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한 시조와 여러 편의 한시(漢詩)들, 서간문(書簡文)과 임금께 올린 장계(狀啓)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붓글씨로 직접 써 내려간 그 필체 또한 힘과 유연함을 두루 갖춘
달필(達筆)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생사가 경각간에 좌우되는 치열하고도 참혹한
전장터에서 거의 매일 일기를 기록하여 그 결과를 후세에 전한 난중일기 내용을
살펴보면 공의 치밀한 기록성과 현장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 난중일기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이제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자산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으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이 밖에도 공은 전장터의 상황을 비교적 자주 선조 임금께 보고를 드렸다.
이러한 공식 문서의 작성도 많은 부분을 공이 직접 기초하고, 작성하신 경우가
많았다. 공식문서는 문학적인 가치보다는 사실성에 바탕을 둔 간명(簡明)함을
중시하기에 문학 작품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태를 파악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나가는 공의 안목과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다.
공의 문학성은 한시(漢詩) 분야에서 그 가치가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시가 전란기에
만들어진 것들이어서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절박한 상황하에서 한가로이 문학
적인 표현의 기교에 치중하지 않으면서도,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무엇보다도 임금에 대한 충성과 백성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진실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그 감동이 더 하여지는 것만 같다. 공의 난중일기가 세상에 널리 읽혀져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에 이른 것처럼, 공의 한시를 포함한 문학 작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후세인들에게 보다 널리 알려져, 공을 보다 깊이 알고
그 거룩한 생애를 본받으려는 후인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된다.
이제 나는 공께서 남기신 여러 작품들 중에 후세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애송되고 있는
시 한편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題 : 閑山島夜吟 (한산도야음/ 밤중에 한산도에서)
水 國 秋 光 暮 (수국추광모) 바다에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데
驚 寒 雁 陣 高 (경한안진고) 추위에 놀란 기러기 진중을 높이 나네
憂 心 轉 輾 夜 (우심전전야) 근심으로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밤
殘 月 照 弓 刀 (잔월조궁도) 새벽달은 말없이 활과 칼을 비추누나
위의 시는 한시 형태 중에서 가장 짧은 5언 절구의 시이지만, 공이 처한 상황과
정경을 간결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시정(詩情) 또한 세인(世人)들의 심금을 울리며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이 시의 끝 운자(韻字)인 고(高)와 도(刀)라는 두 글자를
빌려서 공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시를 지은 차운시(次韻詩)가 공의 문집에 전해
오는 것만 28편이나 된다.
올해는 공이 이 땅에 태어나신 지 어언 469주년이 되는 해이다.
공의 고결한 인격, 탁월한 공적에 못지 않게 빼어난 공의 문학세계도 세상에
널리 소개되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까지 인류역사에 길이 빛나는
인물로 우리의 이충무공을 추앙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전쟁 상황 못지 않게 날로 엄중해지는 21세기 국제정치 상황하에서
이 땅의 모든 공직자들이 공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생애를 본받아, 다 함께
국리민복(國利民福)에 진력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선진국가로 발돋움 해 나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