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태우고 아끼며 애쓰면 망하고 맘비우고 건듯건듯 지켜봐야 잘되는 건 연애만은 아닌가봅니다. 팔 계획없이 자급용으로 키운 토마토 가지 호박은 주렁주렁도 달려서 라따뚜이도 해먹었는데.. 지난달 감마양당 세트 가운데 폭망한 당.. 건진 팟찌 비품으로 요리조리 찐당근 당근절임 등등 당근정식을 차려먹고 있어요. 처음 도전해본 친구였는데 이제 해남에서 당근 농사들은 안할 거 같아요. 꽃대가 올라오면 심지가 생겨 팔 수가 없습니다. 각양각색 못생긴 녀석들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똑같이 좋은데... 수확하고 선별하고 포장하고 어케든 팔고 나면 비품 관리에 애를 먹습니다. 더구나 이번달은 끊어질 듯 이어지던 장마철. 사이사이 비친 햇살에 감자는 파래졌고 아직도 많이 남은 쪼매니 양파는 하나가 썩으면 번지니 계속 계속 살피며 골라내야 합니다. 조연이긴 했지만 무거워 풍성함을 안겨줬던 큰단호박이는.. 미리 포장해놓은 꼭지가 물러버려서 못팔고 가공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다른 도에 있는 가공공장까지 화물비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그래도 손빠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남긴 남겠구나... 하던 유지니의 반전 대사가 웃펐어요.ㅠ 챨리 채플린 왈,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랬는데요. 농사도 인생이라 그런듯도 하지만, 더 초근접으로 하나하나의 작물을 대할 때면 애정이 샘솟는 희극이고, 이렇듯 유통과정과 관리와 돈을 만드는 과정의 시간대로 보자면 비극입니다. 그러니 장르를 바꿔서 이번달의 주인공인 단호박의 일기를 훔쳐봅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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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번달 글의 하이라이트입니당! 아랫글 다시금 봅시닷.)
이렇듯 인생지사 농사지사 새옹지마이니 어찌 슬프다고만 하겠습니꽈. 이번달로 챨스는 자퇴하고 논농사까지만 마무리 지어주기로 했고, 혤짱은 공동농사 휴학, 차노는 서울 유학? 가고, 누구는 뜻밖에 첫아가가 찾아와 휴학, 노동요를 만들어 하나씩 선사해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동동이는 팔월 한달 휴가 갑니다. 그래서 고구마도 접었는데, 절임도 접을 것인가, 하반기 배추농사는 어찌할 것인가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분분한 와중에 맥주강사로 거듭난 단이는 동동이와 조금이라도 어찌 해보자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역대급으로 깨끗한 논에 모여 눈둑에 풀매며 써래시침 하는 날 강진지부 만희님도 오셔서 다 외워버리신 백석시를 읊어주시고 다들 돌아가며 노래를 했어요. 송호지부 지선네 집수리에 다+시다로 출동해줘서 두달간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그들과의 노래수업은 여러곡이 쏟아져나와 이번 모실장에서 데뷔 무대도 가졌고요.
파란만장 고군분투했던 장마 수확철 이번달 유니온 친구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멤버들 대이동이 있지만 잠시 한숨 돌리고, 이제 밭에 남아 열심히 크고 있는 토종 남도장콩과 토종생강과 대파와 자급용 작물들과 함께 이따금 다시금 밭에서 만나요. 제발~



첫댓글 자꾸 과월호로 올리게 됨을 송구하..
짧은 글에 모든게 다 담겨있네 신기하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