 스윙을 봐주는 역할도 한다.
티칭 프로를 활용한 상품이 있나? 일반 프로에게 필드 레슨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프로 그린피에 필드 레슨 비용을 포함하면 80만원 이상 든다. 하지만 티칭 프로인 캐디의 코스 레슨은 20만원이다. 1박2일로 파인리즈를 찾으면 전날 9홀에서 레슨을 하고, 라운드를 마치면 연습장에서 트랙맨 등 론치모니터를 가지고 분석까지 해준다. 다음날 다시 9홀 레슨을 해준다. 파인리즈 티칭 프로는 자기 라운드 안하고 동영상 카메라로 동작을 촬영해 레슨에만 집중한다. 만약 그립이 딱딱하거나 노후되었으면 실비용을 받고 그립도 갈아준다. 피팅까지 TTPGA에서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이 1박2일 패키지(35만원)다. 이 비용으로 그린피, 카트비, 숙박, 식비, 캐디피까지 모두 해결된다면 괜찮은 골프 레슨상품일 것이다.
홈페이지 : ttp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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