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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거룩한 밤”
올해의 마지막 주일은 성탄절과 겹쳤다. 좀 아쉬웠다. 아니, 많이 아쉬웠다. 차라리 성탄절이 수요일이나 목요일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갑자기 내년의 성탄절은 무슨 요일인지 궁금해진다. 급히 달력을 보았다. 엥? 이건 또 뭐꼬? 2017년의 성탄절은 월요일이네? 이렇게 되면, 내년 성탄절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우리가 성탄절 예배 때 드린 찬양은 “오 거룩한 밤”이었다. 12월 들어 이 곡을 참 많이 불렀다. 예배 전에 온 성도들이 함께 부르는 12월의 찬양도 이 곡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흔히들 이 곡의 원산지(?)가 미국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원산지는 프랑스이며, 작곡가는 ‘아돌프 아당’(Adolphe Adam)이다. (이름을 보면, 영어식으로는 ‘아담’이지만, 불어식으로는 ‘아당’으로 발음함) 이 곡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캐롤이라서 그런지, 멜로디는 거의 비슷하나 출판사마다 약간씩 번역을 달리하여 가사가 여러 종류다. 70년대에 사용하던 새찬송가의 가사,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찬송가(622장)의 가사, 요즘 예배 전에 모든 성도가 함께 부르는 곡의 가사, 그리고 우리가 예배 시간 때 찬양하던 가사가 약간씩 다르다. ㅠㅠ 다양성도 좋지만, 자꾸 헷갈려서리...
토요일 리허설 때에는 신테사이저의 효과를 잘 몰랐는데 주일 찬양 중에 “사람들을 위해 주 오셨네”에서 신테사이저의 오케스트라 소리가 들어올 때는 온 몸에 소름이 주아악~ 끼치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다. 참으로 멋있는 예나 양의 연주였다. 예배를 마치고 다시 한 번 성도들이 퇴장할 때도 찬양의 감동은 여전했다.
찬양 후에는 밥이 나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국수가 나왔어야 했는데, 성탄절에 점심으로 국수는 좀 ‘거시기’하다는 얘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메뉴가 밥으로 바뀌고, 국은 미역국이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참! 박새봄 집사님께서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대원들에게 맛있는 떡을 제공하셨다. 고맙습니다. 집사님!
점심 후에 오후예배까지는 비교적 시간이 많아 대원들은 다시 한 번 처음부터 훑어가며 가사가 입에 안 붙여 두루뭉수리로 넘어가거나 제대로 연습이 안 되어 자꾸 틀리는 부분만 골라 연습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아 다시 한 번 최종 리허설을 했다. 시계를 보니, 청년부 예배가 끝날 시간이었다. 오후예배까지는 아직도 약 30분간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러구러 하면 후딱 지나가는 게 시간이다. 남자 대원들은 무대의 단을 설치해야 하고 피아노도 옮겨야 하며, 여대원들은 다시 한 번 얼굴 화장을 고치고, 한껏 멋을 낸 스카프와 연주복을 다시금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남자 대원은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는 게 아닌 데 뭘 그렇게 외모에 신경쓰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정작 여자 대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여간, 남자 대원들은 늘 그렇듯이 검정 양복에 검정 나비넥타이였고, 여자 대원들은 검정 드레스 위에 빨간 스카프였다. 그런데 스카프 하나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것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허리의 끈으로 맬 때와 어깨 위의 스카프로 두를 때가 완전히 다르다. 이번에도 박지영 샘 외 여러 분들의 수고로 훌륭한 드레스가 탄생했다. 짝짝짝!
드디어 오후예배 시간이 되어 본당에 올라가니 ‘주와나’도 함께 올라왔다. 또 하나의 여담이지만, ‘주와나’는 10여 년 전에 조영미 집사님이 중심이 되어 우리교회의 유년부와 초등부를 대상으로 발족되었으며,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왔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교회의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 찬양대의 연주회 전에 ‘주와나’의 마지막 고별 연주(?) 순서가 있었는데, 이 연주회에서는 현재 주와나 단원과 그동안 주와나를 거쳐간 학생들이 함께 모여 메들리로 찬양을 했고, 예배를 마친 다음에는 믿음성전에서 해단식을 가졌다.
하여간, 주와나의 고별 연주에 이어 민한별 양의 독창이 있었고, 드디어 예루살렘 찬양대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내 앞에는 키가 크신 이은실 집사님이 서셨다. 그런데 연주를 하다 보니 뭔가 좀 이상하고 불편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악보의 오른쪽 위 모서리가 이 집사님의 옆머리를 자꾸 건드리는 거였다. 나는 날이 갈수록 눈이 나빠져 악보를 멀리 놓고 봐야하는데 무대의 앞뒤 간격이 좁은 탓에 악보를 멀리 들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들고 있던 초록색 파일이 악보보다 커서 그런 일이 발생했던 거였다.
