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 40분거리에는 유명한 Pebble Beach와 Clint Eastwood가 시장으로 봉사했던 Carmel 시가 나란히 붙어 있어 태평양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기 좋은 코스가 된다. 전형적인 이태리 코를 가진 Leon Paneta 현직 국방장관도 이곳 출신인데 이곳은 원래 이태리계가 장악하고 있는 고장이라 고급 이태리식당이 많고 미술관과 화랑등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집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산프란시스코는 한국에서 손님이라도 오면 가기 싫어도 모시고 가야하는 필수 관광코스다. Golden Gate Bridge는 아마 몇백번쯤 건넜을 것이다. 시내에서 나갈 때는 무료지만 시내로 들어올 때는 통행료가 $6이나 된다. 산프란시스코에서 다시 북쪽으로 1시간 남짓 거리에 포도주 생산지로 더욱 잘 알려진 Nappa Valley와 그 서쪽 태평양 바다쪽으로 Sonama Country가 나란히 붙어있다.
몬터레이 반도 (페블비치 + 카멜), 산프란시스코, 나파, 소노마 중에서 제일 덜 알려진 곳이 Sonoma County인데 나는 자꾸 그쪽으로 마음이 쏠려 심심하면 그리로 바람을 쐬러 가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편도 2시간 반정도 거리면 그리 가까운 곳이 아닌데도 별로 특징도 없는 언덕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시골길이 좋아 또다시 찾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묻는다. 소노마에 볼게 뭐가있다고 거기는 왜 자꾸 들먹이느냐고. 그러면 으례 내 대답은 "나도 모르겠어요. 아마 내가 이름도 없는 경상도 시골 출신이라서 거기 가면 고향에 온것 같기도 하고..." 대강 이렇게 얼버무린다. 정말 나도 모르겠다.
(아마 5번쯤 묵었을 법한 Bodega Bay Lodge. 겉으로 보기에는 촌스럽지만 방은 아주 안락하게 꾸며져 있다. 전에 왔을 때는 호텔등급이 별 다섯이더니 이번에 가보니 별 넷으로 떨어졌다. 시골구석에 별 넷도 대단하지만.)
년초에 들렁증이 다시 치밀어 귀찮아하는 마누라를 들쑤셔서 소노마를 갔다. 늘 가던 Bodega Bay 마을의 단골 호텔에 여장을 풀고 동네 한바뀌를 순시한다. 동네라야 볼것도 없다. 그래도 괜찮은 식당이 두어군데 있어 계절에 맞추어 crab sandwich를 즐길수 있어 좋았다. 널찍한 호텔 방에서 내다보면 조그만 갯뻘 너머 태평양이 넘실거린다. 바다바람이 쏴하고 밀려와 내 마음을 쓸어내려주면, "어 시원해. 오기를 잘했지" 하면서 심호흡을 해본다. 복식호흡을. 오장육부가 후련해 지는 듯 하다. 마침 겨울비가 촉촉히 내려 잔디가 파릇파릇 새싹을 내고 잘 가꾸어진 정원도 반짝반짝 윤기를 내기 시작한다. 이제 2-3월 쯤이면 산천초목이 짓푸른 녹음을 만들어 낼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2차선 1번 국도가 보인다.)
바닷가로 난 1번 국도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교통량이 적어 좋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파도가 와서 바위에 부딛치며 부서지는 장면을 물끄럼히 내려다 볼라치면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마냥 즐거울 것같다. 바닷가 언덕을 덮고있는 녹지가 파릇파릇 새싹들을 낸다. 여름 내내 비 한방울 안내릴 때도 용케 살아남아 겨울비를 맞으며 이렇게 싱싱하게 소생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겨울철이긴 하지만 온화한 기온이라 차창을 열고 바다 내음을 만끽하며 유유히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1번 국도라고 편하게 얘기하지만 공식적으로는 State Route 1, 즉 1번 州道인데 남가주의 Orange County에서 시작하여 태평양 바다를 끼고 북가주의 Eureka 가까이까지 뻗어 올라가는 656 miles (1,055 km) 거리이다. California를 상징하는 달력을 만들면 1번 국도에서 찍은 사진이 항상 2-3장은 올라가게 된다. 내륙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5번 국도나 101번 국도가 칼리포니아의 대동맥이라면 1번 국도는 칼리포니아의 숨은 멋을 뽐내는 수줍은 여인이라 할 것이다.
첫댓글 Napa Valley와 Sonoma를 가 보고 싶었는데 Napa 밖에 못 가 봤고 1번 국도를 달려 보고 싶었지만 Pebble Beach의 17 miles drive course 밖에 못 해 봤어.三津의 글을 읽으니 더욱 가보고 싶네.
작심하고 가면 후회되겠지만 지나는 길에 들르면 좋을것이요. 느긋하게 주유산천할 때 말이지...
아래 사진에 보이는 언덕에서 보는 태평양과 49mile관광도로에서 보는 태평양은 아주 맛이 다르더군요.
소사리토의 길거리에 있던 아프리카 공예품과 토속 기념품을 파는 가게는 물건이 너무 비싸서 구경만 했지요.
하루만에 소살리토, 나파, 소노마, 금문교를 정말 승차과속 간산했지요.
칼리포니아야 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곳. 험준한 산맥, Death Valley 사막지대, 곡창지대. Wine County, Redwood Empire 밀림지대. 해안선을 따라 나서면 낭만이 넘치는 곳. 최근에 어느 분이 그러는데 왜 돈내고 해외여행하느냐, 칼리포니아에 있을 것 다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