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은 ‘고향의 봄’ 노랫말의 고장답게 꽃들이 많이 피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꽃이다. 이 매화를 감상하기 위해 멀리 갈 것 없이 2006년부터 매년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우리 고장 원동으로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1022번 지방도를 따라 낙동강변의 경치를 만끽하며 원동면으로 접어들어 화제리를 지나 배내골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도로 주변 곳곳에 매화나무가 많이 심어져있다. 일찍 피는 매화는 음력 정월 보름이면 꽃잎이 하나씩 벌어지기 시작하며, 양력 3월 중순이면 만발한다.
원동면 선장(仙庄)마을은 신선이 하강해서 놀던 곳이라는 전설에 의해 붙여진 지명이라 한다.
면 소재지로부터 꽃길을 따라 배내골 방향으로 약 4.6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내에서 가장 높은 토곡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항상 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마을은 바깥 선장과 안 선장 마을로 나뉘어 있는데 안 선장은 원동 자연휴양림방향으로 쭉 들어가면 안쪽 골짜기 하천 변에 위치하고 있다. 물이 좋아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물레방아를 돌리던 곳도 있었으나, 1948년에 수해로 인해 물레방아 뿐 아니라 신선의 전설이 얽힌 귀목나무 등이 모두 유실됐다.
특히 안 선장은 산과 산사이의 깊은 계곡이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맑아서 그 옛날 신선들이 목욕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천하에 이와 같은 명소가 있음에 감탄하며 노닐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아낙들은 신선이 놀던 곳이라 하여 달 밝은 밤이면 목욕재계하고 소원성취를 빌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이 마을 천변에는 이들 신선들과 더불어 노닐고자하는 염원이 담긴 반선대(伴仙臺)가 있다.
영천이씨 족보에 의하면 영조 때의 이정회(李廷會)라는 이가 이 고을 선비들과 유상하던 곳이라 한다. 주변의 큰 바위에는 반선정(伴仙亭)이라 새겨져 있으며, 아래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아주 경치가 좋은 곳이다. 이곳은 밀양 안태마을에서 양산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어사라든지 나라에서 귀하신 분들이 지나치다 쉬어 가는 곳이었다고도 한다.
특히 반선정 위에는 높은 암벽이 있는데 7·8월이면 자생하고 있는 주홍빛의 능소화가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특이하게 이 꽃을 모란꽃이라 하며, 또 그 암벽을 모란바위라고 부른다. 모란바위 앞쪽에는 굴이 하나 있는데 6·25동란 때 공비들을 피해 이곳에 숨어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한다. 종전 후 마을사람들은 황폐가 된 논밭을 재건하는데 한마음이 되었는데 그때 돌로 쌓은 논두렁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안 선장에서 조금 더 오르다보면 물풍지라는 약 30m 높이의 폭포가 있는 절벽에 새겨진 수풍정이라는 글귀는 옛날 한 신선이 새겨 놓았다고 한다. 이곳의 깨끗한 물속에는 다슬기나 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주변에 수암사라는 사찰이 1973년 창건되어 부산 등지의 인근 신도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 계속 오르면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으로만 사용한 식단, 생식, 단식 등으로 건강과 다이어트를 돕는 ‘자연 생활의 집’이 있다. 계속해서 올라가면 늘밭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선장 마을에서 약 4km 지점에 위치한 고산지대다.
구전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김해에 살던 김씨 노파가 아기를 업고 왜놈들을 피해 정착한 곳이라 전하며 잡초를 주식으로 하여 목숨을 연명하였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날씨가 궂으면 마을 앞산에서 산고동이 울었다고 전하기도 한다.
선장 일대는 봄이면 하얗게 피어 있는 매화꽃이 그지없이 좋고 수확기에는 매실 따기 체험도 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계곡의 맑은 물을 따라 산림욕을 즐기며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과 함께 가족들의 피서지로도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뺄 수 없는 것은 봄의 맛을 한껏 살려주는 원동 딸기의 달콤한 맛과 낙동강의 정취는 찌든 도시생활의 역정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 이형분(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