눈으로는 악보와 지휘자 샘을 보랴, 입으로는 찬양하랴, 오른손으로는 악보를 들랴, 왼손으로는 윈드 차임 긁으랴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내 악보 파일이 집사님 머리에 닿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연주하는 내 자세가 아주 요상하게 되었다. (궁금한 분들은 500원 내고, 직접 동영상을 확인하시기 바람)
그건 그렇고...
난 이번 연주회에서 정현숙 집사님의 그 화려한 탬버린 연주에 아주, 완전, 짱, 홀까닥(!) 반했다. 정 집사님에게 저런 재주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이건 비단 내 생각만은 아니리라. 만일 정 집사님이 미혼이었더라면, 연주회가 마치자마자 본당에 난리가 났을 것 같았다. 돌아보면, 이번 성탄 연주회는 새로운 인재의 등용문이나 다름없었다. 피아노 전공자 예슬 양의 실로폰 연주, 성악 전공자 김시정 집사님의 트라이앵글 연주, 음악과 전혀 관계가 없는 CEO 백경호 집사님의 심벌 연주 그리고 실용음악이 아닌 classical 피아노 전공자 예나 양의 신테사이저 연주 등은 이번 연주회를 화려하게 빛낸 주인공들이었다.
이미 카톡에 글을 올렸었지만, 나는 이번 연주에서 실로폰이 별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꾸 어릴 적 초등학교 때의 생각이 나서였다. 문방구에서 파는 허접한 실로폰을 들고 학교에 가면, 실로폰 건반의 색깔도 우중충한데다가, 실로폰마다 서로 음이 맞지 않고, 또 음색이라야 무슨 고물상의 녹슨 철판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이것도 악기라고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연습 때, 알토의 강현숙 집사님이 갖고 오신 실로폰 소리를 들어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음도 정확했지만,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청아하게 공명되는 소리였다. 절대음감(?)이신 노미경 집사님도 처음에는 실로폰 사용에 반신반의하다가 직접 간단한 연주를 해 보더니 이걸로 연주해도 되겠다며 합격을 윤허(!)하셨다.
다시 주일 연주회로 돌아오자.
오후예배 시간이 다가오고 모두들 자리에 앉아 예배를 기다리는데 지순복 권사님이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물으시는 게 아닌가?
지: “목사님! 오늘은 방송실에서 우리 연주 녹음을 안 하나요?” 백: “그럴 리가요? 하겠지요.” 지: “안 하나 봐요. 무대 앞에 마이크 설치를 안 되어 있어요.” 백: “예?”
그 말을 듣고 둘러보니, 정말 무대 앞에는 마이크가 없었다. 급히 방송실에 연락해 녹음관계를 문의했다. 방송실에는 홍윤호 집사님의 맏아들 홍경수 형제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사전에 녹음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던 탓에 경수 형제도 당황했다. 지금 녹음을 위해 마이크를 설치하려고 해도 곧 예배가 시작되는데 방송실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또한 신테사이저 소리가 방송실의 앰프를 통해 나가기 때문에 녹음을 해도 신테사이저 소리만 크게 들어갈 거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귀한 연주회에 녹음이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욱신거리는 무릎 통증을 참아가며 연주회 동영상 녹화 부탁을 위해 무작정 4층에 뛰어올라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일일까? 마침 그 시간에 어느 자매가 들어오는 거였다. 다급한 나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안면 몰수하고 그 자매에게 스마트폰으로 녹화를 부탁했다. 그런데 그 자매는 당황하는 기색없이 흔쾌히 허락을 하면서 자기 스마트폰으로 녹화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년2부의 정수연 자매였다. 이번 기회에 예루살렘 찬양대원으로 영입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는데, 아뿔싸! 벌써 벧엘 찬양대에 지원했단다. 에고 에고... 한 발 늦었네.
한 사람에게만 동영상을 부탁하면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클 것 같아, 도성희 집사님에게도 동영상을 부탁했다. 두 분 다 내 제안을 받아주시고 연주 내내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연주를 찍어주셨다. 의자도 없이 쪼그려 앉아 동영상 녹화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런 수고를 해 주신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큰 감사를 드린다.
연주를 마친 후에 우리는 2016년도 예루살렘 찬양대 총회를 하기 위해 교회 식당에 내려갔다. 거기서 그동안 수고하신 분들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박수와 선물을 드리고, 교회에서 맛있게 준비해주신 식사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 지었다.
2년 동안 연이어 대장으로 수고하신 노형근 집사님과 지휘자 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노 집사님의 뒤를 이어 윤태홍 집사님과 지휘자 샘이 찬양대를 이끌어 가신다. 두 분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리면서, 내년에는 또 어떤 행복한 일이 예루살렘 찬양대에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 |
첫댓글 목사님 저 그래서 신발 벗고 했습니다 ㅜㅜ
ㅎㅎㅎ 그런 behind story가 있었군요. 다음에는 여자들은 모두 맨발로, 남자들은 높은 구두로?
2년 수고하신 노 대장님의 회고의 꼼꼼 감사 변
신 구 의 원만한 정권교체
트럼프는 누구야 ?
하늘상금인증표 !
아, 또 다른 각도의 사진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